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개발조합원에 정비사업 매몰비용 청구할 수 없다”
대법원 “재개발조합원에 정비사업 매몰비용 청구할 수 없다”
일몰제 앞두고 추진위의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걸림돌 해결
별도 총회 결의나 정관에 명확한 규정 없을 땐 청구 불가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10.0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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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원미7B구역 판례가 남긴 의미와 전망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정비사업 매몰비용을 조합원들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화제다. 그동안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시 매몰비용 책임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통상 비대위들은 사업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들이 공동부담해야 된다고 주장해 동의서 징구에 차질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하는 데 큰 걸림돌 중 하나가 해결된 셈이다. 특히 내년 3월 일몰제 적용을 앞둔 시점에서 적용 대상인 추진위가 조합설립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대법원 “총회결의, 정관에 명확한 규정 없는 한 조합원은 매몰비용 책임 없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경기도 부천시 원미7B구역 재개발조합이 토지등소유자들을 상대로 낸 잔여채무분담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조합설립이 취소된 경우 조합원들에게 잔존채무를 부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정비구역이 해제됨에 따라 추진위원회구성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경우 매몰비용 부담주체를 명확하게 정리한 최초의 판결이다.

원미7B구역은 2010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해 토지등소유자 과반이 구역해제를 요청, 지난 2014년 구역해제가 결정되면서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다. 이후 선정된 시공자가 입찰보증금 30억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조합은 주위적으로 조합정관 제63조에 의하여 잔여채무분담금을, 예비적으로 조합정관 제34조 제1항에 따른 정비사업비를 각 권리가액 비율에 따라 분담할 의무가 있다면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매몰비용을 청구했다.

원미7B구역 재개발 조합정관 제63조는 “청산 종결후 조합의 채무 및 잔여재산이 있을 때에는 해산 당시의 조합원에게 분양받은 토지 또는 건축물의 부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평이 유지되도록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관 제34조 제1항은 “조합은 사업시행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조합원에게 공사비 등 주택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이하 “정비사업비”라 한다)을 부과·징수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1심 부천지방법원은 “조합정관 제63조는 ‘분양받은 토지 또는 건축물의 부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청산 종결 후 채무 및 잔여재산을 분배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문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조합정관 제63조는 준공인가 후 조합을 해산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이지 원고 조합과 같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됨으로써 해산되는 경우에는 채무 혹은 잔여재산의 분배 기준에 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합 정관 제34조는 원고 조합이 사업시행자로서 공법상 지위를 가지고 정비사업을 계속하는 것을 전제로 조합원에게 정비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음을 정한 것으로, 원고 조합은 이미 설립인가가 취소됨으로써 정비사업 계속을 전제로 한 조합원에 대한 정비사업비 부과는 청산사무 또는 청산의 목적범위 내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조합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인천고등법원 또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고,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정관 제63조, 제10조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경우 조합원들에게 조합의 잔존채무를 부담하게 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조합의 설립인가가 취소된 이상 정관 제34조에 기해 정비사업비를 부과·징수할 수도 없다”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강산 김은유 변호사는 “그동안 정비구역이 해제될 경우  매몰비용에 대해 사업 추진에 동의하거나 아니면 해산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가 개인재산으로 변제를 해야 하는 것인지, 정비구역을 지정한 공공이 부담해야 하는지, 시공자 등 채권자가 부담하여야 하는지 등 매몰비용 부담 주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대법원 판결은 한마디로 매몰비용은 총회의 부과결의, 또는 정관에 명확한 부담 규정이 없는 한 조합원들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일몰제 적용 앞둔 시점에 조합설립 걸림돌 해결…동의서 징구 박차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내년 3월 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조합설립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추진위원회에 호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일몰제를 적용받아 구역이 해제될 경우 지자체로부터 매몰비용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상 구역들 내부에서는 일단 일몰제를 피하고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주민들이 자칫 조합설립에 동의했다가 매몰비용의 책임을 떠안게 될까봐 조합설립 동의서 제출을 망설여 왔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주민들이 매몰비용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동의서 징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김 변호사는 “통상 비대위에서는 조합설립에 동의하면 매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조합설립에 반대해 왔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매몰비용을 조합원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므로 부담 없이 동의서를 징구할 수가 있게 되면서 추진위원회로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성수2지구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 동의율 73.2%를 달성하며 소유주 동의서 19장만 더 걷으면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위한 최소 기준인 소유주 동의율 75%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 재건축사업도 대법원 판결에 힘입어 일몰제 연장 신청을 준비 중이다. 지난 7일 압구정3구역 추진위원회는 주민총회를 개최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설계자를 선정하면서 재건축 첫발을 뗐다. 이와 동시에 일몰제 적용 연장 신청 동의서를 징구하는 중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그동안 재건축 추진 반대파가 사업중단 시 매몰비용을 동의자가 부담한다고 주장하며 주민들의 민심을 흔들었다”며 “대법원 판결에 힘입어 재건축 첫 관문인 주민총회를 성공리에 마쳤으며, 많은 주민들이 염원하는 조합설립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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