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 선정 총회금지가처분 피하려면…
시공자 선정 총회금지가처분 피하려면…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09.02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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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2 13:47 입력
  
“비용분담사항 미비하면 보완동의서 징구하세요”
조합설립동의서 비용분담 미비점 빌미
비대위 입지 넓히려 무차별 신청 쇄도
 
 

 

최근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시공자 선정 총회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반면 정비사업을 반대하거나 집행부에 불만을 품은 이른바 비대위들은 시공자 선정을 어떻게 하든 저지하려고 한다. 시공자가 선정돼 조합을 지원하게 되면 자금 및 조직력에서 뒤진 비대위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대위들이 시공자 선정 총회를 저지시키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이 조합설립동의서 미비점을 빌미로 한 조합설립무효 소송이며 이를 바탕으로 해서 제기하는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이다. 즉 소요비용 및 개략적인 분담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에 대한 무효를 다투고 있으므로 조합설립인가 후 행해져야 하는 시공자선정 총회를 개최하면 안된다는 것이 비대위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 6월 이러한 비대위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총회개최금지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반면 약 1달 뒤 같은 재판부는 총회금지를 주장하는 비대위들의 신청을 기각했다. 보완동의서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 동일법원 같은부 다른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 7월 31일 장위동 주민 김모씨 외 6명이 A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조합이 설립 당시 걷은 동의서에 건설되는 건축물의 개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 항목이 공란으로 돼 있어 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은 맞지만 추후 보완동의서를 징구함으로써 하자가 치유됐다고 판단했다.
 
조합은 7월 3일부터 같은달 28일까지 토지등소유자 653명 중 493명(80.09%)로부터 작년 12월 17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규칙 별지 서식을 기초로 보완동의서를 받았다.
 
또 조합은 보완동의서를 걷을 무렵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사업시행계획안과 설계개요를 제시했다. △사업시행계획에는 건립예정 세대수와 규모별 건설비율 및 도로와 녹지, 공원 등의 설치계획이 △설계개요에는 재개발로 건축될 아파트의 평형별 세대수 및 분포비율, 복리시설의 내역, 근린생활시설의 면적 합계가 구체적으로 기재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소요 비용의 분담기준과 사업완료 후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사항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재개발사업을 시행함으로써 기존 주택 등의 철거 및 비용분담으로 사업에 동참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라며 “판단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항이 구체적으로 제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래의 비용부담 기준에 관해서는 다시 그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산출기준이 분명히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구역의 경우 “설계자 및 시공자가 선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사업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조합 초기 단계”라고 전제한 뒤 보완동의서를 통해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시행 이후 취득을 기대할 수 있는 건물의 개략적인 규모를 판단하고 사업 시행에 동의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보는 제공이 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시행 비용의 부담에 관한 개괄적인 기준도 제시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토지등소유자들의 80.09%가 보완동의서를 제출해 조합설립 단계에서 받은 무효 사유는 추가로 보완됐다”고 덧붙였다.
 
▲비용분담 구체적이지 않아 본안소송 때까지 총회 금지=이에 앞서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A조합과 달리 B조합에 대해서는 총회개최금지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 따르면 B조합의 조합설립동의서에는 신축건축물의 설계 개요로 대지면적(공부상 면적), 건축연면적, 규모 등과 함께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으로 철거비와 신축비 및 기타 사업비용이 기재돼 있다.
 
또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조합정관에 따라 경비를 부과하고 징수하며 조합원 소유자산의 가치를 조합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해 형평의 원칙에 의거 조합정관에서 규정한 관리처분기준에 따라 비용 및 수익을 균등하게 부담·배분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와 같은 대지면적, 건축연면적, 전체적인 규모만으로는 사업에 참여할 토지등소유자들이 사업 결과 자신들이 소유하게 된 개별 건물에 관해 아무 정보를 가질 수 없다”며 “이를 기초로 해서는 토지등소유자들이 부담할 분담금의 개괄적인 범위를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조합 창립총회에서 의결된 사업계획안에는 신축되는 건물의 구체적 내역이 표시돼 있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하자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조합설립동의와 동일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조합정관의 규정도 지나치게 추상적인데다 비용분담액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동의서 작성 당시 토지등소유자들은 자신이 분담할 비용을 산정하고 사업에 참가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조합설립 무효를 구할 수 있는 피보전권리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금 사업이 정지되면 앞으로 다시 추진할 기회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는 조합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재개발 조합의 특성상 일단 총회가 개최돼 각종 결의가 이뤄지면 본안 판결에서 무효가 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그 손해는 현재 사업을 중지함으로써 소요되는 비용보다 훨씬 클 수 있어 본안소송으로 조합설립의 무효 여부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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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분담 사항 구체적이면 비대위 총회금지 신청 기각
 

■ 동의서 내용 차이는
이처럼 동일한 사안에 대해 같은 법원, 같은 재판부에서 엇갈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결정문에서 밝힌 것처럼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 때문이다.
 

A구역의 경우 〈도정법〉시행규칙에 규정한 대로 동의서에 기재했다. 즉 △조합정관에 따라 경비를 부과·징수하고, 관리처분 시 가청산하며, 조합청산 시 청산금을 최종 확정한다 △조합원 소유 자산의 가치를 조합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해 그 비율에 따라 비용을 부담한다 △분양대상자별 분담금 추산방법 ‘분담금 추산액=분양예정인 대지 및 건축물의 추산액-(분양대상자 별 종전의 토지 및 건축물×비례율)’ 등으로 적시했다. 
 
또 종전의 토지 및 건축물의 가격은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2개 사의 감정평가기관이 평가한 산술평균 금액으로, 비례율 또한 ‘(사업완료 후 대지 및 건축물의 총 수입-총 사업비)/종전의 토지 및 건축물의 총가액’ 등으로 각각 기재했다.
 
이밖에 △권리가액은 ‘종전 토지 및 건축물가액×비례율’ △분양예정인 대지 및 건축물의 추산액은 동별, 층수별, 호수별 가격편차(효용지수)를 고려해 2개사의 감정평가기관이 평가한 산술평균금액 △분담금은 ‘분양예정인 대지 및 건축물의 추산액-권리가액’ 등으로 적시했다.
 
반면 B조합의 경우 ‘조합정관에 따라 경비를 부과하고 징수하며 조합원 소유자산의 가치를 조합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해 형평의 원칙에 의거 조합정관에서 규정한 관리처분기준에 따라 비용 및 수익을 균등하게 부담·배분한다’고 명시했을 뿐이다.
 
따라서 향후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하려는 조합에서는 이 차이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태수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사무국장은 “만약 〈도정법〉시행규칙보다 구체적이지 않은 동의서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이라면 A구역과 같이 보완동의서를 미리 징구해 놓는 것이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을 피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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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조합측 손들어 줄까…
 

■ 판결 추세는
법원이 시공자선정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조합설립동의서에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하자 있는 동의서에 의해 조합설립인가는 무효 또는 부존재하고 조합설립인가 후 행해져야 하는 시공자 선정 총회 또한 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조합설립무효에 대한 판결이 이전의 것보다 조합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1심 판결이 아닌 고등법원의 판단이어서 업계에서 향후 대법원의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지난 7월 30일 재건축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조합승소 판결을 내렸다.(본지 126호 3면 기사참조) 법원은 “재건축 추진과정에서 추가로 참가하거나 탈퇴하는 구분소유자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법령의 개정, 주택시장의 변화 등으로 외부여건이 변동하기 마련”이라며 “재건축을 추진하는 초기단계에서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추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해 창립총회 당시 비용분담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즉 사업 시행 단계에서 다시 비용분담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분담액을 정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인 것이다. 또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에 변경이 발생해 동의할 수 없는 경우 현금청산을 선택할 수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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