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장성수 연구위원>불통(不通)으로 가득찬 서울시 전세대책 유감
<시론 장성수 연구위원>불통(不通)으로 가득찬 서울시 전세대책 유감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09.2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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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9 16:35 입력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시는 지난 9월 14일 전세가격의 안정을 위해 30만호를 새롭게 공급하는 ‘공급 최대화’와 ‘멸실 최소화’라는 두 축을 골자로 한 ‘서울시 전세가 안정화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주택 30만호 정도를 새롭게 공급하기 위해 ‘주차장 완화구역’을 확대키로 했다. 세대당 1대인 주차장면적 확보비율을 200㎡당 1대로 낮추어 기숙사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설을 유도·촉진할 수 있도록 하고, 당초 5개소에서 25개 자치구에 1개소씩 25개소로 확대하여 총 20만호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나머지 10만호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과 보금자리 주택 확대, 정비사업구역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시프트의 경우 2018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11만2천호 이외에 2만호를 추가 공급하고, 이주 수요 등에 대비해 공공이 보유한 공공임대주택 1천호를 풀기로 했다.
 
보금자리 주택도 정부 시범사업분 1만400호와 자체 공급분 2만2천호 등 3만2천400호를 공급하고, 구릉지를 제외한 시내 정비사업구역의 용적률을 높여 임대주택 6천호를 포함한 1만6천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택재개발 지역의 용적률을 20% 상향해 1만2천호를 공급하고, 사업계획 승인 없이 건축허가만으로 주택 건립이 가능한 규모를 20가구 이하에서 30가구 이하로 완화해 가능한 한 빠른 시간내에 주택 공급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임대아파트 리모델링과 대학가 노후 다가구주택 재개발 등을 통해서도 1만8천여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재고주택의 멸실 최소화를 위해 대규모로 주택 멸실(滅失)이 예상되는 재개발, 뉴타운 지역 등의 사업 시기를 조절하기로 했다. 재개발과 재건축, 뉴타운 사업지역 중 공급량에 비해 멸실량이 2천가구를 초과하는 지역에 대해선 정비사업 시기를 3~12개월 정도 늦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대책은 얼핏 보기에 공급확대에서 재고관리까지 그리고 수요지원책을 망라하여 제법 종합대책의 틀을 갖추고 있어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발표한 대안들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서울시의 의지와 힘만으로는 될 일이 아닌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우선 이번 대책은 서울시만의 힘이 아닌 관련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야 가능하다.
 
서울시가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시프트 2만가구 중 4천300가구는 강서·마곡지구에, 1만가구는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할 계획이다. 그런데 마곡지구가 자리한 강서구는 애초부터 이곳에 중대형 아파트를 많이 건설해 고급 주택단지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다.
 
강서구는 서울시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번 대책을 발표했다며 앞으로 서울시와는 마곡지구와 관련된 협의를 일절 하지 않겠다고 분개하고 있다.
 
서울시 발표 이후 경기도는 위례신도시의 가장 큰 지분을 가진 경기도와 상의하지 않고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한 것은 권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처음부터 서울시의 뜻대로 일이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같은 공공부문인 지자체간의 다툼이야 향후 해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토지소유주나 재개발조합과 같이 민간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서울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지는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한다. 재개발지역의 용적률을 20% 상향하여 임대아파트를 짓는 경우 20층 아파트를 24층으로 올리거나, 10동이 들어갈 단지에 주거동을 12동을 지어야 한다. 결국 초고층화에 따라 건축공사비가 추가로 들거나 주거동을 늘이기 위해 건폐율과 용적률 상향에 따른 주거환경 수준의 저하와 이로 인한 주민들의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 서울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또한 소규모 토지에 서울시 계획대로 도시형 생활주택이 매년 2만가구씩 2020년까지 꾸준히 공급될지도 의문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대부분 민간에서 공급하는데 주차장 기준 하나를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지가 수준을 감안한다면 계획대로 물량이 공급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책시행에 있어 공공정책의 협조자와 정책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협의 즉, 소통(疏通) 없이는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서울시의 정책은 유감스럽기 한이 없는 성급하고 설익은 불통(不通)으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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