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재개발 시공자 선정과정의 적폐들
재건축 재개발 시공자 선정과정의 적폐들
  • 박순신 / (주)이너시티 대표이사
  • 승인 2017.10.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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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역과 잠실지역의 재건축사업을 놓고 대형 건설사들이 혈투를 벌였던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일들이 언론을 통해서 생중계되고 심지어 국토교통부까지 나서는 결과를 빚었다.

건설사들이 재건축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서울지역에서 아파트를 대규모로 지을 수 있는 토지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토지를 매입해야하고 이 때에 대규모의 토입매입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재건축사업은 수주전에 필요한 비용만 홍보비용으로 지출하면 된다.

수 천억원에서 수 조원을 들여도 확보하기 어려운 강남지역의 땅을 수십억 혹은 수백억원의 홍보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번 강남지역의 재건축사업에 건설사들은 대범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대당 수 천만원의 이사비는 그중의 일각이라고 할 정도이다.

이렇듯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 전에서 돈을 돈 같지 않게 쓰는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차례 이에 대한 설명을 했듯이 그것은 다 자기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한다는 것이다. 수주만 하게 되면 모든 비용이 고스란히 공사비에 얹어지게 되니 조합원 돈으로 물 쓰듯 쓰게 되는 것이다.

사실 돈을 쓰고도 수주를 못하면 그것은 고스란히 회사의 비용이 되겠지만 많은 돈을 쓰고 수주만 하면 모든 비용은 공사원가가 되고 조합원이 부담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 언론에 회자되는 것은 그 규모나 대상이 그동안의 것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규모였기 때문이다.

시공자 선정이 끝나자 선정된 시공자의 금품과 향응제공이 앞으로 사업추진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이런 건설사들의 행태를 도시정비법에서 일벌백계 하도록 강력한 처벌조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늘 아쉽기만 했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가벼이 보지 않기를 바라고, 과도한 금품과 향응제공을 한 건설사는 시공자 지위의 박탈과 일정기간동안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처벌규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시공자를 선정하는 조합과 조합원도 합리적으로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 시공자들이 내미는 향응과 금품은 곧 조합과 조합원의 돈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공자들이 제안하는 사업제안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자기 지역에 맞는 합리적인 제안을 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리하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업체는 결국 사업추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남지역의 재건축사업을 몇몇 대기업이 독차지 한지 오래다. 그리고 그 건설사들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 시공자 선정인데 인접한 다른 구역과 크게 다른 사업조건을 제안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조건이 있다면 결국 조합원이 부담하는 방법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 물론 일반분양가를 부풀려서 충당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일반분양가를 부풀려서 많이 받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조합원의 것이기 때문에 시공자가 무엇인가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보다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정책전환의 근저에는 금품과 향응제공과 같은 정비사업의 구태들도 한 몫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적폐를 해소하자고 하고 있다. 적폐는 오랫동안 쌓여 있던 폐단들이고, 이를 척결하고 보다 낳은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비사업분야에서도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면 아마도 시공자의 수주 전에서 난무하는 금품과 향응제공, 그리고 이를 통한 매표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들이 우선순위에 들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의 제도개선과 조합원들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시공자 선정기준의 정립, 그리고 건설사들의 자정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정비사업에서의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앞으로 정비사업의 추진에 도움이 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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