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이야기>화장실이 웃는다(4)
<해우소이야기>화장실이 웃는다(4)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7.08.1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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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7 11:10 입력
  
남성들의 화장실 생태학
 
남자들은 대개 소변을 보다가도 옆에 모르는 사람이 오면 대충 빨리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어찌보면 의외로 섬세한 심리적 반응인지도 모르겠다. 오클라호마 대학의 데니스 미들미스트라는 심리학자가 이것을 가지고 실험을 했다고 한다. 장소는 남자 화장실이었고 혼자서 소변을 보는 경우와 옆에 낯모르는 사람이 있는 경우로 나누어 소변을 보는 시간과 차이를 관찰한 것이다.
 
남자가 혼자서 소변을 보는 경우, 지퍼를 내리고 심벌을 꺼내는데 5초가 걸리며 소변의 방출시간은 25초쯤 걸린다고 한다. 이 경우 도합 30초면 모든 일이 끝나는 셈이다. 그러나 옆에 모르는 사람이 서서 같이 일을 보고 있으면 우선 심벌을 꺼내는데 시간이 길어진다. 혼자일 경우보다 3.5초쯤 늦어져서 약 8.5초가 걸리는데, 옆사람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소변의 방출 시간은 반대로 훨씬 빨라진다. 약 17.5초로써 무려 8초 가량이 단축된다. 즉 혼자 볼일을 볼 경우 30초가 걸리는데 비하여 다른 사람이 있으면 27초만에 끝내고 화장실을 나오게 되는 것이다. 볼일을 볼 때처럼 무방비인 상태가 없다. 그러므로 빨리 그런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식이 이처럼 소변의 방출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사 이래로 남자들이 수행해 온 역할이란 그런 것이다. 위험이 있나 없나 늘 불안해하고 초조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역의 구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손을 씻는 남성은 좀처럼 발견하기가 어렵다. 오래된 통계이긴 하지만 참고로, 일본의 우에노 역에서 조사한 바로는 손을 씻는 남성은 50명중 7명으로 단 14%에 지나지 않는다.
 
그 손으로 악수를 한다고 생각하면 좀 불쾌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남자의 심벌은 아랫배의 피부가 연장된 것뿐이므로 꼭 손을 씻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남성들은 일반적으로 볼일을 본 후 손을 씻지 않는다. 2차 대전후의 이야기인데, 일본을 방문한 미국인이 어느 날 연회에 초대되었다. 연회장에서 시중드는 여자한테 “소변을 보고 싶다”고 말하자 그녀는 미국인을 화장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 미국인이 볼일을 마치고 나오자 그녀는 물이 든 작은 그릇을 든 채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을 씻으라고 마련한 것이지만 볼일 다음에 손을 씻는 일이 드문 미국인으로서는 얼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인가를 씻으라고 준비한 것은 짐작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무엇을 씻을 것인가. 그 순간 이 미국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 알았다!”
 
여자가 들고 있는 그릇의 위치는 그의 배꼽 근처였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국인은 극진한 서비스에 감동을 했다. 그리고 나서 그 서비스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막 일을 끝내고 나온 자기 심벌을 꺼내어 그릇에 넣고 두어 번 흔들었다는 것이다. 그 여자는 더 이상 미소를 짓지 않았을 것이다. 피점령지 일본에서는 접대부까지도 그렇게 서러운 꼴을 당해야 했나 보다. 농담이기는 하지만 남의 일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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