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역해제는 밀어붙이고, 재지정은 까다롭게… 서울시 왜 이러나

문상연 기자l승인2019.01.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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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2·증산4구역 무효소송 불구 도시재생사업 강행
“정비사업 재지정 주민 75% 동의 받아야” 강요 논란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최근 해제된 재개발·뉴타운 구역 곳곳에서 재개발사업을 재추진하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조례에서 규정한 동의율 60%가 아닌 75%의 동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중심을 잃은 편파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나아가 종로구 사직2구역, 은평구 증산4구역 등 구역해제가 결론나지 않은 현장에서도 지자체가 구역 내 건축행위 제한을 풀어주는 등 정비구역 해제에 무게를 둔 행정을 보이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직2구역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가 공동이용시설 용지를 매입하거나 빌라 공사를 허가하는 등 비상식적인 편파행정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사직2구역, 조합 연이은 승소에도 서울시 사업방해 논란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과 관련해 서울시가 구역해제 무효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식을 벗어난 행정을 펼치며 재개발사업 재추진을 방해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서울시가 지난 2017년 일방적으로 직권해제한 곳이다. 구역 내 한양도성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조합은 서울시를 상대로 정비구역 직권해제 무효소송을 제기해 1심에 이어 2심까지 승소했다.

법원은 시가 조례로 정한‘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이 직권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시가 다시 항소해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구역해제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고, 조합이 승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정비구역내 건축행위 제한을 풀어 빌라 건립 허가를 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사직2 주거환경개선사업 관련 공동이용시설 부지 매입 추진 계획을 내놨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시가 소송에서 불리해지자 사업이 재추진되지 못하도록 억지 행정을 부리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비사업이 재추진될 경우 신축된 빌라 소유주들이 사업에 반대하도록 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또한, 구역해제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시가 구역내 공동이용시설 매입 계획을 내놓는 것은 정비사업이 아닌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직2구역 조합 관계자는 “조합의 연이은 승소로 재개발사업 추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신축 공사를 허가해주는 등 이미 해제된 구역으로 여기는 몰상식한 행정을 보이고 있다”며 “구역해제 무효소송과는 상관없이 재개발사업이 아닌 도시재생사업을 밀어붙이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몰제 연장 거부 증산4구역, 조합설립 동의율 77% 무시하고 도시재생 추진 강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명시된 일몰제 적용 연장을 거부한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구역해제의 편파행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증산4구역은 2014년 8월 11일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승인 받았지만, 2년이 넘도록 조합설립을 하지 못해 일몰제 적용을 받게 됐다. 이에 추진위는 일몰기간이 도래하기 전인 2016년 6월 27일 전체 토지등소유자 32%의 동의를 받아 은평구청에 일몰기한을 연장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조합설립 요건인 동의율 75%에 미치지 못해 연장을 해도 사업 추진 가능성이 없다며 부동의 결정을 했다. 이에 증산4구역 추진위는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추진위에 따르면 주민들의 조합설립동의율이 77%를 넘기면서 주민들의 재개발사업에 대한 염원도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와 구는 지난해 12월 12일 아직 해제고시도 되지 않은 증산4구역에 대해 구역해제를 기정사실화 하는 ‘일몰제 부동의에 따른 해제 및 대안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은평구가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도 없이 구역해제 후 도시재생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후 도시재생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일몰제 기간 연장도 거부하고, 해제고시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통보도 없이 설명회를 개최해 도시재생사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재개발사업을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시가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례로 정한 60% 무시…정비구역 재신청하려면 75% 동의 받아라

반대로 해제된 구역에서 정비구역으로 재지정 해달라는 요구에는 서울시가 제도를 벗어난 무리한 동의율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10조 1항에서는“정비계획의 입안을 제안하는 경우 해당 지역 토지등소유자의 6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토지면적 1/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기존 해제 구역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이 주민동의 75%를 요구하는 내부방침을 고집하고 있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송파구 마천2구역과 마천3구역의 경우 70%가 넘는 주민 동의서를 확보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청에서 75%의 동의서를 요구하면서 정비구역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김원기 마천2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장은 “정비구역 지정을 요청하려면 토지등소유자 60% 이상의 동의만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미 2017년 9월 주민동의서 60%를 모아서 구역 지정을 요청했지만, 해제된 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민동의 75% 요구해 1년이 넘도록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출구전략에 따라 해제된 곳들은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조합설립에 준하는 주민 동의율 75%를 요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제된 구역의 경우 과거 재개발사업 추진여부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많았던 곳으로 재지정 여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다시 반대에 부딪혀 재개발사업이 무산되지 않도록 75%의 동의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하는 단계에서 주민동의 75%를 요구하는 것은 재개발사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요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조합설립에 준하는 75%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구역이 해제된 후 다시 재지정을 추진 중인 중구 신당10구역의 경우 지난해 8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민동의를 받고 있지만, 서울시의 75% 요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신당10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해제구역이라 주민들의 갈등이 심하다는 이유로 구역지정단계에서 조합설립 동의율과 같은 75%를 요구하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문상연 기자  msy@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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