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올가이드-시장 반응
규제완화 올가이드-시장 반응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9.06.03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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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07:17 입력
  

정부는 풀고 지자체는 묶고 ‘엇박자’… 재건축시장 냉담
소형주택 부활로 잠실5단지등 평수 줄여야할 판
서울시 법적상한용적률 허용 대신 소형주택 환수

 
 

 

올 초 재건축사업 관련 규제가 집중적으로 완화되면서 사업이 활력을 띨 것으로 기대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재건축 규제완화책에 대한 실효성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각 시·도 조례로 위임된 사항들에 대해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어 MB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소형주택의무비율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2월 정부는 재건축사업에서의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완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개정·공포했지만 서울시가 불과 2개월 만에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원상복구시켰다. 재건축소형주택 역시 서울시는 〈도·정 조례〉로 법 규정 상 최대치인 정비계획 상 초과한 용적률의 50%를 60㎡이하로 짓도록 규정했다. 이대로라면 중·대형평형으로 구성된 공동주택들의 재건축사업은 다시 제자리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가 간소화되고, 구조안전성에 대한 수치가 완화됐지만 실질적으로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뿐만 아니라 단독재건축 내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 분양권이 각각 주어졌지만 서울시는 〈도·정 조례〉 개정 이후 처음으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분부터 적용토록 제한을 두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형평형 부활로 중·대형은 평수 줄여 재건축=서울시 내 재건축단지들은 전용면적 60㎡이하 20%, 60~85㎡이하 40%, 85㎡초과 40%의 소형주택의무비율을 기존과 똑같이 적용받게 됐다. 지난달 서울시가 이러한 내용을 담아 〈도·정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즉 법으로 소형주택의무비율이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원상복구시킨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이나 1~2인 가구를 위해 일명 ‘오세훈 아파트’라 불리는 시프트 공급을 늘린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중·대형평형으로 구성된 대치동 은마·선경·우성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잠실동 주공5단지, 신천동 장미아파트 등은 기존 평형보다 작은 평형을 지어야할 형국이어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112~119㎡형 3천930세대로 구성된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소형평형의무비율에 맞추게 되면 제일 작은 면적인 112㎡형 2천280세대 중 적게는 500세대에서 많게는 1천세대가 전용면적 60㎡이하로 줄여야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예상된다.
 

▲재건축소형주택으로 용적률 상향 효과 미미=법적상한용적률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적상한용적률을 적용하는 대신 재건축소형주택을 적용토록 하고 있어 사실상 용적률 상향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정부는 법적상한용적률을 적용하는 대신 정비계획 상 초과한 용적률에 대해 전용면적 60㎡ 규모의 재건축소형주택을 짓도록 했고, 그 기준은 각 시·도 조례로 30~50% 범위 내에서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서울시는 시·도 조례로 위임된 재건축소형주택의 범위를 법적 최대치인 50%를 적용할 예정이다.
실례로 102㎡형과 112㎡형 등 중형으로만 구성돼 있는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는 용적률을 높여 전용 60㎡이하의 재건축소형주택을 짓는다 해도 일부 세대가 평수를 줄여야 할 상황이다. 다른 중·대형평형으로 구성된 아파트들 역시 법적상한용적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부 세대가 기존 평수보다 줄어드는 재건축을 해야 한다.
 

▲조합설립 면적기준 남아 알박기 소지 여전=재건축 조합설립동의 요건 중 면적요건이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알박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기존에는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동의와 주택단지 안의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3/4 이상 동의를 얻어야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의결권이 ‘토지면적’이라는 명칭으로 살짝 바뀌었고 ‘토지면적의 1/2’로 완화됐다. 하지만 기존의 의결권이나 토지면적이나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토해양부는 이 동별 면적요건이 알박기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도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당시 ‘동별 의결권’ 요건을 삭제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동별 의결권을 삭제할 경우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동별 의결권을 ‘토지면적의 1/2 이상’으로 수정·가결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동별 요건이 살아있는 한 알박기의 행태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며 “알박기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진단 절차 등은 간소화… 실효성은 ‘글쎄’=재건축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 횟수 및 평가점수가 완화돼 안전진단 절차가 간소화됐다. 하지만 모든 권한이 시장·군수에 위임되면서 실질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재건축 예정구역들의 정비계획 수립시기가 몰릴 경우 그 비용을 지자체가 감당하기 어렵거나 예산부족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안전진단에 대한 모든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했지만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할 경우에는 지자체는 안전진단 비용의 전액 또는 일부를 신청자에게 부담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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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주택 분양권 인정 형평성 논란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장에서는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다가구 형태인 협동주택에 대해 각각의 분양권을 인정했지만 서울시가 조합설립인가 신청분부터 적용토록 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의 경우 재개발사업에 준한 관리처분 기준을 적용토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 단독재건축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도 각각의 분양권을 인정하게 됐다.
 

개정된 〈서울시 도·정 조례〉 부칙 제3조제1항에 따르면 “제24조제2항제3호와 제24조의2제2항제3호에 불구하고 종전 〈서울특별시 주택개량재개발사업시행 조례〉 제4조제2항에 따라 건축된 협동주택으로써 1988년 5월 7일 전에 지분 또는 구분소유등기를 필한 세대는 사실상 구분된 가구수에 한하여 각각 1인을 분양대상자로 한다”고 정하고 있어 단독재건축도 재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 각각의 분양권이 주어지게 됐다.
 

하지만 이 기준은 조례 시행 당시 첫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분부터 적용토록 경과규정을 두고 있어 일선 조합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동조 제2항에 따르면 “제1항의 개정규정은 이 조례 시행 당시 최초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지난달 22일 조례가 개정되기 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단독재건축 조합들은 소송을 통하거나 정관에 별도로 정해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도 분양권을 인정토록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 경과조치 조항으로 인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실제로 중랑구에 위치한 면목2구역의 경우 소송을 통해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도 각각의 분양권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구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목2구역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시 도·정 조례가 개정되기 전까지 구역 내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도 각각의 분양권을 주기 위해 조합정관에 따로 정하고 소송까지 진행하는 등 안간힘을 써 왔다”며 “결국 소송에서 협동주택 소유자들의 분양권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구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법 개정으로 재건축도 재개발과 같이 협동주택에 대한 근거조항이 생기면서 서울시 도·정 조례가 개정되기만을 학수고대해 왔다”며 “하지만 서울시가 경과규정을 통해 개정된 조례 시행 당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곳부터 적용하고 있어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우리 구역으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분개했다.
 

더불어 협동주택에 대한 해결 실마리를 찾고 있던 중랑구 등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독재건축 조합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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