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영업손실·이전비용까지 책임지라고?… 재건축 조합 충격

김하수 기자l승인2019.03.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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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서울시 “영업손실·주거이전비 등 조합이 보상”
정비업계 “도정법 취지 위반 … 공공 책임 전가한 꼴”
전문가 “민간사업에 손실보상의무 부과는 크게 잘못”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정부의 고강도 압박으로 재건축단지들이 연일 고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세입자 손실보상 의무화’ 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맞게 됐다. 재건축 사업지 내 세입자 주거이전비 지급 및 임대주택 공급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세입자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이 직접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임대주택 건립, 세입자 주거이전비 지급 등 거액의 부담을 재건축조합에만 전가시키고 있다” 며 “이러한 공공의 조합 착취는 중단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서울시, “단독주택 재건축 내 세입자 손실보상 조합이 책임져야”

최근 정치권과 서울시가 단독주택 재건축단지 내 세입자 보호대책 수립에 나섰다. 지난해 말 마포구 아현2구역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장에서 강제철거로 갈 곳을 잃은 뒤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박준경씨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건축 사업지 내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해당 사업으로 인해 주택 및 상가세입자가 폐업 또는 휴업하거나 주거를 이전하는 경우 영업 손실 및 주거이전비 등을 사업시행자가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 의원은 “재건축사업 시 세입자의 영업손실 보상에 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은 헌법상 비례 원칙에 어긋나 세입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법조계와 서울시도 동참했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재건축을 빼고 재개발에 대해서만 보상의무를 명시한 도정법 제81조 제1항의 위헌법률심판 심리에 돌입했으며, 서울시도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주거이전비 지원 및 단독주택 재건축단지 내 임대주택 건립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주택 재건축조합, “재개발 세입자 보상 기준 적용시 사업비 눈덩이”

이러한 정치권과 서울시의 움직임에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의 시행자인 조합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이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취지는 같지만 사업진행 방법이나 절차 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행 재개발사업 세입자 보상 관련 기준을 재건축사업에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사업 진행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사업도 재개발처럼 세입자 및 영업권자들에 대해 보상하게 될 경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을 진행해야 하고,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심의 절차 등을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등 관련 절차가 복잡해진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단독주택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단독주택 재건축단지 내 주택 및 상가 세입자들에게 주거이전비 및 영업권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조합 입장에서는 막대한 보상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복잡한 절차에 따른 사업 지연으로 금융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공공사업 성격이 짙다는 이유로 정부가 재개발사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사업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적인 예가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 문제다. 국·공유지 사용료란 재건축사업 진행 시 도로·공원 등 국공유지를 사용하게 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하는 사용료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선 재건축사업의 경우 착공 이후 준공까지 국·공유지 사용료가 부과되고 있으나 재개발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국·공유지 사용료를 면제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는 정도가 재개발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정부는 유독 재건축사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인색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합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정비기반시설 및 공동이용시설이나 임시거주시설 건설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공도 함께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민간사업인 재건축에 손실보상의무 부과는 잘못”

법률전문가들은 재건축사업에도 세입자 손실보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의 법리적 토대가 달라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재건축과 재개발은 공익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재개발사업이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정비기반시설 설치를 통해 도시기능의 회복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적 사업이다. 반면 재건축사업은‘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토지등소유자들의 개별적 조합설립 동의에 따라 시행하는 민간사업으로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재건축에는 강력한 수용·사용권이 없다는 점이다. 협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재건축사업은 수용·사용 등의 공적 수단이 아닌, 매도청구권 행사를 통해 해결한다.

셋째, 공시지가와 시가의 수용보상금 산정 매커니즘에서도 차이가 있다. 재개발사업에서의 수용보상금의 산정은 개발이익을 배제한 수용 당시의 공시지가에 의하지만, 재건축사업에서는 ‘시가’를 기준으로 한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으로 매도청구한다. 이 시스템의 존재 이유는 재건축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을 임대차계약 등에 따라 토지등소유자 스스로 해결하라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넷째, 비용부담 증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에 대한 부담도 지적된다. 손실보상 부담에 따른 사업성 악화와 분담금 증가가 조합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원활한 도시정비사업의 추진에 걸림돌이 돼 주거민의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도시정비법 제정 취지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진상욱 법무법인 인본 변호사는 “재건축조합에게 수용·사용권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손실보상의무만을 규정하는 것은 재개발사업과 비교해 볼 때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따라서 재건축사업에게 세입자 손실보상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안은 현행 도시정비법의 체계 및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하수 기자  hs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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