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신의 Money&money>정비사업 법과 현실은 ‘따로 따로’
<박순신의 Money&money>정비사업 법과 현실은 ‘따로 따로’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04.2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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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2 08:07 입력
  
박순신
이너시티 대표이사
 
 
정비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조합설립동의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사업계획(특히, 조합원의 분담금 규모를 표시)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조합설립자체가 무효라고 지속적으로 판결하고 있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은 추진위원회의 업무 중에서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여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작성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필요한 여러 가지 내용 중에서 최소한 건축계획과 세대수의 건립규모가 결정되어야만 그에 따른 분양수입과 사업비 등을 추정하여 조합원의 분담금을 예시적으로라도 명기하여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6일 공포하여 시행하는 〈도정법〉의 개정을 통해 정비계획수립의 경우 건축계획을 포함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률의 개정 취지는 사업초기 단계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정비계획 수립을 간소화하여 사업을 추진하기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비계획수립에 대하여는 그 동안 각 시·도의 조례로 주민제안이 가능하였으나, 이번 법 개정으로 반드시 시장 또는 구청장이 수립하도록 명문화했습니다.
 
이렇게 법률이 바뀌면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조합설립동의서에 조합원의 분담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조합설립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아예 없앴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건축계획을 수립하고, 건립세대수를 결정해야 조합원의 분담금을 산정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따라서 개정된 법률이 시행중에 있으나, 개정된 〈도정법〉은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하기보다는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도 있어서 이를 보완하는 법률개정이 다시 뒤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2003년 〈도정법〉을 제정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부문이 시공자의 과다한 영향력이 부정과 비리를 초래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제한하고, 시공사가 담당하였던 조합 업무에 대한 지원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맡으면 부정과 비리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정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것이 이제 만 6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도정법〉이 처음 제정되면서 해결하고자 했던 정비사업에서 부정과 비리가 해소되고 투명하고 깨끗한 사업으로 거듭난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정법〉이 시행되면서 추진위원회와 조합에는 자금줄이 끊겨, 영세한 정비업체가 자금조달업무를 대신하면서 더 많은 비리를 양산하고 그로 인한 범법자만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도정법〉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정비사업전문관리자는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행정업무의 지원은 뒤로하고 자금조달에 매달리는, 그래서 시공자와 철거업체, 설계사무소 등 온갖 이권에 개입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방증이라 할 것입니다.
 
부정과 비리를 줄이고 방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입니다만, 정비사업의 최대 목표가 부정과 비리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가치를 상승시키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며, 도심에서 주택을 공급하여 쾌적한 주거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입니다.
 
본말이 전도되어 시행되고 있는 내용들을 다시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정비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초기에 시공자를 선정하여 사업비용을 투명하게 조달하게 하면서 시공자의 전문적인 업무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도정법〉도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개정취지는 공감하나, 조합이 처한 현실은 법원으로부터 조합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결정이 잇따르고 있는 데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가시적으로 구역지정 단계에서의 업무량만 조금 줄이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조합이 처한 현실에 반대로 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결대로 조합설립동의서에 조합원의 분담금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시하라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의 자발적인 정비계획수립과 정비계획 내용에 따라 건축계획과 건립세대규모 등을 결정하여 그에 맞은 수입과 지출을 반영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조합설립동의서에 필요한 조합원의 분담금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든 문제를 지자체가 해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도정법〉은 앞으로 사업의 빠른 추진뿐만 아니라 내용과 절차상에서 법원으로부터 ‘잘못됐다’는 결정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즉 법과 현실이 그리고 행정부와 사업부가 따로따로가 아닌 같은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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