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의 국토 이야기>상위 5%가 챙긴 34조원
<김의원의 국토 이야기>상위 5%가 챙긴 34조원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7.11.2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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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1 17:14 입력
  
김의원
경원대학교 명예교수
 
89년 7월 11일 정부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정부 설명에 따르면 택지소유상한제는 도시민 1인당 택지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의 국토여건과 일부 계층에 편중되고 있는 택지보유 실태에 대처하여 가구별로 택지를 소유할 수 있는 면적을 200평으로 정함으로써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 요인을 해소하고자 한다는 것이 골자다.
 
퍽 점잖은 말로 표현되어 있지만 속사정을 알고보면 피눈물 나는 각고가 서려 있다.
 
정부에서 토지소유상한제가 처음 검토된 것은 1974년의 일이었다. 그후 77년 9월과 78년 봄에 당시 신형식 건설부장관이 두 차례에 걸쳐 토지공개념론을 주장함으로써 정부의 의지가 공식화된 셈이다. 신장관의 이 언명은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토지의 과점현상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 제3한강교 가설과 이와 연계한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발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우리나라 전체 대지의 약 60%가 5%(54만명)의 사람들 소유이고 임야의 84%가 이들에 의해 과점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추계였다.
 
이를 다시 분석하면 87년현재 토지 소유자중 이들이 땅값 오름으로 챙긴 자산소득은 20조원에 달하고 있다. 또한 상위 5%를 포함한 전국의 토지소유자들은 87년 한해만도 34조8천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이것은 같은 해 우리나라의 GNP의 35.7%에 해당하는 금액일 뿐 아니라 월급생활자들의 1년치 봉급의 85%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고통도 그 뿌리를 찾아보면 결국의 부의 배분에 잘못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시장경제 원리에 지배된다 할지라도 이쯤되면 민족공동의식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피를 나눈 같은 민족끼리 더불어 잘살아 보자는 것이 궁극의 목적인데 못사는 사람은 달동네에서 라면이나 끓여먹고 살라는 식이면 우리의 민족공동체는 파멸할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가 흔히 예로 드는 ‘남미꼴’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토지를 중심으로 부의 소유형태에 그 원인이 있다. 남미뿐 아니라 가까운 필리핀이 무너진 것도 부의 과점이 원인이었다.
 
따라서 89년당시 정부가 토지공개념의 일환으로 택지소유상한제를 들고 나온 것은 중대한 용단이었다.
 
인류역사의 변천, 특히 왕조나 정권의 교체도 따지고 보면 토지문제에 귀결되었다. 토지제도의 불공정이 왕조를 몰락시켰고 새로운 왕조는 언제나 사회의 새로운 욕구에 부응하는 토지제도의 창출을 기반으로 존립할 수 있었다.
 
고려조나 조선조가 그러했고 일본이나 중국의 정권교체도 결국 이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고대중국은 백성이 못먹으면 유민이 된다. 자기를 먹여주는 사람에게 부락전체가 간다.
 
이 실력자가 이른바 영웅호걸이다. 5만명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 소영웅이다. 소영웅은 5만이 넘으면 한계에 이르러 10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사람에게 간다. 이것이 유방(劉邦)이 되고 항우(項羽)도 된다. 중국은 언제나 왕조가 망할 때는 토지의 독과점으로 백성이 기아할 때였다.
 
프랑스는 혁명전 즉 절대주의 시대, 불공정한 토지소유를 악으로 간주했다. 모든 지배로의 원천이 토지문제에 있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박애, 인권, 자유란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프랑스혁명도 귀족들의 토지소유를 없애자는 것이 도화선이었다는 것을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현대국가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니 해도 그 모든 것이 지엽적인 일이다. 잘못된 기초 위에 아무리 미려한 건물을 올려 보았자 그 건물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발전의 중핵인 잘못된 토지편증 위에 설정된 정치, 경제, 사회는 왜곡되고 굴절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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