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조합 발주 공사·용역 일반경쟁 입찰 의무화 … 조합 ‘초비상’
정비사업 조합 발주 공사·용역 일반경쟁 입찰 의무화 … 조합 ‘초비상’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7.07.2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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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향응 금지 대상 모든 계약 체결로 확대
정비업계 “비용 늘고 용역 품질 저하 불 보듯”

앞으로 재개발·재건축조합에서 발주하는 모든 용역은 원칙적으로 일반경쟁 입찰방식으로 선정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에 재개발·재건축조합 및 정비업계는 많게는 수십 곳에 달하는 용역업체를 일반경쟁 방식으로 선정할 경우 사업 장기화는 물론 이에 따른 사업비용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현 정비사업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합 발주 모든 공사·용역 대상…비리행위 사전 차단

내년 2월 9일부터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과정에서 조합이 발주한 모든 용역의 계약 형태가 수의계약에서 일반경쟁으로 전환된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현행 도정법에서는 시공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그리고 설계자, 감정평가사 등에 대해서만 일반경쟁 입찰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그 이외의 용역업체 선정에 대한 방법은 조합의 정관 등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에서 발주하는 공사·용역 등 모든 정비사업의 계약은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계약규모, 재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지명경쟁이나 수의계약을 허용하도록 했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를 초과하는 계약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금품·향응 등 수수행위 금지대상을 현행 시공자, 설계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의 모든 계약 체결로 확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기로 했다.

공사·용역 등의 계약 방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추진위원장, 조합임원 또는 전문조합관리인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 조합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또한 용역업체 선정 관련 금품·향응 제공 행위에 대해 제공자나 수수자가 자수하는 경우에는 형벌을 감면하고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특히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때 사업시행인가 단계보다 조합원의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한 경우 시장이나 군수가 해당 계획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하게 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이밖에 개정안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에 위탁자도 조합원과 동일하게 1세대1가구 분양원칙을 적용하도록 해 정비사업 방식에 따른 분양권의 형평성을 제고했다.

김현아 의원은 “이번 개정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 운영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업성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당한 시간·비용 소요…용역 품질저하 문제 야기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조합 및 정비업계는 향후 사업 장기화는 물론 이에 따른 사업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현재에도 예산으로 정하지 않은 계약은 미리 총회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계약이 늦어짐으로 인해 사실상 손해를 입는 조합이 많다”며 “일반경쟁 입찰방식의 경우 공고, 현장설명회, 선정과정, 총회결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단순히 총회를 거치는 경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절차로 구성돼 있어 사업 지연으로 인한 조합의 손해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임원의 업체선정 비리는 근본적으로 투명하지 못한 일부 조합임원이 문제지 계약방법이 잘못돼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일반경쟁을 통해 사업 규모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선정될 경우 용역의 품질 저하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모든 협력업체를 일반경쟁 방식으로 선정할 경우 업체들 간 수주 경쟁이 더욱 격화돼 저가투찰 시도를 막기 어려워지며 이는 곧 공사 등 해당사업의 품질저하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며 “따라서 현행처럼 제한경쟁입찰이나 지명경쟁입찰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여건으로 인해 협력업체 선정을 지명경쟁 혹은 제한경쟁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조합들이 많다”며 “모든 협력업체 선정을 일반경쟁 방식으로 의무화할 경우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의 폭을 좀 더 확대해야 된다”고 말했다.

홍봉주 H&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조합임원의 업체선정 비리는 근본적으로 투명하지 못한 일부 조합임원이 문제지 계약방법이 잘못돼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경쟁으로 업체를 선정해도 조합임원이 정직하지 못하면 비리의 사슬은 끊을 수 없다”며 “문제의 원인과 이에 대한 처방이 틀린 개정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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