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남상철 소장>건축을 문화정책으로 육성하자
<시론 남상철 소장>건축을 문화정책으로 육성하자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09.1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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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6 14:37 입력
  
남상철
현대종합설계 소장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은 서울시 재건축·재개발과 맞물려 있다. 서울 토박이 출신으로 4대문 내에 위치한 한 한옥촌에서 살았다. 어른 두 명이 마주치면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좁은 골목의 동네였다. 그 곳에서 친구들과 축구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좀 더 자라서는 정들었던 그 곳을 뒤로 하고 반포로 이사했다. 반포가 개발되면서 대규모 저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서구식 입식생활이 가능한 신식아파트에서 학창시절과 사회초년생 시절을 보냈다.
 

재건축·재개발과의 본격적인 인연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최초에 살았던 한옥촌이 재개발되더니 그 후 2000년 들어서는 반포아파트도 재건축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 또한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머지않아 재개발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그동안의 정비사업 역사를 뒤돌아보면 공과가 적지 않지만 과거의 것은 ‘악(惡)’이고, 새로운 것은 ‘선(善)’이라는 회색논리로 진행되었던 점은 아쉬운 점이다.
 
최근에는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새로운 국가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민간 주도였던 개발사업도 정부주도로 바뀌고 있으며 건축 디자인 또한 공공이 대거 개입하면서 디자인에 변화가 모색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도입된 서울시의 ‘특별경관관리 설계자제도’ 및 ‘서울시 공동주택 디자인 가이드라인’ 같은 정책들이 그 사례다. 다양한 평면과 입면디자인, 주동의 변화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런 변화는 단순히 주거 형태의 변화뿐만 아니라 건축문화 전반에까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디자인 개선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또한 인천 등 전국 지자체로까지 확산일로에 있다. 문제는 이번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이 또 다른 천편일률을 낳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다.
 
예전 아파트들이 병풍아파트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양산해 놓았다면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또 다른 형태를 가진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의 예방을 위해 우리보다 먼저 건축정책을 국가 주요정책으로 정착시킨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건축정책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영국과 네덜란드, 독일, 핀란드 등 유럽연합의 국가들에서 이 내용과 관련해 정책상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공공주도로 장기적 관점에서 건축문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건축을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건축을 단순히 물리적 측면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문화적 측면으로까지 향상시켜 문화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 및 관광자원화로까지 이어지며 관련 산업발전 등 국부 창출에도 크나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에 적용 가능한 건축정책을 제언한다면 첫째, 젊은 건축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에 검증된 인물들을 통해 도시와 건축 디자인이 제시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건축가의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생각들이 도시에 담길 수 있도록 활동공간을 제공해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도시의 기능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주거지역이 향후 50년 또는 100년 후에도 주거지역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에 따라 적정 용도를 부여해야 할 것이며 주거 위주의 개발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재편에 대한 고민들이 진행돼야 한다.
 
셋째, 앞으로의 건축정책을 문화적 측면에서 환경친화적·인간중심적 콘셉트에 부합하면서도 기존 도시의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는 도시재생의 문화를 가진 도시로 육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도시의 고유한 형태와 문화를 보존하되, 각종 시설물을 정비하고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개발 패러다임이 정해져야 할 것이다.
 
기존 시가지를 완전히 밀어버리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이 아닌, 공동체 공간은 물론 고유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개선하는 방향으로의 재건축·재개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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