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와 임대공급 병행해야"
"새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와 임대공급 병행해야"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 특별기고- 시장실패와 정부의 실패
  • 김우진 원장 /(사)주거환경연구원
  • 승인 2022.05.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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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주택정책의 큰 실수는 ‘소요·수요’ 구분 못한 것
도심 노후불량주택 정비에 부동산정책 최우선 순위 둬야

 

1. 주택문제

주택사이클은 그 진폭과 진축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으나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주택사이클은 통상적으로 2~3년 상승 후에는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간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만 하였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와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 가구의 소득은 갈수록 상승했다.

문제는 소득상승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한 주택가격이었다. 지난 5년간 약 30%의 상위소득 가구들의 소득은 주택가격 상승률만큼 상승했으나 나머지 70%의 가구들의 소득은 주택가격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던 가구들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과실을 가질 수 있었다. 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가구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졌고, 주택가격 상승에 이은 임대료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까지 가중되었다. 소득의 양극화에 더해 주택을 매개로 자산의 양극화도 심화된 것이다.  

2. 시장의 실패

이전 정부와 비교해 문재인 정부 들어 가구가 급격히 증가했거나 공급이 급격히 줄지는 않았다. 주택인허가 실적과 입주물량을 살펴봐도 공급부족 때문에 주택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가구 증가 역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급등한 주택가격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었다.  

반면,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현상이 빈집의 증가이다. 통계청의 2015년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빈집 중 재정비사업 등의 이유를 제외한,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빈집이 1만7천659호였고, 점차 늘어 이제 약 2만호에 이르고 있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96%에 불과하고, 주택가격은 급등하고 있는데도 빈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가구수 대비 주택수로 설명되지 않는다.

반면 지난기간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주택들은 신규 건설된 아파트, 신규 건설될 지역(재개발·재건축지역)의 아파트들로, 지역적으로 강남, 그리고 비교적 값비싼 주택들이었다. 

집은 가족 중심의 쉼 공간이었고, 휴식, 취침, 식사의 기능이 강조되는 공간 구조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이후 집은 단순 공간적인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질적 변화로까지 확장되었다. 즉, 핸드폰이 2G 핸드폰에서 5G 핸드폰으로 진화하듯, 집도 주택단지도 진화했다.

소득이 증가한 가구들은 저금리로 보다 용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어, 5G 핸드폰과 같은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후술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 2G 핸드폰은 무료라도 찾지 않듯이, 주택도 한편에서는 빈집이 증가하고 한편에서는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3. 정부정책의 미스매치

정부의 가장 큰 첫 번째 실수는 소요(needs)와 수요(demands)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전면철거 재정비사업은 숫자로 보면 100호의 주택을 철거해 110호를 공급하는, 따라서 증가하는 호수는 10호에 불과하다. 그러나 2G 핸드폰과 같은 아파트가 철거되고 5G 핸드폰과 같은 아파트가 110호 공급되므로 신규주택 증가는 10호가 아닌 110호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문 정부 전까지 주택재정비사업의 주종은 전면철거 방식이었다. 전면철거 사업으로 당해지역 주거환경은 개선되었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고소득 가구들이 저소득 가구들을 밀어내어, 지금까지의 삶의 터전이었던 공동체를 와해시키고, 저소득 가구들의 주거불안을 가중시키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이에 따라 주민의 소득증가와 함께 점진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으로 정책 기조가 전환되었고, 뉴타운구역을 해제하고,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도입하는 등 전면철거 재정비사업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후·불량주택 거주자들의 소득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오히려 하락하게 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즉, 주민들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간다는 도시재생의 전제가 무너진 것이다.

반면, 철거위주의 재정비사업이 억제됨에 따라 도심에는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는 신규아파트가 공급되지 못했다. 즉,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공급되지 못한 것이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이었다. 

그러나 문 정부는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공급되지 않아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투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숫자상 공급은 충분한데도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부 가구가 몇 채씩 투기로 구입하기 때문이라 본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중과함으로써 투기수요도 줄이고, 부의 재분배도 촉진시키고, 보유하고 있던 주택은 매물로 나와 주택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보았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면 일부는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매각하여 수익을 현실화 한다. 일부는 자녀에게 증여해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시킨다. 그리고 주택가격이 더 상승해 매각차익이 이러한 세금보다 클 것으로 판단하는 다주택자들은 임차인에 세금 일부를 전가하면서 주택을 계속 보유한다.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던 주택이 매각되거나 자녀에 증여하면 그 만큼의 임대주택은 축소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에 이은 임대차 3법은 임대시장의 축소와 이에 따른 임대료 상승, 그리고 전세시장을 월세시장으로 전환시키는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다주택자에 징벌적 세금 부과로 야기된 임차인의 주거불안을 임대차 3법을 통해 보호하려 했으나, 반대로 주거불안을 가중시킨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저렴하고 안정적 임대주택의 공급이 아니라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국민주택기금 지원,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가격규제를 통해 무주택가구들의 주택구입을 보다 쉽게 하여 ‘자산의 민주화’와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로또분양’은 주택구매수요를 더욱 증가시켜 주택가격 상승을 지속시켰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면서 ‘늦기 전에’ 혹은 ‘패닉바잉’이라는 심리가 팽배하게 되고, 주택가격은 더욱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가 ‘대출규제’와 맞물리면서 ‘줍줍’현상이 나타나고, 결국 자산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수요 억제 대책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이해한 정부는 공공택지 개발과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축을 이루는 역세권 개발계획인 8.4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주택의 공급탄력성이 거의 ‘0’라는 주택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정책이었다.

도심의 소규모 토지 소유주들의 합의가 있다 해도 인·허가를 거쳐, 착공되어 입주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3년은 소요된다. 따라서 정부의 역세권 용적률 확대 정책은 토지가를 먼저 상승시켰으며, 토지가 상승이 결국 주택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2021년 ‘2·4 대책’이 발표되었다. 200만호 이상의 신규 공급물량을 확보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가구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4 대책’의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단지 3~4년 전에 이러한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기적으로 미스매치된 정책들이 주택가격의 지속적 급등을 가져왔고,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인‘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용’을 저해했을 뿐만 아니라, 자산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이다. 

4. 새로운 과제와 대응방향

서울의 가구 수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으며 2029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가계부채는 엄격히 관리되기 시작했다. 지난 정부의 대량공급대책도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4 대책’에 따라 개발되고 있는 3기 신도시는 서울의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안전진단 D·E등급을 받아도 개발이익이 적고, 조합원이 사업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어 방치되고 있는 도심 노후불량 주택지를 두고 도시 외곽에 스마트 신도시를 값싸게 공급하면, 방치되고 있는 주택들은 시장에서 더욱 외면될 것이고, 서구에서 경험한 도심 슬럼(slum)이 머지않아 우리의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도심 노후불량주택 재정비사업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며, 1기 신도시 재정비보다 더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반면 주민들이 원하고,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도 정비사업이 가능한 지역은 규제를 완화해서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재정비사업의 활성화와 주택공급확대를 위한 용적률 상향조정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도 심각한 교통, 주차장 문제를 겪고 있는 강북지역에 도로, 주차장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고 용적률만 높였을 경우 도시문제가 더욱 악화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재정비사업을 용적률 인상 등 수익을 크게 하여 활성화할 것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나 이주비나 공사비 등 사업비 자금조달 지원, 공공에 의한 건설관리(CM), 미분양 주택에 대한 공사의 매입확약과 같이 비용을 절감시키는 방법을 통해 활성화 시켜야 한다.  

또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완화는 저렴한 임대주택의 대량 멸실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재개발, 재건축 규제완화와 함께 임대주택 공급정책도 같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43%가 세입자이며 대부분 소득 하위 1,2분위 가구들이다. 이들 상당수는 대출을 확대해 준다고 해서 신규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되지 못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를 거치면서 소셜모빌리티가 정체되기 시작한 만큼 임대주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당분간 임대주택 공급에 두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물론 임대사업자 제도도 부활시키고, 리츠·펀드 등을 활용한 고급 임대사업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 개인임대로 되어있는 임대주택 시장을 공공임대, 기관임대, 개인임대 시장 구조로 만들어 임대주택 선택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한다.

김우진 원장 /(사)주거환경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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