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지리-- 거북이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형 명당
고제희의 풍수지리-- 거북이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형 명당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03.2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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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7 15:43 입력
  
 도로를 제물로 보고 마당을 연못으로 보니
‘재물운’이 높은 곳… 현관도 밝아서 행운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대표이사
 
 
17) 줄을 서야 밥을 먹는 식당-용금옥 추탕

추어탕의 ‘추(鰍)’자는 ‘고기 어(魚)’와 ‘가을 추(秋)’가 합쳐진 글자로 미꾸라지를 재료로 하여 만든 음식이다. 단백질과 칼슘 그리고 비타민A가 풍부해 뱀장어 못잖은 영양식품으로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서민이 즐겨 먹은 물고기 음식에 추어탕이 속한다’고 하였다. 전국적으로 즐기는 추어탕은 들어가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있어 지방색이 뚜렷하다.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깬 살에 배추를 넣어 담백하게 끓이고, 전라도식은 경상도식과 비슷하나 국물에 된장과 들깨를 넣어 구수한 맛을 낸다. 강원도식은 고추장을 풀어 뻘겋게 요리를 하고, 서울식은 사골육수에 두부나 버섯을 더해 색다른 맛을 내는데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추어탕 집은 70년을 넘게 대물림하면서 ‘서울식 추탕’을 대표해 온 중구 다동의 용금옥(湧金屋)이다. 이 식당은 1932년 문을 처음 열었고, 남북조절위 제3차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북한의 박성철 대표가 “지금도 무교동 그 자리에 용금옥이 있는가요?”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용금옥이 위치한 다동(茶洞)은 다방골로 불렸는데, 지형이 거북 형상이므로 예로부터 심한 변란이 닥쳐도 이곳 만큼은 일체의 화재를 면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곳에는 예로부터 장사하는 부자들이 많이 살았는데, 밤늦도록 장사를 하다 자정이 지나서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뜬 뒤라야 일어나므로 늦잠 자는 것을 가리켜 ‘다방골잠’이란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용금옥은 코오롱빌딩의 맞은편 길로 무교동 안으로 들어서면 곧 파출소가 나타나고 그 앞쪽에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삼각지의 오른쪽 골목에 있다. 작고 허름한 한옥의 대문 앞에 ‘추탕, SINCE 1932, 용금옥’이라 쓴 간판이 서 있고, 대문을 거쳐 좁은 통로를 지나면 다시 중문이 나타난다. 용금옥은 풍류가 남편을 둔 홍기녀 씨가 생활 방편으로 가게를 열었는데, 손맛이 좋아 어떤 재료든 맛있는 별미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용금옥은 맏며느리인 조인옥 씨를 거쳐 현재 손자며느리인 오경식 씨가 맡아 3대에 걸쳐 대물림하고 있다.
 
그녀가 개발한 서울식 추어탕, 즉 ‘추탕’은 사골과 양곱창에 두부, 버섯,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한 육수를 만들고,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어 끓이는 점이 다른 곳의 추어탕과 다르다. 겉보기는 육개장과 비슷하나, 한 입을 떠먹으면 입에서 불이 날 정도로 깔깔한 맛이 일품인데, 그 맛에 끌린 사람 때문에 용금옥은 이내 서울의 사랑방 구실을 하게 되었다.
 
서울에 살던 문화예술인이나 언론인 가운데 이곳을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를 들었다. 문인으로 박종화, 구상, 오상순 같은 분이 자주 찾았고, 대통령 후보였던 조병옥 박사도 이곳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이곳을 찾아 추탕을 두 그릇이나 비워냈는데, 이를 두고 홍 할머니는 “그렇게 식성이 좋으면서 무슨 병이 있다고 미국 가세요”라고 말했다. 조 박사가 미국에서 운명하자 그녀는 가게 문을 닫아걸고 남편과 술을 마셨다고 한다.
 
또 언론인이었던 이용상 시인은 ‘용금옥 시대’라는 책을 써 용금옥에 얽힌 유명인의 비사들을 재미있게 엮어냈는데, 그가 얼마나 뻔질나게 용금옥을 출입했던지 재일교포 한 사람이 이씨의 주소를 ‘용금옥’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에 보답으로 용금옥의 1대 주인은 이씨의 외상 전표를 불살라버리라는 유언을 했다.
 
비좁은 식당 안은 옆 사람이 음식을 들며 후루룩하는 소리가 큰소리로 들려 민망할 지경인데, 미꾸라지를 갈아서 먹을 것인지 아니면 통째로 먹을 것인지 주문해야 한다. 여러 밑반찬 중 산초장아찌를 중간 중간 곁들이면 입안이 개운하다.
 
풍수는 미꾸라지가 사는 냇가나 연못가에 혈이 맺힌 곳을 ‘거북이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형의 명당’이라 부른다. 거북은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를 먹잇감으로 좋아한다. 따라서 영구음수형의 명당에는 미꾸라지가 많이 살고 따라서 미꾸라지로 만드는 추어탕 장사가 잘 되는 터이다. 다동은 지형이 거북을 닮았다고 하니 추탕과 소응이 잘 맞을 터이다.
 
또 용금옥은 세 갈래 도로에서 전도형(剪刀形)에 해당하는 삼각형의 터가 아닌 약간 안쪽에 자리해 잘리는 살기를 피한 터에 위치한다. 풍수는 두 길이 비스듬히 만나고, 그 끝에서 도로에 접한 부분은 삼각형의 대지가 되며, 이런 터에 집을 지으면 화재를 당하거나 집 안팎으로 분란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또 용금옥은 다른 곳보다 공간이 넓은 삼각지와 안쪽의 마당으로 통하는 골목길에 위치하는데, 풍수는 도로를 재물로 보고, 마당을 연못으로 보니 재물운이 높은 곳이다.
 
그리고 현관이 밝아야 복이 들어오는데, 용금옥은 출입구의 조명이 밝아 길하다. 또 대문과 현관이 마주보면 살기가 직접 쏘아 흉한데, 이곳은 현관과 중문이 서로 엇갈리게 배치해 살기를 중화시켰고, 중문 앞에 거울을 걸어놓아 외부에서 침입하는 살기를 반사시키고 있다. 나아가 입구에 식당을 소개한 신문, 잡지의 여러 기사들을 스크랩해 놓았고, 또 역사와 전통을 알 수 있는 사진 자료를 벽에 부착해 비록 식당이 현대식은 아니어도 전통이 있는 맛 집으로 비춰져 사람을 불러들인다.
〈대동풍수지리학회 02-3473-9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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