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핸드북-일조·조망권
정비사업 핸드북-일조·조망권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8.10.28 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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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8 16:00 입력
  
동짓날 총 4시간 햇볕 막으면 일조권 침해
일조권 침해하면 공사 중지될 수도
사업 초기부터 피해 없도록 준비를
 

 

 
 
최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조와 조망이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조와 조망에 침해를 받을 경우 이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시행할 경우 인근 주택의 일조와 조망을 침해하지 않도록 사업 초기부터 철저히 준비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일조와 조망의 침해가 인정될 경우 보상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공사 중지나 철거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일조·조망이란 무엇이며 침해 기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일조권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일조란 본래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로 우리나라 말로 순화하면 ‘햇볕이 내리쬠’이 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에서 사용되는 일조권이란 ‘건물 내 내리쬐는 햇볕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일조권을 침해당한 경우 재산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일조권이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점차 일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이에 따른 소송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나라의 법에는 일조권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조권에 대한 규정은 〈건축법〉 제61조와 시행령 제86조, 〈서울특별시 건축조례〉 제29조 등의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제한’ 규정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 전용주거지역 및 일반주거지역 안에서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해 정북방향의 인접대지경계선으로부터 일정한 이격거리와 건축물의 높이에 대한 제한 등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일조량과 시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와 법원은 일조권은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로 반드시 보장받아야 될 권리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인 환경권에 따라 일조권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어떠한 건물신축이 건축 당시의 공법적인 규제에 형식적으로 적합하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일조방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커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은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1999. 1. 26 선고 98다23850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일조권 침해는 공법적인 규제를 이행했다 하더라도 수인한도, 즉 일조권을 침해받았을 경우 참아낼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경우 사법상으로는 위법행위로 판단해 일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일조권 침해 기준=일조권은 침해 정도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조항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의 판례를 준용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법원에서는 ‘햇볕이 일정시간 이상 들어오는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동지일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동지일을 기준으로 오전 8시에서 오후4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서 최소한 4시간 정도 확보되는 경우 등을 수인한도로 보고 이 둘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 일조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피해의 정도 △가해ㆍ피해 회피 가능성 △지역성 △피해건물의 배치ㆍ구조 △가해ㆍ피해건물의 용도 △가해건물의 공법규제위반 여부 △교섭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사업초기 단계에서부터 미리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하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또 최근에는 아파트를 건축하기 전 설계단계에서부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일조 침해 정도를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만 일조권 침해 소송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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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가치와 결부될때만 조망권 피해 인정”
 

■ 조망권 판단 기준
일조권 소송의 대부분은 신축되는 건물이 이미 건축된 건물을 가림으로써 제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일조권 소송에는 대부분 조망권 침해에 대한 손해 배상도 같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조망권이란 자연적이거나 역사적인 또는 문화적인 경관을 조망함으로써 미적 만족이나 정신적 휴식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조망권도 일조권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규정된 권리가 아니며 〈헌법〉이 정하는 환경권 외에는 다른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조망권 침해에 대한 손해 배상은 일조권 침해보다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망이라는 개념자체가 주관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침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법원은 조망권을 무조건적인 반사 이익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조망이 경제적 가치와 결부되는 경우에만 침해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처음부터 경관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호텔이나 레스토랑, 커피숍 등을 지어 조망에 따른 금전적 이익이 연결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조망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망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조망권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조망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천공 조망’이다. 천공 조망은 ‘아파트나 주택의 거실창 면적에서 하늘이 보이는 면적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조망을 정량화, 객관화한 것이다.
 
천공조망으로 조망권의 침해를 인정받은 사례는 남양주시의 H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일조권과 더불어 천공 조망권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요구해 법원이 받아들인 바 있다. 또 최근 들어 일조권 침해가 없는 상황에서도 조망침해를 인정하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조망권 침해로 인한 사업 지연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조권과 마찬가지로 초기 설계단계에서부터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 재개발·재건축 전문가는 “실제로 흑석동 모 빌라의 경우 일조권과 상관없이 한강에 대한 조망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이유로 공사금지가처분의 일부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며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일조권과 조망권 등에 침해가 없도록 설계해야만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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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기준·제도 미비, 법원 판결도 제각각”
 

이승태 
변호사(법무법인 이우)
 

법무법인 이우의 이승태 변호사는 그동안 일반 주택에서는 거의 인정되지 않았던 조망권에 대한 손배 배상을 인정받은 변호사로 유명하다. 특히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천공 조망권’을 인정받아 일조·조망 분야의 전문변호사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사업에도 일조권·조망권 침해에 따른 소송이 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변호사를 만나 일조·조망권에 대한 궁금증과 분쟁 최소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일조권·조망권이 중요한 이유는=법은 차치하더라도 일조권과 조망권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지하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햇볕도 들지 않고 창밖으로 벽만 보이는 집에서 산다면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이 그 집에서 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일조권·조망권 침해에 대한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인간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누려야 될 권리임에도 아직까지 법원에서는 일조·조망권이 개인적인 이기심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일조권은 일정한 공간 속에서 누려야 하는 권리다. 다시 말해 주택과 같은 움직이지 않는 건물 안에서 인간이 누려야 하는 권리인 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건물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해자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조와 조망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합리적인 보상기준이 있어야만 일조권·조망권 침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법적 규정이 미비해 분쟁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우리나라의 경우 일조권과 조망권에 대한 법적 규정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조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법에 없고 ‘일조’라는 말만 〈건축법〉에 조금 나와 있을 뿐이다. 조망권은 법적으로 전혀 규정돼 있지 않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렇다 보니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에 따른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법적으로 기준이 미비하다보니 법원마다, 판사마다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우선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아무런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법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 다른 법률과 상충되고 그동안 지어진 건물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초적인 규정부터 천천히 준비해 나간다면 일조권과 조망권에 대한 분쟁을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조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서로 양보하는 것만이 일조권과 조망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마찬가지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후 소송으로 보상하기 보다는 신축하기 전에 미리 일조·조망에 대한 피해가 없는지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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