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여러 차례 칼럼을 통해 정비사업의 어려운 부분을 말씀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비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근간으로 하면서 여러 관련된 법령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기간이 긴 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한 일들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문제는 오히려 쉽게 예방할 수도 있고 도저히 해결 하지 못하는 난제로 남기도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여러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면 기본을 무시하고 추진하면서 생기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도정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서면동의를 반드시 얻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상당수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토지등소유자의 민원제기가 있거나 혹은 법원에 업체 선정의 효력이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라도 하는 날에는 업체선정이 무효라는 판결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법이 정하는 내용을 잘 살펴서 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 회의체의 회의 소집과 운영에 대한 부정확한 업무 지식으로 인한 문제들도 있습니다. 추진위원회에서 추진위원회의 소집이나, 운영 또는 조합의 이사회·대의원회의를 소집하기 위해서는 도정법과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그리고 조합정관 등에서 정하고 있는 소집절차와 안건 처리 방법 등을 충실히 따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른다거나 혹은 시급한 안건이라는 이유로 절차상의 하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도 사전에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살피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는 아주 기초 중의 기초인 인데도 말입니다.

 

도정법에서는 사업을 추진하는 여러 내용들을 정하고 있어서 필요에 따라서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의 시행자가 반드시 조합이 아니더라도 토지등소유자가 시행을 한다면 사업시행인가 전에 건설회사를 공동시행자로 정하여 도움을 받는 방법이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사업장에서 심지어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승인을 받고서 뒤늦게 시행자를 ‘토지등소유자’로 하여 건설회사를 선정하는 일이 있습니다. 엊그제도 어느 일간지에 추진위원회가 건설회사를 도급제 방식으로 공동시행사를 선정하겠다고 입찰공고를 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도 기본을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추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서 조합원에게 비밀로 해야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만약에 조합원에게 비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제대로 된 일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클 것입니다. 도정법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사업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알리고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 또한 기본 중에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업장에서는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이 조합의 여러 정보들을 알 수 없다고 하면서 민원을 내고 시끄러워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합원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지난달에 국토해양부는 도정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여러가지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그와 동시에 조합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도 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지등소유자와 조합원에게 신뢰를 얻는 사업장만이 진정 성공적인 사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지면을 통해 몇 가지 기본적인 내용을 말씀 드리는 것은 근래에 이런 절차적인 문제로 인하여 송사가 끊이지 않고 있고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토지등소유자와 조합원 그리고 집행부는 적법한 절차와 상호간의 신뢰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기본을 충실히 지키자는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지름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간과 노력과 열정만이 보다 성공적인 사업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요인들처럼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