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재개발 일반경쟁입찰 의무화 재검토... 부적격업체 난립에 덤핑 수주 우려 
재건축 재개발 일반경쟁입찰 의무화 재검토... 부적격업체 난립에 덤핑 수주 우려 
국토부 부실 입법 논란에 대안 마련 착수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7.09.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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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과정에서 제한경쟁입찰 허용 적극 검토
사업비용·기간 늘어나고 정비사업 대혼란 우려

정비사업의 모든 협력업체를 일반경쟁입찰로 선정토록 의무화한 법안이 제도에 대한 부실입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토부가 대안마련 검토에 나섰다.

내년 2월 9일부터 시행되는 새 도정법에서는 정비사업장 규모에 맞는 적정한 업체들만 참여해 경쟁을 벌이는 제한경쟁입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향후 공사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부적격 업체들이 난립해 이들의 저가덤핑 입찰 행위가 만연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조합임원과 용역업체 간 입찰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사업 추진과정 중 많게는 수십 곳에 달하는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모든 용역업체를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할 경우 사업이 지연되고 이에 따른 사업비용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 법 공백 인정… “시행령 과정에서 제한경쟁입찰 허용 검토”

업계에서는 정비구역의 규모에 맞는 적정한 업체들만 참여해 경쟁을 벌이는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 도정법에서는 제한경쟁입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내년 법 시행 이후 대다수의 조합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반경쟁입찰이 덤핑 등의 위험성이 있는 것과 달리 제한경쟁입찰은 업체규모, 용역수행능력 등 일정 기준을 조합이 제시해 조합이 요구하는 기준에 적합한 업체들만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따라서 용역업체 선정시 현행처럼 제한경쟁입찰이나 지명경쟁입찰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도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현아 의원실 측도 이번 법 개정 공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현아 의원실 관계자는 “제한경쟁입찰에 대한 부분은 미처 검토하지 못한 내용”이라며 “제한경쟁입찰이 금지될 경우 이번 도정법 개정의 입법 취지와도 모순되기 때문에 추가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제한경쟁입찰 허용과 관련된 부분을 향후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도정법에서 제한경쟁입찰 제도가 완전히 금지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단순히 경쟁입찰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법률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계약법을 근거로 만들다보니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며 “제한경쟁입찰제도와 관련해서는 하위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기간·비용 늘어나고 ‘저가덤핑’ 우려도

현재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은 일반적으로 시공자와 정비업체 선정만 일반경쟁입찰로 선정하고 설계나 기존 주택 철거 등의 용역은 제한경쟁이나 지명경쟁 혹은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2월 9일 시행되는 새 도정법에서는 조합에서 발주하는 공사·용역 등 모든 정비사업의 계약은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계약규모, 재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지명경쟁이나 수의계약이 허용된다.

일반경쟁입찰을 확대함으로써 종래 특정 임원 등이 주도하던 계약체결 과정에서 벗어나 공개적인 입찰을 통해 조합원들이 조건을 비교하고 직접 업체를 선정해 그 체결과정 자체에 참여함으로써 과거보다 좀 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이번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현아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관측이다.

하지만 개정된 도정법에 대해 다수의 정비조합과 업계 관계자들은 정비사업 추진을 더욱 힘들게 하는 법안이라며 사업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현실과 맞지 않은 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현재에도 예산으로 정하지 않은 계약은 미리 총회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계약이 늦어짐으로 인해 손해를 입는 조합이 많다”며 “일반경쟁입찰로 모든 용역을 발주할 경우 단순히 총회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입찰공고, 현장설명회, 선정과정, 총회결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결국 사업 일정이 지연돼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도 조합의 손해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합에서 발주하는 공사·용역 등 모든 정비사업의 계약을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확대할 경우 부적격 용역업체의 이른바 ‘저가 덤핑’의 문제도 우려된다.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할 경우 입찰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켜 저가수주 행태가 만연해 질 수 있다. 특히 사업 규모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선정될 경우 용역의 품질 저하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한 설계업체 관계자는 “모든 정비사업 용역 일반경쟁입찰이 의무화되면 용역가격을 최저가로 제시한 업체가 선정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조합이 발주한 용역을 감당할 수 없는 영세업체들까지 참여 기회를 확대해줌으로써 이로인한 부작용이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서울 강남 재건축사업의 설계자로 입찰가격을 낮게 제시한 지방의 영세한 설계업체가 선정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선정된 지방의 설계사는 서울 강남 지역 설계 트렌드와 시청과의 관계 개선 등에 시간을 허비하게 돼 업무 폭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실제 일부 조합의 경우 정비사업에 전문성이 부족한 변호사가 낮은 가격으로 사건을 수임한 뒤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건을 진행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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