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재개발 강제철거 예방대책… 조합원들만 멍든다

서울시, 정비사업 불법철거 기준 강화한다는데... 김하수 기자l승인2018.04.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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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철거 예방위한 사전협의체 제구실 못해
지나친 공공간섭에 조합원 금융이자 눈덩이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서울시의 정비사업 강제철거 대책에 대한 업계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소수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다수 조합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시행한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 을 강화한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해 초 불법적인 강제철거를 예방하겠다며 행정지침에 불과했던 강제철거 예방 사전협의체 제도를 조례로 법제화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시의 사전협의체 제도는 허울만 좋은 유명무실한 제도” 라며 “시가 공적 책임 없이 강제철거 금지 원칙만 내세우며 민·민 갈등을 유발해 결국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무실’ 사전협의체, 소득 없이 시간만 낭비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는 사전협의체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제철거를 예방하기 위해 이해당사자간에 충분한 사전협의를 진행하도록 서울시가 지난 2013년 도입한 제도다. 이후 지난해 1월 시는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 사전협의체 협의 결과를 반영토록 조례를 개정했다.

협의체를 통해 사업시행인가 절차 및 분양신청 접수 완료 후 조합, 현금청산자, 주거세입자, 상가세입자 등 이해관계자와 공무원 및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여 원만한 이주를 위해 최소 3회 이상의 회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하라는 취지였다.

협의체를 3회 운영하고도 협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도록 서울시는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사전협의체 제도 법제화에도 불구하고, 퇴거 대상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불참하는 등 협의를 원만하게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평구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협의 핵심 당사자인 조합은 전체 주민들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반면, 퇴거 대상자들은 높은 보상금만 요구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불참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협의체 운영 제도가 별다른 소득 없이 시간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사전협의체 운영과 관련해 조합은 협의체 회의에 기본적으로 9번을 참석해야 한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42조의5 제6항에 따르면 최소 3회의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대상은 각 협의 주체별로 3개 집단으로, 종합하면 현금청산자 3회, 주거세입자 3회, 상가세입자 3회 등 총 9회다.

여기에 구청에서 주거세입자 같은 경우 대상자가 많다고 판단되면 두 번으로 나눠 하도록 요구한다. 이 경우 조합을 대표하는 조합장은 총 12회의 협의체 자리에 참석해야 한다. 이 기간이 통상 3~4개월이다.

지난해 사전협의체 절차를 진행한 강북구 미아3구역 조합 관계자는 “협의체 위원들이 아무런 권한도 없고, 권한을 줄 수도 없다”며 “조합장 또한 총회 위임이 없는 이상 보상금 추가 제공 여부와 관련해 아무런 협상 권한이 없는 게 현실이어서 시간만 낭비하는 제도”라고 제도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민간사업에 대한 공공의 지나친 간섭 부작용

사전협의체 등 서울시의 강제철거 예방대책이 공공의 민간사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업기간 지연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증가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주민들로 인해 철거가 늦어질 경우 사업지연에 따라 매달 수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위7구역 재개발 사업이다. 장위7구역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이주에 착수해 현재 1가구를 제외하고 모든 가구가 이주를 완료했다. 이 구역은 지난해 11월 재개발에 따른 퇴거 강제집행에 불응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중 한 명이 자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장위7구역 조합 관계자는 “아직 이주하지 않은 1가구 때문에 사업기간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 증가로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현재까지 7~8회 이상 협의체를 운영해봤지만 조합, 세입자, 전문가 등 3자가 자리에 앉아 양측 주장만 재확인할 뿐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사전협의체를 거치고도 결국은 명도소송 등 관련 절차를 또 다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가 과도한 직권남용을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관계자 각자의 주장이 충돌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사법부에서 판단할 영역인데, 서울시가 행정권한을 무기로 필요 이상의 개입을 한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명도소송 등 사법부에서 판단할 사안을 서울시가 인권 보호 등을 이유로 과도한 개입을 한 것이 문제”라며 “사법부 판단 영역에 행정부가 개입해 시간만 낭비하게 만드는 일종의 직권남용 사례”라고 지적했다.

‘철거는 폭력·불법행위’라는 서울시의 편중된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조합들은 명도소송을 통해 승소한 뒤 강제집행을 예고하고, 집행관을 대동한 철거에 나선다는 점에서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협의체의 주요 대상은 조합과 협의를 거부하는 이주자로써 조합이 법적 절차를 통해 산정한 이주비나 보상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비용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이 경우 협의체가 할 수 있는 것은 보상금 등을 법적 기준보다 많이 주도록 조합에 종용할 수밖에 없다. 해당 이주자를 설득하기보다는 조합에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김하수 기자  hs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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