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감경철 상무>재개발·재건축 발목잡는 분양가 상한제
<시론 감경철 상무>재개발·재건축 발목잡는 분양가 상한제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7.07.2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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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5 14:47 입력
  
김경철
동부건설 상무
 
 
9월 1일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다. 정책 당국자나 실수요자 등 많은 사람들은 이 정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을 잡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이다. 지방 또는 신규 택지 공급이 양호한 일부 시장에서는 정책 당국자의 기대대로 집값 안정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안정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 공급을 차단하여 2∼3년 내에는 시장 불안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매우 큰 정책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에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의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조합의 사업성 측면에서 보면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어 정부의 예측대로 20% 이상 분양가가 떨어진다면 분양수익금이 줄어들어 조합원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합원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사업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신규 공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신규 공급이 차단되면서 분양가 상한제 이전의 품질이 높은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다. 혹시 보유세 부담이 높아 수요가 억제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소득수준이 높은 수요자의 좋은 집, 좋은 단지,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망까지 억제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실수요자의 아파트 구입 측면에서 보면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서울 지역에서는 향후 1∼2년 내에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공급받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신규 택지 공급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에서 서울 지역 신규 아파트 공급의 주 루트는 재개발·재건축과 자투리 땅을 활용한 주상복합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에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하여 기본형 건축비에도 분양가가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신규공급은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 재개발·재건축의 경우에는 8월 31일까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고 11월 30일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이주 및 철거를 진행하는데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신규 공급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후에도 조합 사업성의 악화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공급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 품질 측면에서 보면 분양가가 통제된 상황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품질을 낮춰 원가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파트의 품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정부가 집값을 보장해주므로 원가를 가장 적게 들이는 업체만이 생존하게 된다.
 
사회정의적 측면에서 보면 분양가 상한제는 다수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소수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불공평한 정책이다.
 
기존에 공급된 600만 호의 아파트가 있는 상황에서 소량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공급된다고 해서 전체적인 집값 안정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당첨되는 사람만이 이익을 챙겨갈 것이다.
 
아파트는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수백명, 수천명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공간이다. 처음 지을 때 공용부분, 즉 주차장, 조경이나 커뮤니티시설 등을 잘 만들어야 시간이 갈수록 단지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된다면 아파트 공급자가 이런 시설에 신경을 쓰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조성하여 공급하는 공공택지의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민간택지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공급하는 일반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는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이 예외가 되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정비사업의 진행을 제한하여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억제해서는 안되며 신규주택공급을 막아 실수요자에게 지금보다 더욱 비싼 주택을 구입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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