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된 지 20년 넘었다고 무조건 재건축대상 아니다”
“준공된 지 20년 넘었다고 무조건 재건축대상 아니다”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2.07.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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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노후·불량건물 판정은 현장조사 거쳐야”
법령상 기준만으로 철거한다면 경제적 손실 우려

 

 

 


준공된 지 20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재건축 대상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도 조례로 정하고 있는 경과년수가 도래했더라도 현장조사 등을 통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인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하급심 및 관계부처에서는 현장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과 유권해석을 내려왔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한 현장조사를 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지은 것이다. 지난달 18일 대법원(주심 전수완 대법관)은 대전 동구 삼성동3구역의 토지등소유자인 신모씨 등 6명이 대전시를 상대로 제기한 ‘주택재건축사업 정비구역지정 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규정된 ‘준공된 후 20년 등’과 같은 일정 기간의 경과는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 중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라며 “그 기간이 경과했더라도 ‘노후화로 인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현장조사 등으로 노후·불량건축물 여부 가려야” 판결=대법원은 현장조사 등을 통해 노후·불량건축물의 해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후·불량건축물’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도정법〉 제2조제3호에서는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건축물”로 정의하고 있고, 다목에서 “도시미관의 저해, 건축물의 기능적 결함, 부실시공 또는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 등으로 인하여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 조례로 정하는 건축물”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시·도 조례로 정하는 건축물은 “준공된 후 20년 이상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는 기간이 지난 건축물”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과 시행령에서는 ‘준공된 후 20년이 지난 건축물’을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 등으로 인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로 정하고 있어, 이를 기준으로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도정법 시행령 제2조제2항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준공된 후 20년 등’과 같은 일정기간의 경과는 도정법 제2조제3호다목이 정한 ‘철거가 불가피한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노후·불량화의 징표가 되는 여러 기준 중의 하나로서 제시된 것”이라며 “경과년수만으로 곧 도정법과 시행령이 정한 ‘노후화로 인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결했다.


또 “도정법 제12조에서는 일정한 경우에서 정한 바와 같이 필수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한 후 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비계획의 수립이나 재건축 시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준공된 후 20년 등의 기간이 경과했다는 것이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유일한 판단기준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대법원은 준공된 후 20년의 기간 경과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현장조사 등을 통해 개개 건축물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인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된 후에야 〈도정법〉에 규정된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볼 수 있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준공된 후 20년 경과됐다고 철거한다면 경제적 손실 우려” 의견제시=이와 함께 전수완·신영철 대법관은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주택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및 ‘단독주택지 재건축 업무처리 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재건축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보충의견을 제안했다.


전수완 대법관은 “도정법에서는 노후·불량건축물로서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인지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 조사방법을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도정법 제12조에서는 정비계획의 수립 또는 재건축사업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일정한 경우에 필수적으로 주택단지 내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준공된 후 20년이 경과했다고 해서 노후·불량건축물로 산정할 경우 정비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대법관은 “개별 건축물의 구조나 안정성, 주거환경 적합성, 보존 상태 등을 통해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없는데도 준공된 후 20년의 기간이 경과됐다는 기준만으로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 경제적 손실과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며 “나아가 전통 한옥 등과 같이 보존 가치가 높은 건축물의 경우에는 보다 큰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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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조사 없이 경과년도로 노후·불량주택 판정

 


■ 왜 소송 제기했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삼성동3구역은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이 혼재된 곳으로 지난 2006년 5월 대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고시되면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전시는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관계법령에 따라 대전 동구 삼성동 일대에 위치한 면적 12만6천534㎡에 대해 지난 2009년 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신씨 등은 철거가 불가피한 노후·불량건축물인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지 않고 단순히 준공 후 20년이 지난 건축물을 모두 노후·불량건축물로 처리했기 때문에 대전시의 정비구역 지정 처분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공동주택의 경우에도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결국 신씨 등은 대전시를 상대로 ‘주택재건축사업 정비구역지정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 2009년 12월 대전지방법원이 신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현장조사가 필요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불복한 대전시는 항소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7월 대전고등법원은 대전시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전시가 또다시 상고하자 대법원도 지난달 18일 원심을 그대로 인용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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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도’만 맞춘 구역 정비계획 취소될수도

 


■ 현장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현장조사 없이 준공 후 일정한 경과년수만으로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동주택의 경우 안전진단을 실시한 후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단독주택지의 경우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단독주택지 재건축 업무처리기준’에 따라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하고, 안전진단이 불가능할 때에는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의 조사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에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물론 안전진단이나 현장조사를 실시한 후에야 노후·불량건축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먼저 안전진단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도정법〉 제12조에서는 시장군수가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현지조사 등을 통해 해당 건축물의 구조안정성, 건축마감, 설비노후도 등을 심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안전진단은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데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주택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또 공동주택이 아닌 지역에서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 여부가 불확실한 때에는 ‘단독주택지 재건축 업무처리기준’에 따라 안전진단을 실시할 수 있고, 안전진단 기준이 없거나 적용이 곤란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의 조사로 판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전수완 대법관은 “비록 도정법에서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한 별도의 조사방법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재건축을 위한 구체적인 안전진단 기준이 마련돼 있다”며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공동주택에 관한 구체적 안전진단 기준의 예에 비추어 건축구조기술사 등의 전문가로부터 해당 건축물의 구조안정성, 주거환경 적합성, 설비노후도 등의 방법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단독주택지의 경우에도 ‘단독주택지 재건축 업무처리기준’에 따라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 대법관은 “단독주택지 재건축 업무처리기준에 따르면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확실한 때에는 안전진단을 실시할 수 있으며 안전진단 기준이 없거나 적용하기 곤란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의 조사 등으로 판단한다는 등의 준칙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은 일선 현장에서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노후·불량건축물의 비율만으로 정비계획이나 촉진계획을 수립한 지역에서는 행정처분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주택접도율, 과소필지, 호수밀도 등 다른 사유와 같이 노후·불량건축물 기준을 충족한 곳은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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