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훈의 정비사업 Q&A>분양신청 포기와 신탁등기 의무
<김향훈의 정비사업 Q&A>분양신청 포기와 신탁등기 의무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06.1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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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8 09:05 입력
  
김향훈
변호사(법무법인 상선)
 
 
Q :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입니다. 추가부담금 낼 것이 너무 부담되어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종전자산평가금액이 낮아서 보상평가도 매우 적은 금액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라리 현금청산당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조합에서는 정관상의 현물출자 및 신탁등기의무를 이행하라고 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장을 보내왔습니다. 저처럼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이 수십명이 됩니다. 이런 사람들도 신탁등기를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지요?
 
 
A : 1. 신탁등기의무를 인정한 하급심의 사례
2006년 11월 선고된 대구지방법원 판결에서는 “분양신청하지 않은 조합원도 재건축조합에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으며,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조합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재건축조합의 현금청산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시한 바 있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조합원이 재건축조합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더라도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 재건축조합에 종국적으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고 조합원이 신탁이익의 전부를 향수하게 되는 자익신탁이므로 조합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재건축조합의 현금청산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2. 필자의 견해
그러나 분양신청하지 않은 재건축조합원은 신탁등기를 해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도정법〉 제47조에 따르면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는 150일 이내에 현금청산하게 되어 있고 현금청산과 신탁등기는 개념상 서로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금청산이란 종전의 자산에 대한 보상평가를 해서 금전으로 내어주고 그 사람을 사업에서 완전히 제외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탁’이란 “믿고 맡긴다”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금청산을 하면 돈 받고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라서 더 이상 믿고 맡길 것이 없어지게 됩니다.
 

재개발사업에서는 분양신청하지 않은 조합원은 〈표준정관〉 제11조에서 조합원자격을 상실하므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재건축사업에서는 조합원자격 상실조항이 없지만 이미 동업관계는 파괴되었으므로 신탁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도적으로 분양신청하지 않은 조합원은 이미 사업에서 이탈할 것을 결심하였고 〈도정법〉도 150일 이내에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규정한 이상, 아직도 신뢰관계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한 조합의 신탁등기청구는 현금청산하여야 한다는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됩니다.
 

위 대구지방법원의 사례는 원고가 조합이었고 피고가 12명의 조합원이었는데 그 중 11명은 화해권고결정으로 종결되었고 나머지 1명에게만 원고청구가 인용되는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위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은 판결문에서 자익신탁이라는 것을 언급하면서 대법원 2001다47467 판결을 인용하고 있으나 동 대법원 판례는 “자익신탁은 〈신탁법〉 제56조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위탁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자익신탁을 위탁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도 의문입니다.
 

뭔가 속 사정이 많아 보이는 대구지법 사례와는 수십명이 의도적으로 분양신청하지 않은 귀하의 사례에서는 돈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신탁등기를 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도무지 없어 보입니다. 
 

일부 하급심에서 판시한 법리가 그 판결에서는 타당한 결론이었다 하더라도 거기서 동원된 논리가 전혀 다른 상황의 다른 사례에 그대로 기계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원고와 피고간의 상황이 전혀 다른 케이스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문의 02-3487-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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