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록·자금수지보고서는 공개대상 아니다
속기록·자금수지보고서는 공개대상 아니다
  • 홍봉주 대표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22.04.0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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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하여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15일 이내에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해야 할 서류를 열거하면서, 위와 같이 명시된 서류의 ‘관련자료’도 함께 공개대상으로 규정하는 한편, 이를 위반한 조합임원 등에 대하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입법 취지는, 조합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임원과 건설사 간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그 조합과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어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여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자료’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해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혹은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이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각호에 명시된 서류의 ‘관련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먼저 속기록에 관해 본다. 도시정비법은 △신속하게 공개해야 할 자료와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작성 후 청산 시까지 보관해야 할 자료를 구분하고, 속기록·녹음 또는 영상자료는 보관대상으로 규정할 뿐 의사록과 같은 공개대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는가는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참석자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이 담긴 속기록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도시정비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인 ‘관련자료’ 범위를 해석하고 그 위반을 이유로 하는 형사처벌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그에 관한 법령의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는 정비사업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및 그 하위 지침에 기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도시정비법이 정한 의사록의 ‘관련자료’에 속기록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 

다음으로 자금수지보고서에 관해 본다. 도시정비법은 자금수지보고서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고, 법령의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는 정비사업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근거한 것이다.

또한, 도시정비법이 처음부터 공개대상으로 명시한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에도 월별 수입·지출 내역, 현금예금 보유내역, 차입금 현황 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결산보고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자금수지보고서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자금수지보고서가 결산보고서와 불가분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결국, 자금수지보고서가 결산보고서의 ‘관련자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하에서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

홍봉주 대표변호사 / H&P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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