조합설립동의 철회서, 행정청에 제출해도 유효
조합설립동의 철회서, 행정청에 제출해도 유효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0.07.30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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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0 12:58 입력
  
조합설립동의 철회 가이드라인 제시
추진위에 통보하지 않아도 효력 발생
 

추진위가 아닌 행정청에 조합설립 동의 철회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도 철회가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달 8일 김모씨 등 20명이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행정청은 조합의 설립을 인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 심사해야 한다”며 “조합설립동의 철회의 상대방은 추진위원회 뿐만 아니라 행정청도 될 수 있다”며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의 판결로 그동안 모호한 규정으로 논란이 됐던 조합설립 동의 철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세워지게 됐다.
 

▲조합설립동의 철회 상대방은 행정청도 해당=이번 소송의 쟁점은 ‘조합설립 동의에 대한 철회 상대방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즉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설립 동의를 철회할 경우 철회서를 누구에게 제출해야 효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2009년 8월 11일 개정 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8조제1항제5호에는 “추진위원회의 승인신청 전 또는 조합설립의 인가신청 전에 동의를 철회하는 자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자수에서 제외할 것. 다만 제26조제2항 각 호의 사항의 변경이 없는 경우에는 조합설립의 인가를 위한 동의자의 수에서 이를 제외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여기서 ‘제26조제2항 각 호’는 동의서에 포함될 내용을 규정한 것으로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의 개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 △비용의 분담기준 △사업 완료 후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 △조합정관 등이다.
 

다시 말해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는 동의서에 포함된 각 내용이 변경된 경우에 한해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 철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제28조제4항에는 “법 제13조 내지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동의의 철회를 포함한다)는 인감도장을 사용한 서면동의의 방법에 의하며, 이 경우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즉 인감도장을 사용해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서면으로 철회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철회 방법이나 철회 상대방에 대해서는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철회를 할 경우 추진위에 동의 철회서를 보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조합설립 동의에 대한 철회 상대방은 추진위는 물론 행정청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단순히 사인들의 조합설립행위에 대한 보충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개발조합에게 도정법상 주택재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전제한 뒤 “재개발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받은 행정청이 재개발조합의 설립을 인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며 “조합설립 동의 철회의 상대방은 추진위원회뿐만 아니라 행정청도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행정청이 조합설립 동의 철회서를 제출받은 경우 추진위원회에게 이를 통지해야만 그 철회 효력이 생긴다고 볼 것은 아니다”며 “원심의 판시에 다소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으나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다시 말해 행정청이 조합설립에 대한 철회서를 받았다면 추진위에 통보하지 않아도 철회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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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구역 변경은 조합설립동의 철회 사유
 

■ 고법판결 내용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유승정 판사)는 이번 소송에서 정비예정구역이 변경된 경우에는 조합설립 동의 철회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종로구청은 “〈도정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라 조합설립 동의 내용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에는 철회가 불가능하다”며 “김모씨 등 3인은 정비구역의 면적 증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의를 철회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동의자 수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법은 “정비기본계획 상 정비구역 면적이 증가하게 되면 당초 예정된 주택재개발사업에 따라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의 개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 등도 변경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조합설립 동의를 철회할 즈음 정비구역의 면적이 증가했으므로 철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모씨 등 3인은 정비기본계획 상 정비구역 지정 예정면적이 8천887㎡로 고시된 전·후에 조합설립동의를 했다. 이후 2005년 2월 정비기본계획상 정비구역 지정 예정면적이 1ha로 변경·고시 됐으며 이에 따라 구역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을 실시했다. 이때 김모씨등 3인은 동의를 철회했고 이후 2006년 3월 정비구역 지정을 받았다.
 
결국 재판부의 판단은 구역지정 고시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면적이 확대되는 것이 예정됐다면 철회사유가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철회 효력에 대해 서로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고법은 행정청에 동의 철회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효력이 없고 적어도 추진위에 철회 사실이 통보돼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고법은 “법이 정한 양식에 맞게 동의철회서를 제출했고 행정청이 동의서철회 제출사실을 추진위에 통보한 경우 동의철회서를 추진위에 제출한 경우에 준한 것으로 보아 동의철회를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조합설립 동의철회서를 행정청에 제출하기는 했다하더라도 제출사실이 추진위에 통보되지 않았거나 별도로 동의철회서를 추진위에 제출하지 않은 이상 유효한 조합설립 동의철회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법은 적법하게 동의를 철회한 사람을 제외하면 조합설립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조합설립인가는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명륜동 일대 건물과 토지를 소유한 김씨 등 20명은 지난 2006년 명륜4가 일대가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되자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4/5 이상에게 동의를 받지 않았음에도 행정청이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했다”며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이에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인가처분취소를 구하는 것은 법률상 이익이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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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회절차 등 도정법에 신설
추진위·행정청 모두 보내야
 

■ 전문가 시각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행정청에 철회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철회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추진위에서 철회서를 고의로 받지 않는 경우 행정청에 철회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회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도정법〉이 개정되면서 철회 방법에 대한 규정이 신설돼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정 전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곳에 한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행 〈도정법〉에는 조합설립 동의 철회와 관련해 시행령 제28조제4항에 “토지등소유자는 법 제17조제1항 전단 및 제12조의 동의(법 제8조제4항제7호·제13조제3항 및 제26조제3항에 따른 동의가 의제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른 인·허가 등의 신청 전에 동의를 철회하거나 반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다만, 법 제16조에 따른 조합설립의 인가에 대한 동의 후 제26조제2항 각 호의 사항이 변경되지 않은 경우에는 조합설립의 인가신청 전이라 하더라도 철회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5항에는 “제4항에 따라 동의를 철회하거나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려는 토지등소유자는 동의의 상대방 및 시장·군수에게 철회서에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내용증명의 방법으로 발송하여야 한다. 이 경우 시장·군수가 철회서를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동의의 상대방에게 철회서가 접수된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어 제6항에는 “제4항에 따른 동의의 철회나 반대의 의사표시는 철회서가 동의의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또는 제5항 후단에 따라 시장·군수가 동의의 상대방에게 철회서가 접수된 사실을 통지한 때 중 빠른 때에 효력이 발생한다”는 규정도 마련됐다.
 
즉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 동의의 내용이 변경된 경우에 한해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은 동일하지만 철회 절차와 효력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따라서 개정 전 〈도정법〉을 기준으로 판단한 대법의 판결이 그대로 적용되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동의 철회와 관련된 개정 조항을 가지고 판단한 사항이 아니다”며 “지난해 철회 절차, 방법 등과 관련된 내용이 시행령에 신설됐기 때문에 추진위와 행정청 모두에 철회서를 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정 전 〈도정법〉에 따라 조합을 설립한 곳에 한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철회 방법에 대한 내용이 시행령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행정청에만 동의 철회서를 제출할 경우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철회서를 받고도 행정청이 고의로 통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설립인가를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동성종합법률사무소의 김태경 변호사는 “현행법에서는 추진위가 철회서를 제출한 경우와 행정청이 철회서 접수 사실을 통지한 경우 중 빠른 쪽에 효력이 발생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추진위와 행정청 중 한곳에만 철회서를 제출했을 경우 효력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행정청이 동의 철회로 인해 동의율이 미달되는 걸 알면서도 고의로 추진위에 철회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조합설립인가의 취소 사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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