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신 대표-- 공공관리제도 시행시 예상되는 문제는 뭘까
박순신 대표-- 공공관리제도 시행시 예상되는 문제는 뭘까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04.0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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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10:50 입력
  
정비업체 능력검증 한계… 민원·혈세낭비 불보듯
 
 
공공관리를 위한 예산확보 선행이 필수적
구체적인 적용사업 선별 기준을 제정해야
 
 
박 순 신  이너시티 대표이사
 

국회는 지난달 18일 임시회의를 열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여 지난 1년여 동안 논의하였던 정비사업의 공공관리를 법제화 했다. 서울시는 재건축, 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조합이 부족한 전문성과 자금의 조달을 관련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고, 이를 고리로 하여 정비사업 초기단계부터 정비업체, 시공사, 철거업체 등과 유착하여 부정과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시각을 견지해 왔다.
 
또 추진위원회의 난립으로 주민갈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업기간이 연장되면서 사업비가 추가되어 결국 토지등소유자의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주택정비사업이 완료된 후 원주민과 세입자들이 다시 돌아와 사는 재정착률은 낮은 실정이고, 아예 투기장으로 변질된 것이 정비사업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따라서 지난해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공공이 사업초기부터 비용부담을 해 깨끗하고 투명한 정비사업 되도록 한다는 취지의 공공관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성수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시범사업으로 하고, 이를 법제화 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 활동을 벌인 결과 지난 3월 18일에 〈도정법〉이 개정되면서 그 뜻을 이뤘다.
 
공공관리제도의 주요내용

이번 〈도정법〉의 개정 내용 중에서 공공관리 제도와 관련한 부분을 정리하여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은 총회 의결을 통해 추진위원회 위원 또는 조합임원의 선출에 관한 선거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할 수 있다.
 
둘째, 시·도 조례로 정하는 정비사업에 대하여 공공관리를 시행할 수 있고, 공공관리를 시행하기 위한 부담은 시장·군수가 한다. 공공관리자 또는 위탁관리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자를 선정할 수 있고, 선정된 정비업체에 대해서는 법에서 정한 선정방법(경쟁입찰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셋째, 공공에서 선정된 정비업체의 역할은 동의서 징구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작성지원, 그 밖에 시·도 조례가 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에 개정된 공공관리 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공이 정비업체를 선정하여 추진위원회 동의서 징구를 하고, 그 업체를 해당 정비사업의 정비업체로 수의계약 한다’라고 할 수 있다.
 
성수지구 공공관리의 성과

이번 법 개정을 하기 전에 서울시가 시범지구로 지정하여 공공관리 제도를 운영하였던 성수지구의 경우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법적인 내용(구역지정이전에 추진위원회 설립, 정비업체를 수의 계약으로 유도 등)을 제외하고 공공관리의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수지구의 경우 성동구청에서 지난해 8월 입찰을 통해서 정비업체를 선정한 후 추진위원회 위원장과 감사를 선출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집행부를 구성하고 동의서를 징구하였는데 단시간내에 50%가 징구 완료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공공관리의 성과가 작지 않다’라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관리를 통해 사업의 투명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난립하였던 추진위원회를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단일화 하였으며, 또한 동의서제출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했다는 것은 높은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들이 정말 공공관리 제도이기 때문인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공공관리 제도를 통하면 조합원의 부담금을 1억원 씩이나 줄일 수 있다는 언론 홍보를 대대적으로 한 것이 주효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왜냐하면 공공관리를 실시하자고 민원을 제기하는 여러 정비사업구역 주민들의 기대는 부담을 1억원이나 경감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즉, 조합원이 내야하는 부담금 1억원이 공공관리를 실시하면 부담금 0원이 되는 마법과도 같은 제도라고, 일반 업체도 아닌 서울시가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마다할 조합원들이 어디 있었겠는가.
 
바람직한 운영을 위한 제언

공공관리 제도가 법제화 되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법제도로서 시행될 것이다. 이에 공공관리에 대한 앞으로의 역할과 예상되는 문제들을 생각해보고 바람직한 공공관리 제도의 운영방향에 대해서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공공관리 제도의 도입취지와 법률적 한계는 무엇인가?

공공관리 제도의 도입 이유는 건설사를 비롯한 정비업체 등의 과도한 개입과 여러 추진단체의 난립으로 인해 추진주체와 업체간의 유착이 만연했고, 이것이 비리의 연결고리가 되면서 사업비용의 증가로 인한 토지등소유자의 부담 가중은 물론 주민간 갈등의 확산으로 이어져 사업지연 및 사회문제로 번지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공공관리를 통해 해소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개정된 법률에서의 공공관리 제도는 추진위원회 동의서 징구를 공공의 부담으로 하고 있을 뿐 추진위원회의 설립이후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추진위설립 이후에 필요한 운영비 등을 다시 정비업체 등 협력업체를 통해 조달하는 구조라면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 크게 있을 수 있는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관리의 법률적 개념과 역할도 불분명한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공관리가 공공이 선정한 정비업체를 관리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합이나 조합의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모두를 포함하여 정비사업을 관리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자칫 동의서를 징구하기 위하여 공공에서 재정을 투입하고, 그것을 빌미로 정비업체만 공공에서 선정하고 마는, 그래서 이권에 개입한다는 오해만 살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개정 법률의 한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 공공관리를 위한 예산확보 선행이 필수적이다.

공공관리의 비용부담은 공공관리를 시행하는 시장과 구청장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 당장 집행할 수 있는 지자체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공관리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지 가늠해 보기위해 정비기금을 살펴보면, 지자체에서 넉넉하게 정비기금을 확보하여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를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렵다.
 
개정된 법률에 의하여 공공관리를 위해서는 우선 일선 지자체의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예산 없이는 공공관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관리가 서울시만을 위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사실이다.재정적인 이유로 정비사업의 공공관리를 선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 재해위험 등으로 정비사업이 시급한 곳 위주로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공공관리 적용사업 선별 기준의 제정이 필요하다.

공공관리 적용 사업은 시·도 조례로 정하고 있어 각 시·도가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마련해야겠지만, 모든 정비사업을 공공관리할 수 없다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한 후 시행되어야 한다.
 
개정법에서 공공관리의 역할이 추진위원회의 설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 정도의 역할로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선정절차와 기준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혹시나 공공관리 사업 대상에 공공관리를 실시하지 않아도 주민들 스스로 잘 해나가는 곳을 선정하여 생색만 내고, 실제로 사업이 어려워 추진이 더딘 곳은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4. 정비업체 선정과 역할은 무엇인가?

정비업체의 선정방법과 절차는 이미 서울에서도 논란이 있었듯이 지자체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한다는 오해를 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공공관리에서 정비업체의 역할이 동의서 징구이기 때문이다.
 
동의서를 징구하는 업체를 자본금, 인력, 사업수행경험 등을 통해서 평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기준인지는 의문이다. 동의서 징구를 잘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OS라고 불리는 분들이다.
 
하지만 동의서 징구업무를 위해 선정된 정비업체를 조합의 정식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로 수의계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공공에서 선정하는 정비업체가 저가 덤핑을 통하여 조합과 수의계약을 목적으로 입찰에 참여한다면 이것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공이 선정한 업체를 조합이 수의계약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재개발사업에서 공공이 사업시행을 하는 경우 주민들의 권리보장과 업체에 대한 선택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시공자선정은 주민들이 하고, 공공의 사업시행자는 이렇게 선정된 시공자와 계약하도록 하는 제도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5. 공공관리 제도의 역기능은 없을까?

〈도정법〉에서는 정비업체의 선정이 강제사항이 아니라 사업시행자의 선택사항이다. 그런데 이것이 자칫 공공에서 강제적으로 반드시 정비업체를 두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공에서 선정된 정비업체의 능력을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어 자칫 무능한 업체를 선정하였을 경우, 주민과 조합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받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또 공공관리 제도를 통하여 추진위원회 구성을 하였으나 사업성 부족으로 조합설립 등 사업추진이 더딜 경우 시민의 세금만 축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서울과 같은 무조건적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경기도와 다른 지방에서도 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초기부터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업성에 대한 설명이나 자료 제시를 공공에서 하지 않고, 공공에서 추진위원회 동의서 정비업체를 활용하여 동의서 징구를 하는 것이 과연 문제해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하여 일선 지자체에서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공공관리 제도가 도입취지를 충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부디 제도가 도입취지에 맞춰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같이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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