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김영진 변호사>최근 판결 추세를 보면서
<열린광장 김영진 변호사>최근 판결 추세를 보면서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02.2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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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 13:49 입력
  
김영진
변호사/법무법인 우면
 

최근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새로운 판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판결 중에서 조합설립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조합설립행위 및 그 인가의 법적 성질을 명쾌하게 밝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이 판결은 조합설립행위를 설권적 처분으로 봄으로써 조합설립과 관련된 분쟁을 인가처분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며, 관할 구청에서도 인가처분을 위하여 충실한 심사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도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정비구역 지정 고시 없이 행하여지는 시장·군수의 재개발 추진위 설립승인이 무효라는 판결은 논리적으로 명쾌한 맛이 있을지는 몰라도 재개발 현장의 실상은 반영되지 않았다. 또 법리의 적용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해서도 분명하지 않은 면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판결이 나온 이후로 같은 유형의 소송이 서울행정법원 23건을 포함, 전국적으로 50건 이상의 관련 소송이 새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인가받은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 준비행위를 한 것 역시 무효라고 보아야 하므로 조합설립도 무효라는 논리로 조합설립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도 제기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모든 단계에서 관련 행정처분과 토지등소유자들의 행위가 무효,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규정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부실한 법령은 분쟁을 부르고 그 분쟁으로 인해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법률 전문가들이 보아도 최종적인 대법원 판단을 미리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도정법〉의 규정은 분명하지 않다.
 
법률 전문가도 아닌 토지등소유자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합을 설립하여 사업을 추진하면서 복잡하고 부실한 〈도정법〉 조문을 제대로 해석하여 적용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에도 “추진위 운영규정상 조합설립동의서 양식 중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서면에 의한 동의는 법률상 효력이 없다”며 재건축조합이 제기한 매도청구소송을 기각한 판결이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동의서 양식은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표준운영규정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각 시·도의 조례도 국토부 고시에서 정한 동의서 양식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국토부의 표준운영규정 고시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이 있으므로 그 양식대로 동의서를 징구한 이상 비용분담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조합설립동의를 무효하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취소 사유도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에 대해 법원 판단에 혼선이 초래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도정법〉 제16조제2항이 “주택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제1항 및 제2항에 불구하고”라고 규정하고 제39조에서 “〈집합건물법〉 제48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데서 생긴 것이다. 〈도정법〉 전체 체계에서 볼 때 전자는 불필요한 부분이고 후자는 준용할 것이 아니라 〈도정법〉에 직접 규정하는 것이 맞다.
 
만일 동의서 양식대로 동의를 받았다가 조합설립인가가 무효 혹은 취소될 경우 조합원들은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가? 투입된 막대한 비용은 고시를 잘못한 국가가 책임져줄 것인가? 답답한 노릇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가 불완전 동의서(백지 동의서)에 대한 실태를 파악한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실태 파악뿐만 아니라, 동의서는 어떤 양식을 사용하였는지, 정비구역 지정 고시 없이 추진위가 승인된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조례상 구역지정 요건이 완화되어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는 추진위원회는 얼마나 되는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여야 한다.
 
추진위나 조합은 이들 문제에 대해 전국적인 통계를 법원에 현출하여 정비사업 현장의 실태를 설명해고 법원을 설득해야 한다.
 
법원도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정비사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맹성과 대책 마련을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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