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의 국토 이야기>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
<김의원의 국토 이야기>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01.1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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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0 16:18 입력
  
김의원
경원대학교 명예교수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이 있다. 예정이나 계획했던 일이 빗나가거나 중간에 변경된 것을 뜻하는데 이 말이 전하여 서로간에 철석같이 약속을 했다가 중도에 변심하는 사람을 풍자하는 말로도 쓰인다.
 
 
언제부터 이 말이 유행했는지는 모르지만 60∼70년대 정부에서는 국민총화를 해친다는 이유로 이 말을 못쓰게 한 일도 있다. 실로 한심한 관료적 발상으로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말하지 말라한다고 그 말이 없어지느냐’ 말이다.
 
이 말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가지 설이 있다. 통영(충무)쪽 사람들은 한려수도에서 통영으로 가야 할 배가 잘못되어 삼천포로 흘러간 것을 안타까워하는 말이라 한다. 이 말의 뉘앙스는 통영은 본(本)이고 삼천포는 말(末)이란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통영은 정통이고 삼천포는 아류란 뜻이 된다.
 
다른 일설은 이렇다. 해방후로부터 4·19혁명 때까지 일본으로 밀항이 많았던 때의 50년대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부산에서 일본으로 간다는 밀항선을 탔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보니 삼천포 해안가에 사람만 내려놓고 도망간 밀선 때문에 이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경전선(부산∼광주) 철도에서 갈라져 진주에서 삼천포로 가는 진삼선을 말한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사천 비행장을 두고 나왔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의 진짜 뿌리는 ‘남강댐 방수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제는 1915년부터 1928년까지 14년간에 걸쳐 남북한 14대 하천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사업에는 당시 113만엔이란 방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또한 이 사업에는 60명의 전담직원이 있었는데 직접 조사에 참가한 고등관만도 14명에 달했고 이 조사사업에 관계한 국장, 부장만도 7명에 이르고 과장도 6명이나 되었다.
조사결과 홍수피해가 가장 큰 곳이 낙동강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이유인 즉 삼랑진과 물금 사이의 24.4㎞가 협착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삼랑진과 물금간은 지형관계로 낙동강의 하폭이 절반 가량(1천m→800m)으로 좁혀들어 병마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비만 오면 강물의 소통에 장애를 받게되고 강물이 도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수현상이 발생해 중류, 상류가 침수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실에 착안해 일본사람들이 연구한 것이 남강댐 계획이었다. 협착부로 인한 낙동강 본류의 수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진주 근처에 홍수조절 댐을 만들어 장마철에 남강물을 가두어 놓으면 본류의 수위를 최대 70㎝까지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것이 이른바 남강댐 제1단계 계획이다.
 
그런데 남강댐이 완성되고 물도 만수로 저장하고 있는데 계속 비가 올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 라는 의문이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얻어진 아이디어가 남강댐 방수로 계획이다. 댐에서 사천만 쪽으로 방수로를 파서 남강 유역의 홍수를 몽땅 삼천포 쪽으로 넘기자는 것이다. 이것이 남강댐 제2단계 계획이다. 일제는 1934년과 1936년 대홍수를 계기로 방수로 공사를 서두르게 된다. 당시 인명피해를 보면 34년에 133명, 36년에 495명이 각각 사망했다. 가옥은 34년에 5만7천동이 부서졌고 36년에는 7만6천동이 유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남강댐 방수로 공사는 댐공사와 더불어 1939년에 조선총독부가 착공했으나 대동아전쟁의 발발로 중지되었다. 해방후 1949년에 자유당정권이 또 시작했으나 6·25사변으로 중단됐다가 5·16혁명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국토개발사업으로 책정되어 1962년에 착공해서 1969년에 완공되었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은 일제때 이 공사에 종사했던 인부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 내가 보는 한 거의 정설이라 할 수 있다.
 
남강은 낙동강의 3대 지류중 하나이다. 유역면적은 3천492㎢로 낙동강 유역면적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유로연장은 186㎞인데 이 지역은 연간 1천300㎜의 비가 오는 낙동강유역에서는 가장 강우량이 많은 곳이다.
 
방수로 연장은 11㎞이나 굴착구간은 4.6㎞이고 나머지 6.4㎞는 하천을 자연수로로 이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수로의 폭은 가장 넓은 곳이 150m이고 가장 좁은 곳이 50m이다.
 
방수로가 아니고도 삼천포로 빠지는 물줄기가 있다. 남강댐에서 사천과 삼천포에 공급할 상수도 파이프가 그것이다. 어쨌든 남강물은 삼랑진을 거쳐 부산으로 가지 않고 진주에서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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