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선정에 하자 있어도 조합인가 직권취소는 부당”
“협력업체 선정에 하자 있어도 조합인가 직권취소는 부당”
마포구청 공권력 남용에 제동건 법원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0.04.0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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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청 공권력 남용에 제동건 법원
 
  
법원 “절차상 하자 있더라도 조합취소는 재량권 남용”
구청 “도정법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직권 취소했다”
 
 

 서울 마포구청의 도를 넘어선 공권력 행사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해 7월 마포구청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 계약서를 인터넷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남동 새마을아파트 재건축조합(조합장 김병식)의 인가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이를 부당하게 여긴 조합이 구청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결과 법원은 “법규 위반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 판사)는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조합장이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인터넷 등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인가를 취소한 구청의 행위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우선 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계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총회에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선정된 협력업체와의 계약서를 인터넷 등에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행위는 엄격하게 규제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정법〉 제77조제1항에 따라 재건축조합의 법규 위반 행위에 상응하는 다양한 형태와 강도의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마포구청의 이번 조합인가 직권취소는 법규 위반 행위에 비해 과도한 처분이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조합장이 조합 총회의 의결도 없이 임의로 설계계약과 재건축업무 대행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서들을 공개하지 않은 행위는 비교적 중대한 법규 위반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각 법규 위반 행위는 그로써 더 이상 조합이 그 설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거나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위반 행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여기서 법원은 △조합설립인가 취소 당시까지 업체들과의 계약으로 조합에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각 계약 체결에 대해서는 추후 조합원들이 총회를 거쳐 추인을 할 여지도 있는 점 △각 계약 대상자의 선정 및 계약 내용 등과 관련해 조합장 등 임원의 비리행위가 적발되지 않은 점 △구청은 해당 임원의 변경이나 시정권고 등을 통해서도 잘못된 절차적 하자를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구청이 새마을아파트 조합을 직권 취소한 것은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 자체를 취소하는 이 사건 처분은 그 법규 위반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법원은 “구청 주장과 같이 구청이 조합의 사업대상 부지인 연남동새마을아파트 일대에 대해 연남동통합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고 새마을아파트 조합원들 대부분이 통합재건축사업에 참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새마을아파트 조합원들이 조합해산 결의 등 내부의 자치적인 의사결정으로 해결할 차원의 것으로써 조합설립인가 취소 처분을 정당화할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연남동통합재건축사업은 현재 추진위원회 승인단계까지 진행된 것에 불과해 새마을아파트 조합원들이 조합을 해산하고 통합재건축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얼마나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부연했다.
 
결국 법원은 구청의 조합설립인가 취소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돼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써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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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법규 위반 정도에 비해 가혹” 하소연
 

마포구 연남동 일대에 위치한 새마을아파트는 대지면적 2천756.1㎡로 총 70세대가 들어서 있다.
 
지난 1995년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03년 7월 30일 법인설립등기를 마쳤다.
 
이후 2006년 10월 담연이엔씨 건축사무소와 설계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도행씨앤씨라는 정비업체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2007년 12월에는 성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설계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김 조합장이 직접 협력업체들과의 계약을 체결했고, 이 협력업체들과의 계약서를 인터넷 등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구청은 지난해 6월 새마을아파트 조합사무실에서 관련 자료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구청의 현장조사가 있은 후 조합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곧바로 계약을 체결했던 협력업체들에게 계약무효라는 취지의 통지서를 발송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해 계약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구청은 〈도정법〉 제24조제3항 및 제81조제1항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지난해 7월 새마을아파트에 대한 조합설립인가를 구청장 직권으로 취소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조합설립인가 취소는 법규 위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을 주장했고, 이에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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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재건축 산파역 자처
되레 조합원들만 멍들어
 

■ 연남동 반응

새마을아파트의 경우 마포구청이 연남동 일대 소규모 단독주택 재건축 예정구역들의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남동 일대는 지난 2003년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고시될 당시 새마을아파트가 위치한 연남1구역과 연남2, 연남3, 연남4구역 등이 단독주택 재건축 예정구역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연남동 일대 각 예정구역들은 정비기본계획 상 면적이 2만㎡ 내외로 작게 설정돼 있는데다가 ‘학교확보 필요권역’으로 설정돼 있어 그동안 연남2·3·4구역이 각각 추진위 승인만을 받은 채 사업추진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었다.
 
어느 예정구역이든 먼저 사업을 추진하려면 현 예정구역 면적의 절반 정도인 약 8천㎡의 학교부지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구청이 연남동 일대 재건축 예정구역들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중재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구청이 소규모 예정구역들의 통합을 이루려다보니 연남1구역 내에 있고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새마을아파트가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에 구청은 점검반을 운영해 새마을아파트 조합을 조사한 결과 설계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각 협력업체와 체결한 계약서를 인터넷 등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7월 구청장 직권으로 조합을 취소시켰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조합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김병식 조합장은 “우리 아파트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진입로를 확보해야하는 등 어려움이 있어 결코 우리 단지만으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따라서 인근 단독주택지들과 통합해 재건축을 해야만 사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와 같이 구청이 과도한 공권력 남용으로 우리 조합을 직권 취소한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위”라며 “마치 조합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비쳐져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구청은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고 여전히 조합인가를 취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새마을아파트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협력업체를 선정하는데 있어 대의원회를 거치지도 않은 채 조합장 개인이 계약한 것은 도정법을 위반한 사항”이라며 “새마을아파트에 대한 인가취소 행위는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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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내부조정 못하는게 공공관리 한계”
 

강정민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
 

“구청이 단지 통합재건축을 이끌겠다는 이유로 조합의 꼬투리를 잡아 직권 취소한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구청은 조합원들의 의지로 조합을 설립한 만큼 해산 역시 조합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연남동 새마을아파트의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를 통해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뭔가=이번 새마을아파트 관련 판결은 공공관리의 법적 근거와 한계에 대해 많은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은 비례의 원칙에 입각해 이뤄져야만 한다. 따라서 마포구청은 새마을아파트 조합이 협력업체 선정 시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가를 취소하는 처분을 했는데, 이러한 처분은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조치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돼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다는 것이다.
 
▲통합재건축을 위한 구청의 사전포석이란 의견도 있는데=구청은 인근 지역을 통합해 재건축을 추진할 생각으로 통합의 걸림돌이 되는 새마을아파트 조합의 인가처분을 취소하는 처분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청이 이러한 통합 계획을 갖고 있었다면 정당하게 절차를 밟아 해결책을 찾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조합의 꼬투리를 잡아 기존의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는 안이한 행정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취소된 조합이 부활하는 것인가=일단 구청이 항소함으로써 1심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취소된 조합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마을아파트 조합의 경우 구청이 내린 취소처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해 인용결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취소처분이 없었던 상태가 되므로 조합이 부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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