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브랜드 ‘우후죽순’... 고민 깊어가는 건설사들
하이엔드 브랜드 ‘우후죽순’... 고민 깊어가는 건설사들
이젠 재건축·재개발 하이엔드 수주전 식상
삼성·GS는 브랜드 ‘리뉴얼’ 로 차별화 시도
  • 최진 기자
  • 승인 2022.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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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주택시장에 몰아닥친 하이엔드 브랜드 열풍으로 건설사들의 수주전략 고심도 커지고 있다.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꺼내든 하이엔드 브랜드가 오히려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는 당초 강남이나 한강변 등 프리미엄 입지에 일반 브랜드와 차별화된 고급아파트를 짓겠다는 취지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북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재개발·재건축 현장이라면 어김없이 하이엔드 브랜드가 등장해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디에이치’를 과천주공 8·9단지 재건축, 광주 광천동 재개발,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에 각각 제안했다. 나아가 소규모 정비사업 및 리모델링까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하면서 사용처를 늘리고 있다. 

DL이앤씨도 올해 부산 우동1구역 재건축, 대구 수성1구역 재개발사업에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아크로’를 제안해 시공권을 따냈다. 

시공자 선정을 앞둔 서울 동작구 노량진3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포스코건설이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해놓은 상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가칭 ‘하이스트’로 알려진 새 브랜드는 출시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지만, 정확한 명칭과 세부적인 디자인 등은 현재까지 비공개 상태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보이면 국내 10대 건설사 중 5곳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하이엔드 브랜드가 일반 브랜드처럼 사용되면서 건설사들의 수주전략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다수 정비사업장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고 있고 기존 현장들도 브랜드를 교체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져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며 “곳곳에서 하이엔드가 광범위하게 사용돼, 브랜드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힘들고 이미 출시한 브랜드를 철수하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 대신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자사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리뉴얼하며 사업영역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GS건설도 올해 자사의 브랜드‘자이’의 런칭 20주년을 기념해 리뉴얼할 예정이다.

리뉴얼을 진행하는 건설사들은 이미 주택시장에서 브랜드 자체가 프리미엄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기존 가치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수주에 성공한 현장마다 건설사의 최신 기술력을 총동원해 기존 브랜드의 명성은 물론, 앞서 지어진 아파트의 가치도 유지해 건설사의 신뢰도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을 일순간 끌어올려 대형 수주현장에서 실적을 쌓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설사와 브랜드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아파트 브랜드의 가치는 결국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거주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브랜드와 건설사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를 쌓아가는 방향으로 수주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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