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수 연구위원-- ‘공공관리’의 섣부른 평가와 확대 부작용
장성수 연구위원-- ‘공공관리’의 섣부른 평가와 확대 부작용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06.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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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14:03 입력
  
장 성 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9년 7월 서울시가 처음으로 도입한 공공관리 제도는 도시정비사업 전반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해 계획수립 단계부터 사업 완료까지 구청장이나 SH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제도 운영에 따른 비용부담은 사업시행 인가부터 시공자 선정까지는 공공이 비용을 부담하고, 시공자 선정 이후에는 조합이 비용을 부담한다. 동 제도는 오는 7월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관련근거를 마련하고 서울 및 전국 주택정비사업 현장에 적용을 앞두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공공관리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은 총 17곳으로서 2009년 7월 1차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곳과 한남뉴타운 5곳(2차), 금호23구역 재개발, 방화6구역 재건축(3차) 등이다.
 
1차 성수지구 1~4구역은 ‘공공관리 제도’의 첫 시범지구로 지정된 곳으로 지난해 8월 중순 주민설명회와 함께 지구계획 공람공고에 들어갔다. 지구계획이 공람되면 곧바로 조합이 설립돼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는 셈이다.
 
서울시 측은 “1년 이상 걸리던 추진위원회 구성이 2개월로 단축됐다”며 공공관리 제도의 시행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이어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후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현재 조합설립을 준비하고 있어 곧 정비계획이 공고되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성수지구의 경우 추진위원장 선출 때 서울시가 선거관리를 전자투표로 진행하여 재개발 현장에서 관례화(?)된 OS용역직원들의 움직임이 사라져 많은 사회적 비용을 절약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관리 제도의 도입을 성공적이라 자평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치적이라 치켜 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공관리 제도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시의 평가는 제법 부풀려진 것 같다. 이미 성수지구에서는 입찰 자격을 얻지 못한 정비업체들의 소송 제기로 1·2·3지구에서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2차 시범지구인 한남재정비촉진구역은 2009년 10월 재정비촉진계획을 고시하고 올해 1월 예비추진위원장 선거를 치렀다. 현재 추진위 승인을 받은 5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구역은 추진위 설립을 위해 동의서를 받는 단계다.
 
한남뉴타운은 2002년 이후 계속 재정비촉진계획이 미뤄지면서 사업이 지연돼 지난 6~7년 동안 각종 추진위원회가 난립하여 공공관리 제도 도입에 따른 반발이 적지 않은 곳으로서 현재도 정비업체로 선정된 업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지금까지 시범지구에서의 공공관리제도는 주택정비사업 단계 중 비교적 문제의 소지가 적은 단계까지만 시행돼 큰 문제가 불거질 상황이 아니었다.
 
즉 사업시행인가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시공자 선정과 철거, 이주 등의 문제에 대해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공공관리 제도의 공과를 논의할 상황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 자체가 완비된 것이 아니고 제도 정비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섣부른 평가와 이에 따른 적용범위 확대는 다분히 위험하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가 시공자 선정시기를 서울시가 2010년 3월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사업시행인가 후로 명시한 것이다. 〈도정법〉 상 이전까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시공자 선정시기는 ‘조합설립 이후’다. 이는 법률과 조례와의 위계를 생각하면 자명한 일이라 하겠다. 물론 서울시는 〈도정법〉을 개정하면서 개정안 제77조에서 시공자 선정 방법 등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 측면에서 어긋나 보인다.
 
용산사태 이후 대책으로 공공이 제도개선으로 들고 나온 공공관리 제도는 주택정비사업에서의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포장된 것일 뿐, 공공이 근본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해야 할 세입자의 주거안정, 영업권의 정당 보상과 같은 주택정비사업의 핵심적인 사항은 손도 못대고, 지엽적인 사업절차 측면에만 집착한 듯하다.
 
그러니까 풀어야 할 문제의 핵심은 손대지 않고 절차의 정비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공익성 제고와 공공성 강화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공공성 제고는 정책의 목표가 결코 아니며,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주택정비사업에서의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여 궁극적으로 공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공공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 무턱대고 공공성을 강화한다고 해서 주택정비사업의 문제점이 해결되고 공익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과관계에 대해 서울시 등 정책 당국자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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