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명륜2·석관1구역 잇단 승소 의미
부산 명륜2·석관1구역 잇단 승소 의미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9.07.15 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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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5 00:56 입력
  
조합설립 동의서 ‘비용분담사항’ 인식 바뀌나
재판부 “시공자선정 前 비용 구체화 어렵다”
서울 순화1-1·부산 감천2구역 판결에 주목
 
 

 

 
 

최근 조합설립무효 소송에서 조합들이 줄패소하고 있는 가운데 석관1재건축에 이어 이번엔 부산지역에서 조합승소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12일 부산지법은 “시공자가 선정되기 전에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동안 조합이 주장해 온 논리를 인정해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석관1구역이 조합설립무효를 다툰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두 번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처럼 연이어 조합승소 판결이 나오자 업계에서는 법원이 입장을 선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다만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에서 나온 판결이었으면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 서울 순화1-1구역 및 부산 감천2구역 등의 판결의 향방에 대해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하모씨는 명륜2구역 주택재개발조합(조합장 주수종) 및 부산광역시 동래구청장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 등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툰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 확인청구’ 부문에서 “이 사건 조합설립동의서의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은 조합정관의 규정을 보태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추상적이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는 “이 사건 조합설립동의서에는 비용분담사항에 관하여 △조합정관에 따라 경비를 부과하고 징수하며, 관리처분시 가청산하고, 조합청산시 청산금을 최종 확정함 △조합원이 소유한 자산의 가치를 조합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평가하여 형평의 원칙에 의거 조합정관에서 규정한 관리처분기준에 따라 비용 및 수익을 균등하게 부담·배분함 △시공사에 지급할 공사금액 및 사업 관련 제반비용은 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의 일반분양 수입금과 조합원총회에서 결의되거나 서면동의한 조합원분담금을 우선 충당하고, 부족금이 발생할 경우 조합정관 및 관리처분기준에 따라 공평하게 분담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 바 위 비용분담사항은 일종의 기준을 정하고 있기는 하나 그 기준들이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존재하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개발사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업구역 내에 주택과 토지의 소유자가 혼재돼 있고, 그 재산의 가치가 너무나 다양한 반면 시공자가 선정되기 전에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조합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나아가 재판부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되거나 비용이 증가되는 등의 이유로 비용분담사항에 일부 변경이 있거나 또는 구체화되어 수정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가서야 비로소 구체화될 수 있는 사항도 있는 점, 창립총회를 비롯해 조합설립행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좀 더 구체화되어 조합원들에게 정보제공이 이뤄질 수 있는 점에 비추어 조합설립동의서 상 비용분담사항이 다소 추상적이라고 하여 이 사건 조합설립행위에 곧바로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부산지법은 이번 판결에서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별지3-2 주택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의 내용 중 비용분담사항이 추상적이라는 것에는 부정할 수 없지만 시공자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비용분담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가서야 확정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화시킬 수 없다는 이례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동의서는 건설교통부에서 정한 양식에 기초하여 작성된 점, 이 사건과 같이 건설교통부에서 제공한 양식에 기초한 조합설립동의서의 효력에 대하여 하급심 판결례가 이를 유효로 보는 입장과 무효로 보는 입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나오지 않은 점, 또한 주택재건축사업에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제3항의 규정이 적용되던 과거에는 재건축 결의시 조합원들이 재건축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조합원의 분담금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정하여져 있어야 한다고 보았고 이는 〈도정법〉 제16조가 적용되는 이 사건 재개발사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조합설립동의 당시 이러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정하여져 있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와 반대로 조합설립동의시에는 시공자 미선정 등의 문제로 조합원의 분담금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또한 이를 법적인 의무로 강제할 필요 역시 없다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아니한 점, 피고 조합은 이 사건 동의서를 받아 이 사건 재개발사업의 후속절차를 진행시킨 후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까지 받은 점 등에 비추어 하자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당연무효는 아니다”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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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판결에 일단 환영 “민사소송서 승소했으면…”
 

■ 조합 반응
명륜2구역의 이번 판결이 비록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합설립 줄패소로 난항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의 분위기를 일부 전환하는 데는 일조하고 있다. 나아가 상급심 민사소송에서도 이와 같은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부산 감천2구역 최천수 조합장은 “부산지역은 최근 석관1구역이 법원의 이례적인 판단으로 인해 조합설립무효 소송에서 승소하고 명륜2구역에서도 사업 초기단계에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화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법원이 입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지금까지 이와 같은 판결이 나왔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동안 부산지역은 물론 전국 재개발조합들은 법에 준해서 조합설립동의서를 받았는데 법원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어 분노에 차 있다”며 “우리 구역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석관1구역과 명륜2구역의 판결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에서 판단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주거환경연구원 영남지사의 이혁명 본부장은 “명륜2구역의 경우 하급심인데다가 행정소송이어서 크게 신뢰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어 실망감이 조금은 있다”며 “현재 서울 순화1-1구역이나 부산 감천2구역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는 가운데 대법원 판결에서도 명륜2구역과 같은 판단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지역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 중 조합을 대상으로 조합설립무효소송이 제기된 곳은 △감천2 △우동6 △중동1 △서대신1 △명륜2 △사직1 △괘법1 △금곡1 △구포4 △범천1-1 등 모두 10곳이다. 이 사업장들은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2심에서도 패소판결을 받은 감천2구역, 우동6구역, 중동1구역 등이 대법원에서도 똑같은 판결을 받을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대법판결이 판례로 이어져 전국을 혼돈사태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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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입장 선회한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
 

■ 전문가 시각
전문가들은 이번 명륜2구역의 판결을 두고 법원이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행정소송인만큼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판단하지 않아도 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판단은 좋은 뜻으로 해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법무법인 한중의 박일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행정청의 권한인 명륜2구역의 조합설립인가에 대한 취소를 다툰 사항인데 아마도 조합설립무효를 다툰 민사소송이었다면 이와 같은 판결이 쉽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시공자를 선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분담사항을 구체화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은 비록 하급심 판결이지만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며 “현재 조합설립무효 소송이 대법원에 상고돼 있는 순화1-1구역에서도 이와 같은 판결이 나와야 대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관례를 보면 행정사건에서는 조합설립인가취소 소송에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판단하지 않는다”며 “명륜2구역과는 달리 타 사업장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 기각판결을 받았다는데서 조금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민사소송에서 이와 같은 판결이 나왔다면 엄청난 이슈가 됐을 것”이라며 “현재로써는 비용분담사항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봐야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서울 순화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과 부산 감천2구역 재개발사업의 대법원 판결에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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