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촉진지구 자금지원 확대한다는데…
서울 촉진지구 자금지원 확대한다는데…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9.01.21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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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1 14:07 입력
  
추진위 운영자금 80%·공사비 40%까지 지원
서울시, 이르면 3월 시행… 주거이전비도
업계, 지원 문턱 높으면 ‘있으나마나’ 우려
 

서울시내 도시재정비촉진구역들이 추진위 운영자금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시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시는 지난 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특별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르면 오는 3월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 재정비촉진지구 내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추진위원회는 물론 조합들도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추진위원회 초기 운영자금 지원은 그동안 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로 자금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담합, 유착 등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세부 규칙 등 사업 자금을 지원 받기 위한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복잡할 경우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 추진위 운영자금·건축공사비·세입자 주거이전비 등 지원=오는 22일까지 입법예고되는 〈서울특별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조례〉 개정안이 통과·시행되면 기존보다 자금지원 범위가 크게 확대된다.
현행 조례는 구청장이 정비사업을 시행할 경우 △기반시설 설치비용 △재정비촉진지구 내의 매수를 청구한 토지의 매입비 △총괄사업관리자의 업무수행비용 △지구지정, 계획 수립 및 제도발전 조사비·설계비 및 연구비 △재정비촉진지구 밖에 설치되는 기반시설 설치비용 등으로 활용이 가능했지만 실상 추진위가 지원받을 수 있는 비용은 기반시설 설치비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추진위원회 운영자금 △건축공사비 △세입자 주거이전비 △한옥 수선 등의 비용 △과거 흔적 조성사업 사업비용 등을 구청장 외에 추진위나 조합에서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우선 추진위 운영자금은 재정비촉진지구 안에 있는 재개발, 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를 대상으로 추진위 운영자금의 각 80% 이내를 지원받게 된다.
 
시는 추진위 운영자금 지원이 시행될 경우 그동안 용역업체가 음성적으로 비용을 지원함에 따라 발생되는 비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건축공사비를 지원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주거환경개선, 재개발, 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이 그 대상이며 건축공사비의 40% 이내에서 지원 받을 수 있게 된다.
 
시 관계자는 “민간 금융 경색과 건설경기의 침체로 자금력이 부족한 조합에게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 같은 조항을 신설하게 됐다”며 “건설시장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더불어 세입자 주거이전비도 융자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 시행자는 재정비촉진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재정비촉진계획 공람공고일) 전 3개월 이상 거주한 주거용 건축물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한다. 특히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가계지출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주거이전비 지급금액도 3개월에서 4개월로 상승함에 따라 그동안 조합에서 부담이 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시 관계자는 “세입자 주거이전비를 융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조합의 주거이전비 지급 부담을 줄여줄 계획”며 “주거이전비 문제로 조합과 세입자간의 마찰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사라지는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전통 한옥밀집지역에 개·보수 및 신축비용도 지원 및 융자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행 〈서울특별시 한옥지원조례〉에 따라 전통 한옥밀집지역은 3천만원 보조와 2천만원을 융자받을 수 있다.
 
또 촉진지구 내 재개발·재건축으로 사라지는 문화적 장소를 보전하기 위한 과거 흔적 조성 사업(주민 삶의 모습·추억·애환이 담긴 거리나 동네의 흔적을 보존하는 사업) 비용도 보조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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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자금 10억~20억원 소요… ‘검은 유착’ 예방 효과
 

■ 왜 필요한가
이번 개정안이 통과·시행되면 초기자금 지원을 통한 특정 업체와의 유착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초기자금 조달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적된 문제다. 실제로 (사)주거환경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전까지 소요되는 비용은 구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재건축의 경우 15억~20억원, 재개발의 경우 10억~15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약 81%의 구역이 정비업체로부터 차입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상 사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토지등소유자가 납부하는 경비 △금융기관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으로부터의 차입금 △특별시장, 광역시장 또는 시장이 융자하는 융자금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토지등소유자들이 일일이 갹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그동안 융자제도 역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비업체로부터 자금을 대여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정비업체도 선정하지 못한 사업 초기단계의 추진위원회다. 추진위 승인을 받기까지 들어가는 경비나 주민총회 개최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업체에게 자금을 대여 받을 경우 그 업체와 유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추진위와 정비업체 간의 유착관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광역 단체의 자금 지원이 시급했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고 융자 방식을 현실성 있게 마련해 시행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비촉진지구 외의 재건축·재개발구역에도 보다 많은 구역들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시급히 개선·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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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절차 복잡하면 ‘유명무실’
세부규칙등 현실 반영해야 실효
 

■ 업계 반응
이번 〈재정비촉진 조례〉개정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환영을 표하면서도 지난해 서울시 초기자금 융자제도와 마찬가지로 현실성 없는 제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정비사업 추진위에 초기자금을 지원하겠다며 시행한 융자제도가 홍보부족과 비현실적인 융자 방식, 법적 미비 등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초기자금 지원 융자제도는 융자를 받은 추진위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시에서도 사실상 실패한 제도임을 자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자금 지원이 아닌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근거로 하고 있어 보다 현실적인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된 초기자금 융자제도는 〈도정법〉 상 지원 가능한 근거가 매우 한정적인데다 절차상으로도 재정비촉진사업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재정비촉진지구 내 사업을 추진하는 구역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자금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재정비촉진지구에 지원되는 자금은 구역지정 후에 자금이 지원된다는 점을 들었다.
 
재정비촉진사업은 촉진계획이 고시되면 정비구역을 지정받은 것으로 의제 처리돼 곧바로 조합설립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합설립에 필요한 자금만으로도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건축공사비, 세입자 주거이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지원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주장에서 업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시행된 초기자금 융자제도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담보를 조건으로 내건데 있다. 추진위는 조합과 달리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담보를 제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제도 역시 담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추진위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사실상 담보를 제공하고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추진위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담보 조건을 완화하거나 무담보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이상 추진위 운영자금 지원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개정안이 통과·시행되면 공사비의 40% 이내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에 이르는 공사비의 40%를 특별회계로 지원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특히 구청장이 정비사업을 시행할 경우 공사비의 80%까지 지원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만약 일부 구역만 지원하게 될 경우 형평성 문제는 물론 생색내기용 제도가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시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관련 규칙 개정 및 신설, 심의 등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현재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개정안이 입법예고안대로 통과된다면 관련 규칙, 기준 등을 조속히 마련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는 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가 끝나면 조례규칙심의회, 시의회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3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진위 운영자금은 〈도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르면 오는 6월, 늦어도 상반기에는 시행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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