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재건축연한 완화’ 공청회
‘공동주택 재건축연한 완화’ 공청회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9.09.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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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재건축연한 완화’ 공청회 
 
  
‘최장 40년 규정’은 사실상 과잉 규제
 
 

 
 
고정균
한나라당 의원
 
 
주제 발표
재건축 기준연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위원장 김기철)는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공동주택 재건축연한 기준 완화방안’이란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고정균 한나라당 의원(동대문2·도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재건축 연한을 현행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고 의원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지어진 아파트단지의 경우 부실 건축자재를 사용해 건축물들의 노후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내진설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지진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80년대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건축자재가 부실해 설비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며 “이로 인해 주민들의 개보수 비용이 증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8년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돼 6층 이상 건축물의 내진설계 의무화가 시행되다 보니 82년에서 91년 사이에 준공된 서울시 아파트단지의 내진설계 비율이 33%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방재에 취약한 건축구조가 주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차장 부족에 따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고 의원은 “82~91년 사이에 지어진 서울시 아파트단지의 지하주차장 비율이 20%에 불과해 지상주차에 의존하게 되고 녹지공간을 침식해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실제 91년에 준공된 742세대 규모의 A단지의 경우 현행 주차장 설치 기준을 따르면 790대의 주차시설이 적용돼야 하지만 겨우 237대의 주차면수만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고 의원은 현행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40년 기준은 상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준공 후 20년 기준에 비춰볼 때 과잉규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고 의원은 재건축 가능연한이 완화될 경우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사회적 자원낭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노후·불량건축물 기준에 맞는다고 해서 곧바로 재건축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안전진단을 거쳐 최종적으로 사업대상이 확정된다고 반론했다.
 
또 일시적으로 많은 주택이 공급되면서 전세난과 부동산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사업가능 대상 주택단지는 증가할 수 있지만 단지 여건에 따라 사업추진 시기가 달라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의 가격상승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수급 균형의 문제와 유동성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다며 특히 대출규제 등 자본시장의 조율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고 의원은 이번 공청회를 통해 재건축 연한 완화의 내용을 담은 〈서울시 도·정 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고 의원은 “이번 조례 개정안은 단순히 전문위원이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듣고 싶어 입안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하길 바란다”며 “오는 10월에 있을 정기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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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으로 완화를” VS “당분간 유보” 논란 가열
 

참석자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노근  노원구청장
김재준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
박경난  경실련 주거안정위원회 위원장
이승주  서경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
 

패널 토론-어떤 얘기 오갔나
지난 25일 열린 공청회에서 재건축 기준연한 완화를 놓고 서울시와 시의회가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는 고정균 의원 발의로 지난 6월 15일 제안된 〈서울시 도·정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관계 전문가 및 서울시 관계자,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공청회를 개최했다.
 
최막중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이노근 서울시 노원구청장 △김재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박경난 경실련 주거안정위원회 위원장 △이승주 서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최막중 교수=오늘 공청회는 주제발표자인 고정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시 도·정 조례〉 개정안에 따른 관계 전문가들과 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리다. 많은 시민들이 자리한 가운데 패널로 참석한 토론자들의 열띤 논쟁을 기대한다. 토론자들은 재건축 연한 완화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논의해 주길 바란다.
 
▲이노근 구청장=현 〈서울시 도·정 조례〉에 따르면 재건축 가능연한을 최장 4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람과 비교해보면 이는 나이가 40살이 돼야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겉은 멀쩡하지만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에 책임설계와 책임시공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시 중국산 건축자재는 물론 바다모래를 사용했었고, 내진설계도 없이 아파트가 지어졌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부분이 80~9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행 조례상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20~40년이 지나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연한을 완화할 경우 많은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처방을 하면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다. 재건축사업을 억눌러 왔던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에 이는 감수해야할 부문인 것 같다. 또 자원낭비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제는 건축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해 재건축을 하면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단계에 와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익일 수 있다.
 
▲김재준 교수=재건축 연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재건축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제정 취지와 같이 거주자의 안전과 주거의 쾌적성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재건축 연한기준을 30년으로 완화했을 경우 재건축 물량이 약 63% 증가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택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나대지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재건축사업을 통한 주택공급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주택가격 상승은 재건축에 기인하기 보다는 주택수급 불균형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결국 재건축 규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오히려 주택 가격의 안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경난 위원장=재건축 연한기준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내구연한이 60년이 넘는 건물을 20~30년만 사용한 뒤 헐어낼 경우 자원낭비를 초래하고, 동시다발적인 철거로 인해 극심한 환경피해 유발이 우려된다. 또 이미 재건축 절차간소화, 재건축 용적률 상향 등 관련법령 개정으로 재건축이 쉬워졌다. 여기에 단순히 재산가치 증식을 염두에 둔 재건축 완화는 사회·환경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로써는 재차 완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재건축사업이 시급한 이유는 소유자들이 의도적으로 관리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재건축 연한기준 완화가 과연 녹색성장의 가치에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승주 교수=재건축사업은 주거환경개선과 주택공급에 분명 효과가 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주거환경개선이고, 누구를 위한 주택의 공급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또 주택 유지관리에 대한 의식개선이 필요하다. 광진구 모 아파트의 경우 평소 철저한 안전관리로 50년이 다 됐는데도 재건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안전에 문제가 있는 아파트에 한해서 선별적인 재건축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김효수 국장=서울시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대변하겠다. 입법발의안대로 재건축 허용연한을 25년으로 축소, 적용할 경우 특정시기 및 특정지역에 재건축 물량이 집중돼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80년대 이후 대규모 주택건설이 장려돼 주택수급에 많은 불균형을 초래했다. 20여년 전에 지어진 일부 아파트들은 주차장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지진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일반화해 재건축 연한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연한기준 조정은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와의 논의도 필요한 사항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조례개정안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서울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강남지역의 집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난달 국토해양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의 담당자들이 만나 제3차 주택정책협의회를 열고 최근 수도권 재건축 주택가격상승으로 인한 시장불안 방지 차원에서 당분간 현행을 유지키로 협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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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연한 완화, 사업 활성화 요구
 

이모저모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재건축사업 관계자들은 재건축 연한을 완화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온 A씨는 “재건축 연한을 굳이 40년으로 확정지을 필요가 없다”며 “안전진단이라는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법에서 정하고 있는 것처럼 20년으로 완화한다고 해도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가 최근 도·정 조례를 개정·공포하면서 소형주택 의무비율에 대해 현행 기준을 유지키로 했는데 큰 주택규모의 소유자들은 재건축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수도권에 신규로 공급하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는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전히 풀어 재건축사업을 통해 주택 물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건축·재개발 관련 인터넷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재건축 연한 단축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며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을 우려해 이와 같이 재건축사업 전체를 규제하고 있는데 왜 비강남아파트 소유자들이 피해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또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하고 있는 C씨는 “콘크리트가 100년 간다는 것은 어느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설비가 부실해 물이 새는 곳이 많아 재건축사업이 시급함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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