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현 감정평가사-- 감정평가시 사업시행인가고시일 ‘기준’의 의미
이철현 감정평가사-- 감정평가시 사업시행인가고시일 ‘기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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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1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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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10:29 입력
  
도로·대지 동일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곤란
 
 
 
재개발 조합원 부담 증가 불가피
현장에 대한 사법부 이해 아쉬워
 

이철현
하나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이사
 
 
프롤로그
구 〈도시재개발법〉 당시부터 재개발구역 내 국공유지 평가방법은 감정평가업계의 해묵은, 그러나 첨예한 논쟁거리 중의 하나였다. 논의의 핵심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6조제5항의 “국유재산법·지방재정법 그 밖에 국공유지의 관리와 처분에 관하여 규정한 관계법령에 불구하고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부터 종전의 용도가 폐지된 것으로 본다”는 이른바 ‘용도폐지’ 규정과 동조 제6항의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우선 매각하는 국공유지의 평가는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하여 행하며…”라는 두 조항의 해석문제이다. 이는 ①국공유지 감정평가의 ‘가격시점’의 문제 ②토지 이용상황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으며 특히 용도폐지규정의 이해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가격시점의 문제는 2007년 법제처 법령해석(안건번호 07-0247, 법제처 법령해석지원팀-1892 : 2007.9.14)을 통해 사업시행인가고시일이 가격시점이라고 정리되었지만 여전히 토지이용상황의 문제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하에서는 이와 관련된 최근의 대법원판결(2010.1.28. 선고 2009다69548)을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용도폐지 규정의 의미
행정청 주장의 핵심인 ‘용도폐지’ 논리는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부터 ‘용도폐지’되어 장래 일단의 대지로 이용예정이므로 가격시점 당시의 현황이 도로라고 하더라도 이를 현황대로 평가하면 아니되고 그 사업목적물의 용도(=垈地)를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대구청이 감정평가를 의뢰하면서 “지목 ‘垈’로 평가할 것”이라던가 혹은 “장래 사업목적물의 용도를 기준으로 평가할 것” 등의 취지로 평가조건을 부여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정비구역 내 국공유지 평가와 관련된 일련의 논의에서 행정청은 이러한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한 바 있다.
 

행정자치부는 2006년 4월 13일자 유권해석(지역경제팀-1684호)에서 재건축구역내 공유지처분평가에 대해 “도정법 제66조제5항에서는 공유지의 평가를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외의 사항에 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는 바, 지방자치단체 소유 공유재산의 경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시행령 제27조의 규정에 의거 시가를 반영 감정평가를 실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경우 가격시점은 매각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감정평가를 실시하는 시점이라 할 것이며(중략)… 도정법 제66조제5항에 의거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부터 종전의 용도가 폐지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사업시행인가시 인근 표준지(아파트 기준)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하되 평가시까지 연도별 지가상승분 등 가격상승분을 반영한 금액”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이는 ‘2007년 공유재산 관리지침’(이하 2007 지침)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특히 ‘2007 지침’에서는 수용이 가능한 공익사업인 재개발과 그렇지 않은 재건축의 구분없이 모든 정비사업에 위와 같은 용도폐지논리를 전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2007 지침 신구조문대비표 참조).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점은 국공유지 매각감정시에는 〈도정법〉 제66조제5항의  용도폐지규정이 없어도 〈국유재산법〉 및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 자체의 법리만으로도 용도폐지가 당연히 ‘전제’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국유재산 중 행정재산은 이를 처분할 수 없으므로(국유재산법 제27조) 이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용도폐지 절차가 선행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국공유재산 매각감정시에는 당연히 행정재산으로서의 용도가 폐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행자부의 당초 입장대로라면 정비사업과 관계없는 일반적인 국공유지 매각감정과 정비구역 내 국공유지 매각감정이 실질적으로 전혀 차이가 없게 되는 셈이다.
 

“용도폐지를 전제로 한 현재 시점 기준 평가”라는 〈국유재산법〉 제44조의 시가주의(市價, 時價)를 그대로 반복한 것에 불과하며, 입법자가 굳이 〈도정법〉 제66조제6항에서 사업시행인가고시일 ‘기준’으로 평가하라고 규정한 취지 자체를 무력화·사문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국유재산 관리 및 처분의 일반법적인 지위에 있는 〈국유재산법〉 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는 “국유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다만, 다른 법률의 규정이 제2장에 저촉되는 경우에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사업시행인가고시일 기준평가라는 〈도정법〉 규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면에 비추어 보면 행자부의 이러한 당초 입장은 〈국유재산법〉 자체의 법리와도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도정법〉 제66조제5항의 용도폐지 규정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하며 이는 곧 파기환송 전 제2심 재판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석하지 아니하고서는 용도폐지를 규정한 〈도정법〉 제66조제5항이 왜 굳이 “국유재산법·지방재정법 그 밖에 국공유지의 관리와 처분에 관하여 규정한 관계법령에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지를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용도폐지는 어차피 〈국유재산법〉 자체의 법리에 따라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것인데,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행정처분이 아닌 법률규정으로 이를 가능케 함으로써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려는 것이 〈도정법〉 제66조제5항의 취지인 것이다{이러한 논란은 이미 구 〈도시재개발법〉 시절에도 있었던 것으로 이에 대해 구 건설교통부는 〈도시재개발법〉 제37조제3항의 용도폐지규정은 국공유지에 대한 평가 등과는 관계없이 매각에 따른 행정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사업시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 한 바 있다. 건설교통부 토정58342-123(1997.1.29), 참조}.
 
 
기나긴 국유재산법의 그림자
이러한 다툼의 기저에는 재개발구역 내 국공유재산 매각감정시 ‘우선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국유재산법인가 아니면 도정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강제수용이 가능한 공익사업의 사업시행자인 재개발조합이 구역 내 국공유지를 취득하는 경우 〈토지보상법〉에 따른 보상평가액으로 취득케 하는 근거법규였던 구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37조의2(현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2조제8항)가 2004년 4월 6일 개정되면서 강행규정에서 임의규정으로 변경된 것과 밀접히 연관된다.
 

기획재정부는 그 개정취지에 대해 “공익사업법에 따라 산정한 보상액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동법시행령 제37조에 따라 시가를 참작하여 결정한 가격을 처분가격으로 할 수 있음. 이는 국유지가 헐값매각되는 문제점 등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동법시행령 제37조의2의 규정을 “∼처분가격으로 한다”에서 “∼처분가격으로 할 수 있다”로 개정(2004.4.6)한 것임”이라고 한 바 있다.
 

감정평가 일반이론이 ‘가격시점 당시의 현황대로’ 평가할 것을 주문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국공유재산 매각평가의 논리(개별적 획지조건 등과 일단지로 이용될 경우의 기여도 감안)는 ‘현황기준평가’라는 일반적인 감정평가이론 및 토지보상 평가원칙과는 상이한, 이른바 ‘조건부 평가’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부평가와 토지보상평가법리는 결정적으로 ‘현황’평가라는 지점에서 부딪히게 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기획재정부의 입장대로라면 ‘헐값매각’에 따른 문제점)를 ‘입법으로’ 해결한 것이 2004년의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인 셈이다.
 

2004년도의 시행령 개정은 결과적으로 국공유재산 매각시 〈토지보상법〉 적용여부를 행정청의 판단에 일임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는 데, 토지보상평가법리를 전면부정하고 국유재산 매각논리만을 주장하는 ‘2007 지침’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몇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정비구역 내 국공유지 처분은 무엇보다도 관리처분이라는 큰 틀 속에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관리처분은 특성상 ‘형평’을 생명으로 한다. 즉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감정평가 시 인근 토지와 형평이 깨지게 될 경우 가장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개발구역 내 자연발생적 도로가 사유지라면 〈토지보상법〉에 따라 인근토지 가격의 1/3 이내로 평가하면서, 국공유지는 〈국유재산법〉을 우선 적용하여 같은 성격의 도로를 2배, 3배 높게 평가한다면 관리처분의 형평이라는 법적 가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법적용의 일관성 혹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불안하고 비합리적이라는 점이다. 즉 행정청이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따라 가격이 낮다고 판단되면 다른 모든 토지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평가함에도 불구하고 국공유지만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토지보상법〉이 아닌 〈국유재산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기준이 제시된 것도 아니고 단지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판단의 주체, 판단기준 등이 전부 행정청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너무나도 일관성 없는 법 적용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댐건설이나 공원조성을 위해 수용하는 지역 내에 국공유지가 있다면 행정청은 장래 사업목적물인 댐·공원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할 지 아니면 보상평가법리에 따라 현황평가를 주장할지 궁금할 뿐이다.
 
1심 법원은 일방이 제시한 매매금액을 다른 일방은 얼마든지 거절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매매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할 때에는 〈도정법〉 제38조에 따라 조합이 토지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의 이면에는 수용절차에 들어가면 (국유재산 매각논리에 따른) 대지(垈地) 기준 평가액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매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관점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상기한 것처럼 2004년의 〈국유재산법〉 시행령개정으로 인해 과연 수용재결보상금액이 대지를 기준으로 평가한 금액보다 낮아지게 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는 사정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1심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조합이 굳이 사법상 협의매매로 국공유지를 매수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왜 현실에서는 그리 되지 않는지를 사법부가 도외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행정안전부의 ‘공유재산 관리·처분기준’은 공유재산 소유권 확보 전 일체의 착공 불가라고 못 박고 있고, 〈도정법〉 제4조제10항은 정비계획수립단계부터 국공유재산 관리청의 ‘의견청취’를 의무화하고 있다. 건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서 ‘착공불가’라는 조건보다 더 조합을 ‘궁박’하게 하는 것이 있을까? 1심 재판부의 지적대로라면 조합은 ‘궁박’한 사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훨씬 낮은 가격에 수용하면 될 토지를 자신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지도 않은 행정청이 제시한 비싼 금액대로 매수하는 바보같은 계약을 체결하는 셈이다. 법리적으로야 ‘불공정법률행위’를 구성할 만한 요건이 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정비사업 ‘현실’에서 ‘착공불가’라는 부관 앞에 한 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사법부의 이해가 아쉬운 대목이다.
 
 
에필로그
결과적으로 이번 대법원 판결 및 파기환송심 판결로 중요한 논점 대부분이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결론이 난 사안에 대해 다시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현장의 재개발조합에 미칠 파장 등의 여러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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