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회사 정비사업 참여만 급하게 열어줘 부작용 불렀다
신탁회사 정비사업 참여만 급하게 열어줘 부작용 불렀다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7.03.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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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등 대표기구 있어야 신속한 추진 가능
신탁사 독단 막기위한 관련 법 규정 마련 절실

지난해 3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으로 신탁사 참여의 길이 열린지 1년이 지났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신탁회사의 참여만 급하게 규정했을 뿐 관련 법 규정이 미비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회피라는 수단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가운데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제도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탁방식은 본래의 취지를 잃고 외면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신탁방식이 초과이익환수제 회피라는 과장된 홍보를 통해서가 아닌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현실을 고려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며 “사업 전반을 놓고 보더라도 개인과 신탁사 사이에 주민대표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법제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추진위의 힘으로 40일 만에 동의율 75% 돌파”

신탁사들은 재건축 단지들을 대상으로 신탁방식을 홍보하면서 추진위와 조합설립이 필요 없어 사업 추진이 빠르다는 점을 큰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 아직 신탁계약은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토지등소유자 75%의 동의서를 징구 후 약 40일 만에 완료했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추진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과이익환수제 회피에 모든 주민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도 있었지만 가칭 추진위가 존재했기에 단기간에 동의율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신탁방식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해당 추진위가 작년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자산신탁을 선정해 업무협약을 맺고, 함께 홍보와 동의서 징구에 나서 동의율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초과이익환수제 회피라는 과장홍보도 있었지만 추진위가 존재했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며 “추진위가 없다면 신탁사가 단독으로 동의서 징구에 나서야 되기 때문에 동의서 징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추진위 설립 명문화 필요”

전문가들은 신탁방식에도 조합방식과 마찬가지로 1개의 추진위를 설립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탁방식을 택하는 정비사업구역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는 상황에서 한 사업장에서 여러 추진위가 존재한다면 사업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탁사의 입장에서도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않은 가칭 추진위로는 사업시행자 지정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사업비 투입이 어렵다.

시범아파트 추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이 사업시행자 지정 전까지 투입하는 비용을 자체 영업비용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여러 곳의 정비사업장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 사업시행자 지정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신탁사가 사업비용 부담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합방식과 같은 75%의 주민 동의와 토지면적 1/3의 신탁계약도 체결해야 되는데 초과이익환수제 회피라는 특수한 상황마저 사라진다면 주민동의를 위한 홍보비용은 조합방식보다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업시행자 지정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영리업체인 신탁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가칭 추진위의 대표성도 문제다.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통해 지자체의 승인을 받은 추진위가 아닌 가칭 추진위가 신탁사의 선정과정에서 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과거 조합방식에도 추진위 승인 단계가 없어 한 현장에 5~6개의 가칭 추진위가 난무해 혼란이 많았다”며 “신탁방식도 대규모 사업지에서 추진위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합방식과 같은 추진위 설립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시행자 지정 후 신탁사의 독단 막기 위해서도 주민대표기구 필요

신탁사는 신탁방식이 주요한 의사결정을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의결을 거치기 때문에 주민이 원하는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체회의를 통해서 주민 의사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적극적으로 주민의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주민대표기구를 통해 신탁사와 사업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민대표기구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범아파트 주민은 “계획에 따르면 사업시행자 지정 후 정비사업위원회를 구성한다고는 하지만 조합과 같이 도정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안하다”며 “주민이 원하는 사업이 되기 위해 도정법에서 이를 명문화 하고 역할과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신탁사 입장에서도 모든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대표기구를 통해 조율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정비업체 대표는 “신탁사가 아무런 견제 없이 전체회의를 통해서만 사업을 추진하면 주민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민의사 반영을 위해 전체회의에 무게를 둔다면 신탁사의 역할이 정비업체와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주민대표기구를 설립해 신탁사를 견제하는 한편 신탁사와 신속한 의견조율을 할 수 있도록 해야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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