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대출규제에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 '비상'

전세대출 마저 ‘대못’ 예고… 정비사업 영세 조합원들만 ‘피멍’ 문상연 기자l승인2018.09.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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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 보증요건 대폭 강화
대출이주비 한도에 막혀 현금청산자들 양산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정부가 전방위로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이주를 앞두고 있는 재건축 단지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작년 8·2 대책에서 정비사업 이주비 한도를 크게 낮춘 이후에 재건축조합들이 부족한 이주비를 충당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대출 규제로 인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고소득자의 전세대출마저 옥죄기에 나서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나아가 정부의 8·27대책 발표로 경기도 광명과 하남 등 새롭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들도 갑작스런 대출 한도 축소로 이주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 전세자금대출 규제 예고…정비사업 직격탄

금융당국이 최근 전세자금대출을 소득기준에 따라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이주를 앞둔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임시 거처를 이용해 전세대출을 받아 이주비를 충당하려는 계획을 잡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전세자금 보증 요건을 강화해 이르면 9월부터 고소득·다주택 가구에 대해 전세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고소득 요건은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상 △신혼부부 8천500만원 △1자녀 가구 8천000만원 △2자녀 가구 9천만원 △3자녀 가구(1억원) 등이다.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이용돼 집값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주택보유자와 무주택자를 가리지 않고 소득기준을 모두 적용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은 강력한 반발로 인해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 무주택자를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부부 합산 7천만원을 고소득자로 판단하는 것과 무주택자까지 소득제한을 두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발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1주택자 대상으로는 소득요건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무주택 가구에 대해서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며 “1주택자 소득 요건 등 구체적인 내용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조속히 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가 이주비 대출 원천 봉쇄…정비사업 대출 규제 완화 요구 빗발

작년 8·2 대책으로 정비사업의 이주비 지급 한도가 기존 LTV 60%에서 40%로 대폭 줄면서 정비사업 이주비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족해진 20%의 차액을 메꾸기 위해 조합들이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다주택자·고소득자의 전세자금대출 마저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사실상 부족한 이주비를 메꾸기 위한 대출이 봉쇄된 상태다. 

특히, 최근 1주택자들에게도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합원 물량은 비교적 안전 자산에 속하는데 정부가 과도하게 대출 규제를 하면서 조합원들의 이주를 막아 사업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위가 무주택자를 전세자금대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정비사업 조합원들에 대한 대출 규제에도 완화책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서초구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의 3분의1 이상이 부족한 이주비 대출한도로 이주가 어려워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전세대출까지 막아버리면 이주는 물론 재건축사업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이주비 한도 LTV 40%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정비사업에서 대출한도를 시세 절반수준인 종전감정평가 금액이 아닌 종후감정평가액으로 정하는 등 예외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담보가 확실한 정비사업의 경우 대출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주비 조달 문제가 지속되면 올해 하반기까지 각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부족한 이주비 집단대출을 해줄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조합원 개개인이 이주비 혹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사채까지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가 정비사업 조합과 금융기관간 중재를 나서는 등 해결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로 영세조합원 피해 심각

턱없이 부족한 이주비 대출 한도로 인해 영세조합원이 현금청산자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주비 대출 한도를 큰 폭으로 낮추면서 별도의 소득 없이 가진 것이라곤 집 한 채가 전부인 은퇴자나 고령자들이 이주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어 현금청산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득이 있는 조합원들은 급한 대로 신용대출 등을 통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나 전세자금을 마련하면 되지만, 소득이 없는 조합원의 경우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해 결국 조합원 지위를 포기하고 현금청산자로 전락해 타지로 내몰리는 처지에 놓인다는 것이다. 특히,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이나 재개발사업 현장의 경우가 심각하다.

동대문구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구역 내 살고 있는 조합원들 중 은퇴한지 오래돼 집한채가 전부인 고령자분들이 많다”며 “내년 초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계획인데 벌써부터 조합원들이 조합사무실로 찾아와 이주비 때문에 30년 넘게 살던 고향에서 내몰리게 생겼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재개발사업이 원주민들을 내쫓는다고 했는데, 현실은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무분별한 대출규제가 원주민을 내쫓고 있다”고 말했다.


문상연 기자  msy@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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