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표준동의서 비용분담 사항 구체적이지 않아도 위법 아니다”
대법원 “표준동의서 비용분담 사항 구체적이지 않아도 위법 아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담긴 뜻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04.2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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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2 16:50 입력
  
조합설립 무효소송서 ‘조합 줄승소’ 예고
 
 
취소소송도 100% 조합승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그동안 추진위 운영규정 상의 표준동의서에 기초한 조합설립인가가 적법한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에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행정법원이나 고등법원에서도 이번 판결에 입각해서 판결을 내릴 것이기 때문에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소송을 겪고 있는 조합들의 경우 승소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판결이다.”

지난 8일 대법원 제3부의 판결에 대해 재건축·재개발 전문변호사들이 내린 공통된 의견이다.

 
‘비용분담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제기된 조합설립 취소나 무효소송의 경우 결국 조합승소로 굳어지게 됐다.
 
지난 8일 대법원 제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운영규정 표준동의서가 비용분담에 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고해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규칙 별지로 격상된 신 동의서의 경우 당연히 유효하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표준동의서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적법하다고 판시했기 때문에 시행규칙도 당연히 적법하다는 얘기다.
 
법부법인 조율의 지철호 변호사는 “그동안 비용분담 사항을 두고 유효와 무효 판례가 난립됐는데 이번 판결로 조합이 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며 “시행규칙 별지로 격상된 동의서의 경우 표준동의서와 비교해 비례율 등이 더 기재된 것으로 당연히 유효”라고 설명했다.
 
매도청구 소송이나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인가 취소나 무효 소송에서도 조합승소 쪽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는 데 대부분의 변호사들도 의견을 같이 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근거로 제기된 조합설립인가 취소나 무효 소송은 이번 판결로 모두 정리됐다”며 “재건축조합의 매도청구 소송도 절차만 준수한다면 조합승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P 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도 “비용분담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제기된 조합설립 취소나 무효소송 외에도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인가의 취소나 무효 소송도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모두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의 구체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종래 재건축결의의 경우 사실상 재건축결의 내용 자체 외에는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재건축결의 무효 사례가 잦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소송에서 〈도정법〉상 조합설립 동의의 경우 동의서 외에도 정관 등 기타 자료를 통해 비용분담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대구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언급하면서 표준동의서의 법규적 효력을 인정했다”며 “서울시의 경우에도 조례에서 표준동의서의 법규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표준동의서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에 대해 조합설립 무효가 아닌 취소소송에서도 100% 조합승소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동성종합법률사무소의 김태경 변호사는 “최소한 표준동의서의 비용분담에 관한 기준이 구체성이 없어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라며 “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 무효인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설립인가 취소소송까지 전체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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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화1-1 도시환경정비도 서울고법으로 환송
 

■ 케이스 스터디

사실상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중인 서울시 중구 순화1-1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의 경우에도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됐다.
 
지난 8일 대법원 제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윤모씨등 주민 3명이 순화1-1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에서 “민사소송에 있어 행정처분의 당연무효 여부가 선결문제로 되는 때에는 이를 판단해 당연 무효임을 전제로 판결할 수 있고 반드시 행정소송 등의 절차에 의해 취소나 무효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당연무효 사유에 대한 판단도 하지 않은채 피고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한 데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판단을 유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사건을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다만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조합설립이나 관리처분의 무효여부를 민사소송에서도 판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세금이 과다부과 처분됐을 경우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이 좋은 예가 된다.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은 민사소송이지만 세금 과다부과 처분 취소는 행정소송이다. 부당이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세금 과다부과 처분에 대한 심리를 민사소송에서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행정처분의 당연무효 여부가 선결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리를 거치지 않은 점을 들어 환송한 것이다. 물론 행정처분의 당연무효에 대한 판단은 서울고등법원 민사부가 내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판단이 그대로 유효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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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동의서 징구한 후
보충 절차를 거쳤다면?
 

■ 핫 이슈

조합설립과 관련해 백지동의서를 징구했다거나, 동의율 미달인 경우 이미 무효라고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공란 동의서를 징구한 뒤 보충한 경우에는 상급심 판단이 나올때까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최근 판결 추세는 공란 후 보충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1월 28일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주민 이모씨등 75명이 부산시 해운대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 인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동의서에 법정사항의 기재가 누락돼 있음에도 이를 유효한 동의로 처리해 조합설립을 인가한 처분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공란상태인 동의서를 징구한 뒤 인가신청시 보완한 경우 이때에도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취소 또는 무효인지 문제가 된다.
 
이와 비슷한 판결로 지난해 12월 23일 주민 윤모씨등 9명이 서울시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 인가취소’ 소송이 있다.
 
당시 소송에서 조합은 “조합설립동의서에는 ‘조합설립 및 정비사업 내용 동의는 사업시행인가 내용, 시공자 등과의 계약 내용 및 사업비 지출 내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내용이 변경되거나 이에 따라 조합원 청산금 등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추후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된 내용으로 변경키로 하고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된 내용에 대해 별도 동의서 제출없이 본 동의서에 갈음하는 것에 동의합니다’라고 기재돼 있다”며 “그 후 사업구역의 축소변경에 따라 조합창립총회에서 ‘사업시행안 결의의 건’이 통과됐기 때문에 당초에 제출된 동의서는 총회 결의를 거침으로써 새로운 동의서의 제출이 없더라도 유효하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조용구 판사)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판결에 불복한 구청과 조합은 1월 19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 1월 20일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서태환 판사)는 주민 고모씨등 6명이 서울시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 인가취소’ 소송에서 보다 더 엄격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동의서의 본질적 내용인 신축건축물의 설계개요란 등을 공란으로 한 채 제출받은 동의서는 무효”라며 “설령 동의서 징구시 향후 공란 부분에 대한 보충권 등을 위임 받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구청과 조합은 2월 11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바로 다음날인 1월 21일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이진만 판사)도 주민 이모씨 등 4명이 서울시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 인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창립총회의 결의 그 자체로 공란 보충권한이 적법하게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문서의 보충행위는 문서의 명의자로부터 작성권한을 위임받아 이뤄져야 한다”며 “조합설립동의서는 사업참여 여부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개별적 의사가 표시된 문서이고 그 작성 명의자는 토지등소유자 개인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충권한 위임 역시 해당 토지등소유자로부터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합패소 판결을 내렸다. 구청과 조합은 2월 16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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