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지리>조상 나무묘 죽거나 베어지면 어쩌나…
<고제희의 풍수지리>조상 나무묘 죽거나 베어지면 어쩌나…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7.12.21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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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1 11:46 입력
  
영혼은 신주에만 머물러 있다는
신주제도 부활시키는 것도 대안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대표이사

⑫ 수목장 조성시 고려할 사항
 
현재 한국에는 매년 25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사망하는데, 이들의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이 매장에서 화장으로 급속히 선회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수목장(樹木葬)이란 장묘 방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목장이란 사체를 일단 화장한 후 유골 분을 나무 밑에 파묻거나 주위에 뿌리는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유골분을 자양으로 흡수한 나무를 고인의 영혼을 간직한 것으로 보아 나무를 추모의 대상으로 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새로운 장묘 방식이다. 매년 여의도 만한 땅이 묘지로 잠식당하자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매장 문화를 뿌리뽑거나 축소해야 한다며 정부는 ‘장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까지 앞장 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사회 각층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사후에는 화장을 하겠다며 서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 남아 있고, 오히려  환경오염이란 심각한 부작용이 대두되었다.
 
왜냐하면 산 속에 설치된 가족 혹은 문중의 납골시설은 또 다른 환경 파괴물로 전락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환경운동가들은 산속에 석조물을 방치할 바에는 석물을 설치하지 않는 조건 하에서 전통적 매장이 더 환경친화적이란 주장까지 제기되어 일단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이런 와중에 가장 친환경적 묘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수목장이 우리의 전면에 나타났다. 이것은 산림을 훼손하는 일이 없고, 벌초 등 무덤을 관리하는 노력도 비용도 필요 없으니 소비적이고 자연파괴적인 우리의 장례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최적의 장례 방식이란 것이다.
 
물론 수목장은 국토 활용의 비효율을 해결하고 과소비를 막아주는 현실적인 효과는 크다. 그렇지만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전통으로 이어 온 매장 풍습이 효율성만을 강조한 수목장으로 바뀌려면 수목장에 대한 국민의 의식구조 특히 수목장으로 부모를 장사지내도 자손으로써 조상을 숭배하는 사상에 하등 잘못이 없다는 공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만약 공감 형성이 어렵다면 유교적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의 국민성을 감안할 때 수목장은 몇몇 환경단체의 메아리 없는 아우성에 그칠 수도 있다.
 
이에 본 원고는 장례에 대한 우리들의 전통 의식을 되짚어보고, 그 의식과 수목장이 서로 상충되는 점을 찾아내고, 그 다음에는 수목장이 새로운 장례 문화로 수용되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되는가를 살피고자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여러 꽃 중에 사람의 영혼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도라지꽃은 오빠를 기다리던 도라지가 죽어 핀 꽃이고, 백일홍은 백일 동안 혼례가 성사되길 바라던 처녀가 정성으로 피운 꽃이다. 달맞이꽃은 사랑에 빠진 로즈가 사랑하던 사람이 다른 처녀를 선택하자 죽음을 택했고 그 남자가 로즈를 찾아 계곡을 찾아왔을 때는 희미한 달빛 아래서 달맞이꽃만 피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무에는 그런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유골분을 나무 밑에 파묻거나 주위에 뿌려 나무가 그것을 흡수했어도 우리 정서는 그 나무에 영혼이 담겼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고인의 관등성명을 써 나무에 붙여놓으면 그것에는 고인의 영혼이 머문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의발묘(衣髮墓)에서 전통을 찾을 수 있다.
 
옛날에 전쟁터로 나갈 때면 머리카락을 잘라 놓고 떠났다. 혹시 전사하여 시신이 돌아오지 못하면 가족들은 고인의 옷가지와 머리카락을 땅에 묻으며 묘를 대신해 추모하였다. 그것도 없으면 송판에 관등성명을 쓴 후 땅에 묻고는 신주묘(神主墓)라고 불렀다. 모두가 신체나 물건 대신 글자가 영혼을 대신한다는 예들이다.
 
신도비나 묘비를 새우고, 상석에 고인의 관등성명을 기입하는 것이 널리 퍼진 장례 문화인데, 만약 수목장을 치른 후 나무에 고인의 관등성명을 제대로 부착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도 후손으로써 조상을 섬긴다는 의식에 스스로 만족할 정도가 아니라면 아마도 상주의 마음 한 편에는 깊은 슬픔과 죄송한 마음이 가득할 것이다. 이것은 비록 본인은 수목장에 서명했어도 자손들은 그 서명을 쉽게 이행치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 수목장은 화장을 전제로 한 장묘 방식이다. 그런데 화장을 하면 조상의 뼈가 급히 타버리고, 화장한 골분은 자손에게 동질의 기를 전할 어떤 유전인자도 포함치 않음으로 화장할 경우 풍수는 자손에게 해도 득도 없다고 본다. 따라서 화장을 한 후 수목장으로 유골분을 처리해도 풍수상으로는 어떤 해로움도 자손에게 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무덤은 한 사람이 이 땅에 살았다는 확실한 흔적이며, 그를 기억하는 사람에겐 추모할 여지를 남겨 주는 최소한의 유품이다. 영월에 있는 김병연(김삿갓)의 묘를 찾아가면 사람들이 다녀가며 남긴 시들이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있다. 그 무덤이 진짜 김삿갓 묘란 확신도 없으면서 그럴 것이란 추정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찾아간다.
 
마찬가지로 수목장을 한 후 나무를 부모 묘로 삼고서 성묘를 다녔는데, 어느 날 나무가 죽거나, 베어지거나, 쓰러졌다고 한다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족보 의식이 강한 민족도 없는데, 이것은 산사태가 나 부모 묘가 망실된 경우와 같으며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수목장은 전 국민의 새로운 장묘 문화로 정착되기 어렵고, 일부 사람들에 한하여 시행될 염려가 있다.
 
또 우리는 전통적으로 나무뿌리가 무덤을 침범하는 것을 매우 금기시 했다. 이것은 영혼이 깃든 조상의 유골을 나무뿌리가 감고 있으면, 영혼도 상당한 고통을 받으며, 그 고통은 후손에게 그대로 전해져 그들이 불행해진다는 풍수사상 때문이다. 그런데 수목장은 더 나아가 영혼이 깃든 유골분을 나무에게 비료로 주겠다는 발상이니 전통 사상에 비춰보면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론 영혼은 신주에만 머물러 있다는 신주제도를 다시 부활시켜, 비록 유골분이 나무에 흡수되어도 신주만 절 혹은 교회 등에 깨끗이 봉안된다면 영혼은 편안하고 극락왕생한다는 사회적 공감을 폭넓게 이끌어내야 한다. 여기에는 영혼은 신주에 깃들며, 화장한 유골분은 후손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풍수적 관점이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대동풍수지리학회 02-3473-9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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