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체 위임계약 해지의 적법성
정비업체 위임계약 해지의 적법성
  • 진상욱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인본
  • 승인 2022.09.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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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A조합은 甲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해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위 용역계약에서는 다음 각 호의 사유가 발생해 甲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판명된 경우, A조합이 10일의 계약이행 기간을 정해 서면으로 통보한 후 위 기간 내에 이행되지 아니하면 위 용역계약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각 호의 사유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A조합의 업무상 지시에 불응하거나 용역기간 내 용역 업무를 완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명백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甲이 고의적으로 계약조건을 위반함으로써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위 용역계약 체결 후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무와 관련해 甲과 일부 마찰이 발생했고, 이에 A조합은 甲에게 신뢰관계가 파탄되었으므로 민법 제689조에 따라 위 용역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다. A조합의 위와 같은 용역계약 해지통지는 적법한가? 

도시정비법 제104조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업무를 위탁하거나 자문을 요청한 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관계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689조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제1항),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에 의해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사이에 업무위탁 및 자문요청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이 그대로 준용될 경우 당사자는 언제든지 위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손해를 입더라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경우에 한하여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그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리고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에 관해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과 다른 내용으로 약정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약정은 당사자에게 효력을 미치면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거래의 안전과 이에 대한 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주의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당사자가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민법 제689조 제1, 2항에 규정된 바와 다른 내용으로 해지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을 정했다면, 민법 제689조 제1, 2항이 이러한 약정과는 별개 독립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당사자 간 법률관계도 위 약정이 정한 바에 의해 규율된다고 할 것이다.

 위 사례에서 A조합은 甲과의 용역계약이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하고 신뢰관계가 파탄된 이상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자유롭게 위 용역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용역계약에서 A조합이 해제 또는 해지를 할 수 있는 사유를 甲의 채무불이행과 관련된 내용으로 한정하면서, 10일의 계약이행 기간을 둘 것과 서면통보가 이루어질 것까지 절차적 요건으로 설정하는 등 해제 또는 해지를 할 수 있는 사유와 절차를 별도로 정해둔 것은, 당사자가 위 용역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시키는 것을 앞서 본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로 제한하고자 하는 의사였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임의규정인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은 甲과 A조합 사이의 약정에 의해 그 적용이 배제되고, A조합이 위 용역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기 위해서는 위 용역계약이 정하는 계약해지 사유 중 어느 하나가 존재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甲에게 위 용역계약에서 정하는 계약해지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A조합은 민법 제689조에 따라 위 용역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결국 A조합의 甲에 대한 위 용역계약 해지통지는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진상욱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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