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리모델링사업 너무 수수방관, 잘못된 선입관에 시장도 멍들었죠”
“정부 리모델링사업 너무 수수방관, 잘못된 선입관에 시장도 멍들었죠”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9.10.28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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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8 17:37 입력
  
추진위원회 지원 역할 장치가 없는데도
조합설립 후 시공자 선정하는 것은 문제
 

 ■ 김진호 회장 프로필
△1955년 경기도 남양주 출생
△1977년 인하대 토목과 졸업
△1981년 건국대 경영대학원 졸업 (석사)
△2006년 한신공영(주) 사장
△2007년 한국리모델링협회 회장
△2008년 3월 우림건설 사장 (영업 및 시공부문)
△2008년 7월 우림건설 총괄 사장
 
 
김진호   
한국리모델링협회 회장
 

리모델링사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초부터 주택 경기 활성화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리모델링 정책은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MB정부의 주택 정책 초점에서 리모델링이 제외돼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활성화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리모델링 침체는 더욱 가속화됐다. 최근의 시공자 선정 기준 도입 역시 마지막 남아 있던 활성화 기대에 실망감을 더했다.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수수방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황을 보다 못한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이 연합회를 만들어 정부와의 직접 대화에 나섰다.
 
 
수 년 전 리모델링을 유도할 때와는 달리, 현재 침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분노가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최근 상황에 대해 김진호 한국리모델링협회장은 “정부가 리모델링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정부는 리모델링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오히려 직접 나서 리모델링에 대한 문호를 더욱 열어줘야 한다”며 “문호 개방을 해주면 민간에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해결방안 제시와 함께 리모델링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1년 9월 5일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협회가 올해로 9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협회 출범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침체 상황은 협회의 할 일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항상 해외 출장 등으로 바쁜 김 회장을 그가 총괄사장으로 있는 우림건설 본사에서 지난 7일 만나 향후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들었다. 협회는 지난달 초 협회 창립일인 9월 5일을 ‘리모델링의 날’로 선포하고 매년 관련 행사를 개최하기로 다짐하며 리모델링 활성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섰다.
 

▲리모델링이 필요한 이유는=리모델링의 필요성은 명백하다. 자원을 재활용해 환경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세계의 추세가 변하고 있다. 석탄연료 사용이 줄어들고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에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개발되고 수소자동차가 연구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는 등 환경 문제가 경제 문제와 직결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리모델링 산업의 발전이 시급하다. 해외 선진국에는 리모델링사업이 건설산업의 한 축으로 이미 자리 잡았으며 이제는 발전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빨리 리모델링 산업을 발전시켜 리모델링 기술을 해외에 수출해야 한다.
 

▲리모델링의 장점은=주민 입장에서 더 적은 비용에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 대부분을 그대로 사용한다. 철거량이 많지 않아 철거에 따른 사회적 비용 발생도 줄일 수 있다. 사업추진 방법도 재건축에 비해 간단하니 그만큼 사업기간도 짧아진다. 사업기간이 짧아지면 금융비용도 적어진다. 또한 공사비도 저렴하다.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면 현장에서의 공사 기술 개발로 공사비용은 더욱 절감되니 일석이조다. 안전은 전문가들이 확실하게 책임진다. 정부가 각종 안전 점검 시스템을 제도에 도입할 수도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기존 커뮤니티를 보호할 수 있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수 십년간 형성돼 온 커뮤니티가 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던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는 그에 걸맞는 경제력 있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 재건축 또한 마찬가지다. 소형아파트가 중대형아파트로 변하고, 세대수 증가가 이뤄지면서 커뮤니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리모델링은 사회적 변화의 충격이 적어 기존 커뮤니티가 그대로 보존된다. 정해진 아파트 면적에서 아파트 동호수 역시 그대로다. 수 십년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커뮤니티가 개발사업 과정에서 파괴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왜 리모델링 분야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가=리모델링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와 정부 당국자들이 리모델링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선입견에 의해 리모델링을 판단하고 있고 그런 생각들이 리모델링 발전을 막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리모델링은 구조적으로 위험하고, 평면이 나빠 결국 투입 비용 대비 산출 결과가 재건축보다 열악하다는 선입견이다. 이 선입견이 국민들과 정부 당국자의 합리적 판단을 가로 막고 있는 게 문제다.
 

정부가 리모델링 활성화 의지를 가지고 일정한 제도 개선을 해 준다면 재건축에 뒤떨어지지 않는 리모델링 아파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민간기업은 활동의 장을 만들어주면 그 곳에서 다양한 문제해결 방안을 만들어내는 생리를 가졌다.
 

리모델링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협회 관계자들과 1년에 한 번씩 해외에 나간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다. 밖에 나가서 많이 보고 느끼라는 것이다. 일본과 서유럽 지역을 자주 간다. 특히 일본은 리모델링산업이 상당히 발전해 있다. 오피스텔이 금세 병원으로 바뀌고 병원이 쇼핑센터로 바뀐다. 사회적 필요에 따라 금세 변할 수 있는 적응력이 뛰어난 것이 리모델링이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기술들도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기술발전 필요성이 제기돼야 기술발전이 이뤄진다. 일본에서는 수직증축도 이뤄지는 등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다양한 리모델링 시공 기술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 주민들이 리모델링 연합회를 만들며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연합회 측에서 원한다면 기술지원과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그 구분은 분명히 할 예정이다. 협회는 협회 차원의 입장과 목표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당초의 협회 설립의 취지에 맞는 운영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정부 당국자에게 주문하고 싶은 점은=선입견에서 벗어나 리모델링의 진면목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다. 빈약한 현행 국내 리모델링 제도에 의해 만들어진 몇 개의 리모델링 사례를 리모델링의 한계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환경보호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리모델링 제도는 원래 정부가 활성화를 주도해서 끌고 나가야 하는 게 맞다. ‘환경’이라는 공공재는 사실상 민간의 관심이 높지 않은 분야지만 그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정부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제시하고 유도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상황은 이와 달라 안타깝다. 민간에서 리모델링 시장을 활성화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막고 있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최근 수직증축 내용이 제기되면서 정부 당국자가 구조 안전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미 건축구조기술사협회에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국토해양부에 보낸 바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참여한다면 민간에서는 그에 걸맞는 기술개발을 통해 문제의 해결방안을 반드시 찾아낸다. 민간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정부가 리모델링 제도를 개선해 준다면 민간에서는 관련 기술을 더 진일보 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다.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 주더라도 주민들의 날카로운 잣대는 그대로 남아 있다. 공동주택 주민들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어떤 사업방식이 유리한 지에 대해 계속해서 비교 분석할 것이다. 민간의 리모델링 부서에서는 이러한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 개발에 매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리모델링 산업의 발전이 함께 진행될 것이다. 
 

▲국토부의 시공자 선정 기준 입법에 대한 협회 의견은=국토부에 철회 요청 의견을 제출했다. 근본적인 취지는 이해하지만 적당한 시기가 아니다. 현재로선 시공자를 대신해 사업초기 추진위원회의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이 상황에서 무조건 시공자 선정을 조합 설립 이후로 미룬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또한 정부가 현행 리모델링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개 경쟁 입찰의 명분은 인정하지만 현행 리모델링 시장에서는 리모델링 기술과 설계가 함께 진행돼야 하는 특수한 분야다. 시공자 선정 시기가 조합 설립 이후에 이뤄질 경우 기술 도입이 검토되지 않은 초기 설계로 인해 사업에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많다. 초기 운영 자금 확보 방안도 없이 시공자 선정 시기만을 뒤로 미뤄 놓은 것도 문제다. 전문성이 없는 추진위원회가 조합 설립 단계까지 추진하는 것 역시 대안이 없다.
 

시공자 선정 기준의 도입은 나중에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되고 과열·혼탁 상황이 발생된다면 그 때 도입해도 늦지 않다. 
 

▲협회의 향후 계획은=이해 부족이 리모델링 활성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리모델링 홍보에 많은 노력을 쏟을 방침이다. 또한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도 재정비해서 부회장단의 활동도 독려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나와 사무총장이 주로 외부 인사를 만나며 활동해 왔으나 다른 임원들의 활동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협회의 기본 목표는 사업 분야의 확대에 있다. 과소평가된 리모델링 분야 확대를 통해 회원사 간의 상호 교류와 정보 공유로 업계와 사회의 전체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더욱 전방위적인 홍보 및 활성화 노력을 위해 분주히 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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