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피플 윤혁경A&U도시계획대표>“재건축·재개발사업은 공익과 사익의 아름다운 하모니”
<하우징피플 윤혁경A&U도시계획대표>“재건축·재개발사업은 공익과 사익의 아름다운 하모니”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9.10.15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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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5 11:16 입력
  
공공과 협력하면 정비계획 6개월 단축 가능
“행정 업무에 대한 상호이해 필요” 명심해야
 

윤혁경   
A&U 디자인그룹 도시계획부문 대표/전 서울시 도시관리과장
 

‘윤·혁·경’이란 이름 석 자는 도시·건축 부문에서 이미 유명해진지 오래다. 서울시에서 재건축·재개발 부문을 비롯한 도시·건축 분야의 핵심 실무자로 시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31년여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 5월 건축·도시 설계사무소 ‘A&U디자인그룹’의 도시계획 부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한 정비계획 자문이 그의 주요 업무다.
 

윤 대표는 도시디자인과장, 주거정비반장, 도시관리과장 등 서울시 도시·건축 주요 정책 라인을 두루 거쳤다. 잠실, 반포, 청담·도곡 등 저밀도 및 고밀도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은 물론 용산국제업무지구, 마곡지구 계획 등 서울시의 굵직한 도시계획 프로젝트 실무를 담당해 왔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가 정년을 불과 몇 년 앞두고 오랜 공직을 접은 이유가 뭘까. 민간 업무에 뛰어든 그의 각오와 생각을 들어봤다.
 
▲정년을 4년 앞두고 퇴직한 이유는=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해 보고 싶었던 일을 충분히 했다. 서울시 주거정비반장, 도시관리과장 등을 역임하며 도시·건축 부문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보람 있었다. 하지만 한 살이라도 좀 더 젊을 때 자유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 후 지난 4월 30일자로 퇴직했다. 
 
▲공직에 있을 때와 지금의 생활패턴 차이는=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지금이 더 여유롭다. 공직생활을 할 때는 매일 아침 6시반에 출근했다. 청사에 도착하면 7시 내지 7시반이었다. 이 패턴은 30년 공직생활동안 계속 이어졌다. 현재까지 13권의 책을 썼는데 아침 시간을 쪼개어 썼다. 요즘에는 8시 반에 출근한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자주 언급되는데 실제 공무원 생활은 어떤가=공직은 결코 한가하지 않다. 구청 공무원만 하더라도 매우 바쁘다. 서울시 등 상급기관으로 가면 더 바쁘다. 야근은 생활화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민원전화를 받거나 각종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주간 근무 시간은 금세 흘러간다. 실제 자신의 업무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타 부서와의 업무 협조 진행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도시의 미래상을 결정하는 도시계획 부서에서는 기획과 아이디어도 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을 내어 공부도 해야 한다.
 
▲잠실 등 저밀도개발기본계획을 담당했는데 재건축이 끝난 잠실에 대한 평가는=빽빽하다며 용적률이 너무 높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 담당자로서 최선을 다했다. 당시 법에서 허용하는 용적률이 400%였던 시기다. 용적률을 더 달라는 민원도 많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 아파트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270%로 끌어 내렸다. 그 때 법에서 허용된 400% 용적률로 인허가를 내주었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서울시장 등 고위직을 찾아가 개발사업 편의를 부탁하는 경우 실제로 효과가 있나=그렇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애초에 관계 법령 등에 의해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안된다고 설명한 것이다. 안되는 것을 서울시장이라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게 하겠는가? 
 

물론, 정치인으로서 시장이 직위를 이용해 민원을 해결하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정(市政)은 누구 한 사람의 결정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이런 부분을 혼동하는 것 같다. 실제로 고위층 지시와 담당 실무자 사이에 끊임없는 의견 충돌이 벌어진다. 무조건적인 지시와 명령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의 31년 공무원 생활 경험에 비춰보면 시정은 오랜 세월동안 만들어진 특유의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시에는 수 십년 동안 흘러온 도시행정의 거대한 흐름이 있다. 이 흐름을 무시하지 못한다. 오세훈 시장은 당초 서울시의 3차 뉴타운 지정을 약속했는데 내부 실무자들의 반발에 부딪쳤고 실제로 현재 3차 뉴타운 지정이 유보된 상태다. 이것 역시 내부의 행정 흐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정치는 법을 바꾼다. 그러면 〈주택법〉에서는 허용해 준다. 그러나 인허가는 단지 한 개의 부서에 의해 처리되지 않는다. 일종의 ‘퍼즐맞추기’다. 도시계획 관련법에서 제동을 걸어 견제한다.
 

▲기존 정비계획 관행에 대한 대안이 있나=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른 사업추진이라고 말한다. 사업추진 과정 중 인허가 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낭비하는 시간도 적지 않다.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의 시대다.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공익에서 요구하는 부문을 내놔야 한다. 서로 피해보지 않으려고 항상 행정관청과 조합들이 싸운다. 사실 싸울 필요가 없다. 이미 행정기관 내부에는 변하지 않는 기준들이 마련돼 있다. 이 기준과 사익 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사업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면 인허가 절차가 빨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울시 조례에 의해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이 300%로 돼 있다고 하더라도 300%로 사업계획 만들어 올리면 단언컨대 이는 반려된다. 그러면 용적률을 조금 깎아서 제출한다. 또 다시 반려한다. 이러면서 시간은 흘러간다. 도시계획에 안목이 있는 진정한 전문가라면 240% 정도면 되겠다는 감을 잡아야 한다. 적절한 밀도 계획을 수립해 심의에 상정한다면 6개월에서 1년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행정관청의 부서 업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주택국에서는 주택공급이 목표다. 도시계획국에서는 기반시설, 환경, 경관 등이 어우러진 도시문제 해결이 목표다. 이 두 상반된 주장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행정이 진행된다. 
 

▲지구단위계획 제도에 대해 설명한다면=지구단위계획은 그동안 큰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지구단위계획을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지구단위계획을 무조건 규제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것도 오해다. 실제로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으로 상향시켜 주지 않는가? 그리고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로 상향시켜 주지 않는가? 이러한 것들은 모두 지구단위계획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최고 18층’을 ‘평균 18층’으로 완화해주는 것도 지구단위계획에서 가능한 것이다.
일반적인 도시계획 절차를 밟게 되면 이 같은 종상향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단위계획은 모든 도시계획적 절차를 단순화시켜 놓았기 때문에 명분만 있다면 그 절차 진행은 수월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물론 지구단위계획을 규제를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 측면도 있다. 지구단위계획에서 모든 분야를 다 통제하려고 하는 건 문제다. 맹장염 걸린 사람은 개복 후 맹장수술만 하고 꿰매야 한다. 개복해 보니 심장도 안좋고 간도 안좋다 해서 심장과 간을 치료하다 보면 정작 맹장도 못고치는 경우가 생긴다. 
 

지구단위계획도 이와 같아야 한다. 만병통치약 형태의 처방을 지양하고 정확한 도시계획적 목표에 부합하는 차원으로 운영 방법을 변화시켜야 한다.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 담당 공무원이 2년에 한 번씩 바뀌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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