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분담금 조달 '막막'… 돈줄 막힌 재개발 영세조합원들
이주비·분담금 조달 '막막'… 돈줄 막힌 재개발 영세조합원들
15억 초과한 고가아파트 재건축 단지 ‘직격탄’
원주민·세입자 피해 막게 대출규제 완화 촉구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02.04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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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정부가 또 다시 대출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비사업이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12·16대책을 통해 재건축·재개발에 유입되는 돈줄을 더욱 틀어막아 향후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토지등소유자 대다수가 정비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대출을 막아버리면 사업이 중단된다는 약점을 정부가 파고들었다. 이에 현금 없는 조합원들의 궁박한 상황을 정부가 역이용해 양극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돈줄 막힌 조합원들, 재건축·재개발 막막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아파트 매입뿐만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이주비 및 분담금 대출에 대해서도 규제를 적용했다.

시가 15억원이 넘으면 대출을 0원으로 제한하는 한편, 9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LTV를 20%만 적용한다. 14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9억원 이하분은 40%를 적용하지만, 나머지 5억원 분에 대해서는 20%만 적용해 대출액을 더욱 쪼그라들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 따르면 종전 LTV 40%를 통해 5억6천만원(14억원×40%) 대출이 가능하던 것이, 4억6천만원(9억원×40%+5억원×20%)으로 1억원이 줄어든다. 기존 아파트를 활용해 이주비 및 분담금을 대출받아 정비사업을 진행하던 기존 사업 매커니즘에 제동을 건 것이다. 

기존 주택의 종전자산평가액을 활용해 대출을 받는 방식은 정비사업의 원초적인 추진 동력이었다.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이주비는 종전자산평가액의 40%까지, 신축아파트 조합원분양가에서 종전자산평가액을 뺀 나머지 금액인 분담금도 4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정부는 12·16대책이 예상을 뛰어넘은 전격적 발표였다는 점에서 예외 사항도 뒀지만 곧바로 거센 항의에 부딪쳤다. ‘1주택 세대로서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1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 한해 대출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이주·철거 등 사업 막바지 단계에 이른 곳까지 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항의가 컸다. 

이에 정부는 며칠 뒤인 23일 보완 조치로 ‘16일 이전에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방배5구역 등이 대출 규제 예외 대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문제는 16일 이전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대다수의 ‘시세 15억원을 초과하는’고가 아파트 재건축단지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 단지 중 보유한 현금이 없는 고령의 조합원이 많은 경우, 별도의 이주비 및 분담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일선 조합들 “영세조합원 억누르는 대출규제 완화해야”

일선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은 거꾸로 가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대출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2017년 8·2대책을 통해 대출가능액을 기존 LTV 60%에서 40%로 낮춘 가운데 대출규제를 완화하기는커녕 되레 규제 수위를 더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이 없는 영세조합원들이 많은 서울 비강남권 및 수도권 지역의 규제지역 사업장들은 기존 LTV 규제만으로도 사업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영세조합원 및 세입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급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출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현금 동원력이 없는 영세조합원과 세입자들의 일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각종 정책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족한 이주비를 구할 여력이 되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현금청산자로 돌아서 정든 터전을 강제로 떠나야 하는 경우도 나온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주거정책 기조 중 하나인 ‘원주민 재정착’방침과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비강남권의 한 재개발구역 관계자는 “구역 내 조합원들의 1/3 이상이 이곳에서 40~50년간 거주한 채 일정 수입이 없는 어르신들로, 현재의 대출규제가 지속된다면 이주가 개시되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이사할 돈이 모자라 이들은 이주를 할 수 없거나 팔고 떠나야하는 상황에 처한다”며 “정부의 이주비 대출 규제는 결국 자금여력이 열악한 조합원들을 구역 밖으로 내쫓는 결과로 이어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세입자까지 피해를 입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집주인이 이주비 대출을 받아도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이 부족해 ‘전세금 미반환’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주비 대출 규제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모두가 부동산 투기자라는 굉장히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정책”이라며 “이곳 재개발 조합원의 상당수는 오래된 주택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재산 전부인 사람들로 투기자라는 전제로 규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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