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피플 서홍 팀장>재건축·재개발 현장에 퍼지는 ‘행복 바이러스’
<하우징피플 서홍 팀장>재건축·재개발 현장에 퍼지는 ‘행복 바이러스’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9.09.29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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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9 16:19 입력
  
대림 민들레회 이끌며 지체장애인들에 따뜻한 손길
정비사업 수주하다 피어난 사랑에 직원 동참 ‘러시’
 
 
서홍   
대림산업 개발사업팀장
 

무더위가 한껏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말. 지체 장애인 보호시설인 안양의 베데스다 식구들 20여명이 과천 서울랜드를 찾았다. 간만에 나온 나들이에 저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 자리엔 ‘민들레회’ 소속 자원봉사자 30여명도 동행했는데, 이들이 지체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돼 봉사활동을 해 온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그 중에서도 이곳 저곳 신경 쓰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대림산업 직원들로 구성된 ‘대림 민들레’를 만든 장본인이자 회장인 서홍 개발사업팀장이다.
 
지난 18일 이같은 소식을 접한 기자가 사무실을 찾았을 때 “별 것도 아닌 일인데 너무 알려지는 게 부담된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 서 팀장이었다. 그러다가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좋은 기회 아니냐’는 기자의 꾐에 넘어가 결국 지난 일을 폭로(?)했다.
 
먼저 대림산업 재건축·재개발 수주팀장과 봉사단체 회장이 선뜻 연결될 수 있는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는 물음에 대답이 걸작이다.
 
“애초부터 회사 이미지 메이킹이나 수주 어드밴티지를 위한 목적은 없었다. 기사를 보고 처음 알게 될텐데 아직까지 사내에서도 ‘대림 민들레’라는 단체가 있는지 모른다. 다만 세상사가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 냄새 나는 곳에 향기가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회사 이미지가 좋아진다면 수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기자의 끈질긴 질문에 결국 너털 웃음으로 화답하는 ‘사람 좋은’ 서 팀장이다.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는 않지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사람 좋고’ ‘사람을 좋아하는’ 서 팀장이 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사람과의 인연에서 출발한다. 지난 2005년 3월 대림산업 수주팀장으로서 안양지역의 조합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 추진위원이 중학교 2학년의 어린 아들과 조용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따라 나선 게 계기였다. 한 두 번만 하다가 그만 두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안양에 지체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베데스다라는 복지시설이 있다. 재개발 현장에서 이주한 뒤 갈 곳 없는 부모들이 형편이 힘들어지자 그곳에 맡겼다고 하더라. 한 두 번 같이 봉사활동을 했는데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게 더 많았다. 유식하게 말해서 ‘인격적 미성숙과 영적 불완전성에 대한 성찰’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직원들을 설득했고, 의외로 직원들이 순순히 따라왔다. 지금은 오히려 직원들이 더 극성이다. 수주4팀 직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런 봉사일도 하다보니 점점 커졌다. 처음에는 비규칙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곧 그래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심하기까지 고민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삶이 된다는 게 평소 서 팀장의 신념. 결국 ‘대림 민들레’라는 모임까지 구성하기에 이르렀고, 지금은 매월 2회 이상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회비도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야외 나들이는 서 팀장이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평소에는 청소도 하고, 간식을 사 나르기도 한다. 목욕도 시켜주고, 빨래도 빨고,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때때로 야외 나들이를 한다. 이들에게 나들이란 단순한 야외활동이 아니라 시청각 교육의 현장이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인지능력과 몸이 불편한 50여명의 식구들과 함께 하는 야외 활동은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적어도 식구 한명에 봉사자 한 두명이 동반해야 한다.
 
“한번은 대공원 나들이에 나섰을 때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아 지체 장애인 한 명을 놓쳤다. 몇 시간을 찾아 헤맸다. 몸도 마음도 불편한 친구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을까 걱정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처음 모이기로 한 장소에 가 보니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손짓 발짓으로 거꾸로 우리를 위로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런 게 진짜 살아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하랴, 봉사활동 하랴’ 일인다역을 해내고 있는 서 팀장. 봉사할 시간에 수주활동에 더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지적도 있을 법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었다. 돌아온 답은 모범답안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열정이 묻어 났다.
 
“재건축·재개발 수주업무는 정규 근무시간으로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퇴근 이후 이뤄지는 업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근무시간을 소홀히 하는 것은 내가 용납하지 못한다. 업무는 업무고, 봉사는 봉사다.”
 
올해로 대림산업이 창사 70주년을 맞았다. 서 팀장은 재건축·재개발 업무만 10년째다. 봉사활동이 5년으로 그 중 가장 짧다. 대림산업의 기업정신은 한숲정신이다. 더불어 살아 가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강조하는 대림산업의 봉사 전통은 ‘대림 민들레’가 이어가고, 봉사도 업무처럼 프로가 되겠다고 매일 다짐하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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