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상근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추진단장
인터뷰- 유상근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추진단장
“철근콘크리트 부식·누수문제 들춰내
정밀안전진단 D등급 판정 받아냈죠”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1.04.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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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지난달 8일 D등급(조건부 통과) 판정을 받아 안전진단 탈락 2년 만에 사업 재추진의 기회를 얻었다.

‘D등급’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또는 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에서 이견이 없을 때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지는 등급이다.

안전진단 재추진을 주도한 현직 변리사인 유상근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추진단장은 “2019년 10월 당시의 안전진단에서 C등급이 나왔다는 결과에 승복할 수 없어 재추진해 이번에 다른 결과를 얻었다”며 “이번 사례의 의미는 안전진단 결과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재건축 주체가 결론을 꼼꼼히 따져 잘못된 판단이 없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 재추진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2019년 10월 받아든 안전진단 탈락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아파트 노후화로 생활이 불편하고,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인데 안전진단에서 C등급이 나왔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내가 직접 파고들기로 했다.

변리사 직업상 평소에도 안전진단보고서 같은 전문분야 보고서 검토를 많이 한다. 이렇게 우리 단지의 안전진단 보고서를 약 2달 간 파고든 결과, 보고서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가가 만든 ‘안전진단 기준’을 따른 것인데,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나

=안전진단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체 및 담당자의 개인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게 문제다. 2년 전 우리 단지 안전진단 보고서 내용에 개인적 주관이 개입했다는 내용을 찾아냈다. 정밀안전진단에 대한 판정은 국가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 객관적 데이터 결과에 근거해 결론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 주관이 담기는 문제가 있었다. 어떤 이론이든 전제와 가정에 오류가 생기면 논리 전개 방향이 달라져 다른 결론으로 이어진다. 2년 전 우리 단지의 C등급 판정도 이 같은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그래서 새로운 안전진단업체를 선정해 꼼꼼히 진단 과정을 진행하니 D등급이라는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이다.

▲어떤 오류였나

=안전진단이 현재 아파트 상태의 안전성 여부를 파악하는 것임에도 불구, 과거 기준으로 안전진단을 진행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구조안전성 평가 항목 중 내하력(耐荷力) 즉 건물을 얼마나 잘 지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그런데 이 내하력 측정을 현재 상태를 감안해 진단한 것이 아니라 1986년 최초 설계 시점 기준에서 내하력 여부를 판단했다는 걸 확인했다. 이 내하력 부분에 당초 설계 시점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 아파트의 내진설계 미적용 사실이 감안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내진설계 기준에 따르면 아파트는 규모 7.0의 지진에도 버텨야 한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는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지 않다. 그러니 현행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 아파트는 내하력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게 당연하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법제처 등 유관기관에 내하력 판단 시 내진설계 여부를 포함하는지에 대해 질의했지만, 다른 곳에 물어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애써 답변을 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해법은 어디에서 찾았나

=내하력 부문을 통한 해법이 막힌 뒤에는 내구성과 주거환경 등 다른 평가부문에서 방법을 찾았다. 내구성 측면에서는‘철근콘크리트가 얼마나 부식됐는지’, 주거환경 측면에서는‘주차장 부족, 배관 노후화, 누수의 문제점’등에 집중했다. 이 점들을 부각시켜 이번에 D등급을 받은 것이다. 2년 전 안전진단에서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 검토가 부족했다. 

▲타 단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토지등소유자 분들이 눈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한다. 행정관청·공공이라고 해서 잘 해주겠지 하며 공공이라는 이름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 최근 LH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사례만 봐도 그렇다. 토지등소유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사실 재건축사업은 민간이 더 열심히 한다. 자신의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지은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 중 잘 지어진 곳 없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납품된 안전진단 보고서를 파고들면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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