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조합에 무상양도는 합헌”
헌재,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조합에 무상양도는 합헌”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9.06.18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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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8 03:49 입력
  
사업시행자의 ‘손실보상’ 취지로 판단해야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해도 무상양도 필요
 
 

 

도로·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을 조합에게 무상양도하게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5조제2항 내용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재판장 이강국)는 지자체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서초구청의 위헌 여부 확인 청구에 대해 ‘<도정법> 제65조제2항은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내놓은 결정문에서 <도정법> 제65조제2항에 명시된 무상양도 관련 조항의 입법취지는 사업시행자의 손실을 보상해 주기 위한 것으로 무상양도는 정당하며 강행적으로 무상양도하게 하는 것 또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해당 조항의 합헌 여부를 설명했다. 이번 위헌소송을 청구한 서초구청은 관할구역 내에 위치한 반포주공2단지와 3단지, 반포미주아파트, 방배서리풀 조합 등의 재건축사업 진행 과정에서 무상양도와 관련해 계속해서 패소를 경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은 무상양도 규정이 지나치게 지자체의 재산권과 자치권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헌재는 이번 위헌소송 결정문을 통해 그간 무상양도와 관련된 쟁점들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쟁점은 크게 △무상양도 조항의 입법취지에 대한 해석 △해당 조항의 강행규정 여부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받은 경우에도 무상양도 가능 여부 등이다. 헌재는 그동안의 조합 측 주장을 인용하면서 무상양도 조항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헌재 “무상양도 규정 손실보상 취지”=헌재는 무상양도 규정의 입법취지를 “손실보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시행자와 지자체 둘 중, 한 쪽 당사자의 일방적인 재산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업 특성상 인허가권자의 입장이 우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손실보상 보호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헌재는 “이 조항은 사업시행자의 부담으로 새로이 설치되는 정비기반시설이 관리청인 국가 및 지자체로 무상귀속됨으로써 생기는 사업시행자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용도가 폐지되는 지자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을 새로이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안에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조항이 강행규정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서는 용도폐지되는 지자체의 정비기반시설을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고 강행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지자체는 정비구역 내에서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의 양도에 관해 사정을 고려해 무상으로 양도할 것인지 유상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재량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무상양도 규정, 지자체 역차별 없어”=지자체에 대한 역차별 지적에도 헌재는 이유없다고 밝혔다. 기존 정비기반시설이 용도폐지되면서 민간사업시행자는 자유로운 거래 객체가 되는 정비기반시설을 무상으로 취득하는 반면, 지자체는 거래 객체가 될 수 없는 정비기반시설을 취득하므로 ‘불평등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서초구청의 차별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정비기반시설의 공공적 성질과 지자체의 성격에 비춰 봤을 때 용도가 폐지되는 기존 정비기반시설이 새로이 설치되는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 범위 내에서 무상양도되는 것 자체가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오히려 헌재는 비용 부담의 형평성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결정문에서 헌재는 “관리청에 무상으로 귀속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업시행자의 재산상 손실을 고려해 그 사업시행자가 새로이 설치한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에 상당한 범위 안에서 정비사업 시행으로 용도폐지되는 지자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을 무상으로 양도되도록 함으로써 비용부담의 형평을 도모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센티브 줬어도 무상양도 해야”=지자체가 인허가 과정에서 정비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하는 것을 조건으로 용적률·건폐율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 경우에도 무상양도가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관련 법률에 따라 정비기반시설의 설치가 의무적으로 강제된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나 정비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사업시행자는 새로이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 범위 내에서만 무상으로 양수받는 것이므로 과도하게 특혜를 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초구청은 기부채납에 대한 인센티브로 용적률 완화 등 이미 혜택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상양도로 또 다시 혜택이 이뤄지게 된다면 이는 ‘이중혜택’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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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양도 소송 대부분 조합 손 들어줘
 

■ 쟁점과 법원 판결 사례
〈도정법〉 제65조제2항의 무상양도 쟁점들이 점차 가닥을 잡아 나가고 있다. 2003년 〈도정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지면서 무상양도와 관련된 다양한 쟁점들이 법정에서 다투어졌으며 각 쟁점에 있어 대법원 판결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무상양도 규정이 ‘강행규정인지’에 대한 쟁점은 초기단계에 다뤄졌었던 내용이다. 무상양도를 행정청 재량 대상인지 강행규정인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도정법〉 제65조제2항 후단 내용의 ‘~무상양도 된다’라는 표현을 행정청과 조합이 각각 다르게 해석했던 것이다. 행정청은 ‘할 수 있다’는 재량적 규정으로 해석한 반면, 조합은 ‘해야 한다’는 강행적 규정으로 해석했다. 이 쟁점은 현재 강행규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다른 쟁점 내용은 ‘동일용도 한정’ 여부다. 행정청에서는 정비기반시설의 동일한 용도에 한해서만 동일한 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조합에 대한 무상양도 규모를 최소화시켰다. 그러나 이 또한 법정에서 다퉈지면서 법 조항 내부에 ‘동일용도에 한정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동일용도 여부와 관계없이 무상양도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유상양도를 하기로 협의된 경우에도 무상양도가 가능한 지에 대한 쟁점도 부각됐다.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서 유상으로 매입하는 것을 부관으로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받았으나 〈도정법〉 제65조제2항 규정을 들어 무상양도를 주장했다. 이는 이중혜택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법원 판단도 찬반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에서 “법 규정에서 정해진 내용을 당사자의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이 쟁점도 일단락됐다.
 
이인호 변호사는 “그동안 무상양도 조항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강행규정 여부 및 동일용도 한정’ 등 법정에서 다뤄진 내용들이 대부분 조합에 유리하게 결론 내려지고 있다”면서 “90일이라는 행정소송 기간을 지난 후 무상양도 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구제가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쟁점 등 몇 가지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봐야 할 쟁점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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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관리계획 미결정 골목길 등은 제외되나
 

■ 개선 과제
다른 한편으론 무상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범위를 축소하는 판례도 나와 향후 재판 진행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정비기반시설이라 하더라도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되어 설치되지 않았다면 무상양도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무상양도의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범위에 대해 “정비사업시행인가 이전에 이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돼 설치된 국가 또는 지자체 소유의 기반시설”이라고 한정했다.
 
대법원은 〈도정법〉에 따른 정비사업을 〈국토계획법〉상의 도시관리계획에 따른 사업의 일종이라고 봤다. 〈국토계획법〉 제2조제1항제4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도시관리계획’의 범위 내에 정비사업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따라서 〈도정법〉은 〈국토계획법〉의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도시기능의 회복 또는 주거환경이 불량한 곳에 대한 지역을 정비하고 개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놓은 법률이라는 것이다.
 
결국 〈도정법〉 제65조제2항에서 무상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 역시 〈국토계획법〉이라는 커다란 범위 내에서 규정되는 정비기반시설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 기반시설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조합이 무상으로 양수받을 수 있는 정비기반시설의 범위가 좁아져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특히,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되지 못한 좁은 골목길 등이 무상양도 대상에서 대거 빠져나가게 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지역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의 경우 이러한 무상양도 기준은 더욱 힘겹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 재개발구역에는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정비되지 않은 협소한 골목길이 많아 기존 도시관리계획에 잡히지 않은 도로 등 기반시설 비율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 지자체에서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무상양도를 회피하려 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합에서는 향후 인허가 과정을 부담스러워 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혁명 주거환경연구원 영남지역본부장은 “강행규정으로 돼 있는 무상양도 부문은 반드시 현실에 맞게 조합에 보상돼야 할 내용”이라며 “〈도정법〉의 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 규정 개정과 함께 지자체에서도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소신있는 판결을 내놔 주목되고 있다. 무상양도 대상을 〈국토계획법〉의 도시관리계획 결정에 따른 기반시설로 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해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도정법〉에서 정비기반시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국토계획법〉 규정을 들어 그 의미를 살펴야 할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도시관리계획에 따른 도시계획시설로 한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주장을 일축했다. 〈도정법〉 제2조에서 ‘기반시설’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반시설의 정의를 타 법률에서 찾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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