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사업시 '교육환경영향평가' 까다롭고 합의도 어려워

학교측 무리한 요구에 사업장마다 '몸살' 김하수 기자l승인2018.11.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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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이후 57건 심의 … 5곳 불승인·재검토
사업 지연·비용 증가에 조합원들 부담 가중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지난해 2월 교육법 개정 이후 정비사업 사업시행인가 전제조건이 된 교육환경영향평가가 일선 재건축·재개발조합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심의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명확한 탈락 사유가 공개되지 않아 전체 사업 일정이 늦춰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특히, 학교 측의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에도 조합들은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 학교 측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법 시행 이후 57개 정비사업장 심의…이중 5곳은 ‘불승인·재검토’

교육환경영향평가는‘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에 따라 지난해 2월 4일부터 시행됐다. 학교 인근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하거나 건축법에 따라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행위를 할 때 시·도교육청 내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교육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하는 교육환경보호위원회는 △대학교수 △교육청 4급 이상 공무원 △구청 건축과 국장 △학교장 등으로 구성된다.

심의는 교육환경보호위원회와 조합장, 협력업체, 지방교육청, 학교 등이 참석해 학교 예정지나 기존학교 일대의 △주변 유해시설 및 위험환경 사전 차단 △소음·진동·일조권 등 교육환경 검토 △학교 위치·통학거리·교지면적 적정성 검토 △단지 신설로 인한 학생 수 변화 등 교육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게 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사업시행인가 완료 전, 건축법을 적용받는 단지는 건축허가를 받기 전까지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시 정비사업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 건수는 총 57건(재심a의 제외)이 진행됐다. 사업 유형별로는 △재건축 24건 △재개발 23건 △도시환경정비 9건 △리모델링 1건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5곳(불승인·재검토)을 제외한 52건이 승인됐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진행되고 있으며, 객관적 지표에 근거한 과반수 이상 외부위원들의 의견을 거쳐 심의한 후 승인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학교 요구사항에 조합들 ‘시름’

문제는 다수의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이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사시 인근 학교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의 무리한 공공기여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환경영향평가가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면서 정비구역 인근에 학교가 있는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은 학교가 원하는 요구조건을 들어줘야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6·7·8구역 재개발조합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 최근 건물 한 동을 매입했다. 사업지 인근에 있는 영화초등학교에서 학생들 통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학교 진입도로 확장을 요구함에 따라 도로확장을 위해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노량진8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1일 최초 교육환경평가서 제출 이후 총 5차례의 심의를 거친 끝에 올해 7월 말 비로소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며 “통상적으로 심의기간이 2개월 정도 소요된다 할 때 6개월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시행인가’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교육환경영향평가심의 통과를 위해 조합은 학교 측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교 측의 요구를 수용하며 사업시행인가를 받긴 했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건물매입비 35억원뿐만 아니라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도 모두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은 구역 내 보광초등학교 이전 건립비용을 두고 서울시교육청과 갈등을 빚다 최근 보광초교를 이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조합은 서울시와 용산구 등의 요청에 따라 낡은 보광초를 이전하기로 하고, 중부교육청 등과 협의해 변경된 계획안을 지난해 말 용산구에 제출했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를 열고 한남2구역에 있는 보광초교 이전에 대해‘재검토’결정을 내렸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용산구, 서울시와 학교위치 및 면적과 관련해 충분히 협의한 후 서울시교육청의 심의를 받았다”며 “교육청과의 쟁점은 학교부지 및 학교 건립비용 분담 주체를 정하는 것이었는데 교육청의‘재검토’결정은 조합이 학교 건축비를 포함한 200억원에 달하는 이전비용 전액을 부담하라는 내용과 다름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조합은 해당 초등학교를 구역에서 제외시킨 상태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재정비 계획변경안을 다시 손질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의 4-1-3구역 재개발구역은 지난해 10월 교육청의 교육환경영향평가심의에서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구역 옆에 위치한 구암초등학교와 일조권 침해문제에 대한 학교와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일조권 침해 발생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공원 이전을 통한 정비계획 변경이 추진돼야만 가능한데 이 경우 조합설립 이후 4년 동안 추진됐던 재개발사업의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돼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도 단지 길 건너편에 있는 잠실초등학교가 일조권을 고려해 층고를 낮춰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수차례 협의 끝에 결국 조합은 당초 정비계획안과는 달리 전체 가구 중 288가구가 줄어들게 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주변에 학교가 많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학교가 요구하는 사항이 지나치게 많아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교의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기자  hs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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