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간소음 해법… 슬래브 두께 늘리기에 반발 기류
아파트 층간소음 해법… 슬래브 두께 늘리기에 반발 기류
국토부의 빗나간 개선 방안… 비판 확산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2.09.2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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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80mm 늘렸는데
분쟁은 꾸준히 증가

건설사에 혜택 주고도
책임 묻지 않는 구조

사전 인증받은 구조를
도면표시 의무화해야
하자보수 기준도 시급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가 층간소음 해법으로 내놓은 슬래브 두께 늘리기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현행 법정 슬래브 두께 기준인 210mm로도 층간소음 문제가 잡히지 않자 이를 해결하겠다며 다시 두께를 늘리려는 것인데, 해법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슬래브 두께를 늘렸음에도 불구, 여전히 층간소음 문제가 잡히지 않는데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 두께 늘리기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책 초점을 슬래브 두께가 아닌 건설사의 정밀시공 강화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층간소음 해법으로 또 다시 슬래브 늘리기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달 18일 발표한‘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방안’에서 층간소음 개선방안과 관련해 슬래브 두께를 늘리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층간소음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슬래브 두께 늘리기에 대해 정면 반박에 나섰다. 

지난 20년 간 층간소음 문제 해법으로 채택해 밀어붙였던 슬래브 두께는 130mm때부터 시작해 150mm, 180mm, 210mm 등 3차례에 걸쳐 총 80mm를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 되레 층간소음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슬래브 두께 늘리기는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층간소음 민원처리 담당부서인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집계한 연간 층간소음 현장진단 서비스 현황에 따르면 지속적인 슬래브 두께 증가에도 불구, △2012년 8천795건이었던 진단 건수가 △2013년 1만8천524건 △2014년 2만641건 △2017년 2만2천849건 △2018년 2만8천231건 등으로 계속해 증가했고, 코로나 사태 직후에는 △2020년 4만2천250건 △2021년 4만6천596건으로 수직상승했다. 

▲전문가 “제도적 미비가 원인… 건설사 편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층간소음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문제 방치가 우리 사회에 층간소음 문제를 지속시켜 온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국토부가 층간소음 사전인정제도에 따른 혜택을 건설사에 제공하고도 그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운영돼 온 사전인정제도에서는 실험실에서 완충재, 시공방법 등을 인증받으면 층간소음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층간소음을 해결한다는 전제 하에 건설사에게 분양가를 높일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고시하는 현행 ‘주택품질 향상에 따른 가산비용 기준’에 따르면 공동주택 성능등급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최고 4%의 기본형건축비 가산 비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분양가 관리를 위해 고시하는 기본형건축비 기준에 몇 가지 항목들을 가산비용으로 인정해 증액을 허용하는 예외를 둔 것이다. 

문제는 2019년 감사원 감사 결과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혜택 환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실제 실측장비를 들고 아파트 191세대의 층간소음을 실측한 결과, 형편없는 결과가 나왔다. 전체 191세대 중 184세대인 96% 아파트들이 사전인정제도에서 인증 받은 등급보다 하락했고, 이 중 114세대(60%)는 주택건설기준 규정에 따른 최소성능기준(경량 58dB, 중량 50dB)에도 미달됐다. 

이 때문에 약속 이행을 전제로 받은 분양가 상승 혜택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건설사에게 일종의 혜택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하지 못했을 경우, 층간소음 관련 점수를 제외해 다시 점수를 산출한 후 혜택을 제공할 원인이 사라졌다면 혜택 받은 것을 토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전인정 받은 구조를 설계도면에 표기토록 의무화해야

국토부가 사전인정제도에서 인증 받은 인정구조를 설계도면에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 하지 않아 건설사 책임 회피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층간소음 인증을 받았을 때 그에 따른 구체적 내용을 설계도면에 분명히 기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 아파트 건설에서는 이 같은 구체적인 층간소음 완충재 모델 및 재질, 밀도, 시공방법 등이 설계도면에 기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EPS(스티로폼) 두께 30mm’ 정도만 기입되고 있다. 

한 설계사무소 소장은 “구체적인 내용이 설계도면에 기입되면 그 내용대로 자재 조달 및 시공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공사들이 싫어한다”며 “그러다보니 층간소음 완충재 관련된 내용도‘EPS 30mm’정도로만 기입하고 지나가는 게 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시공사가 자금도 조달해 오는 국내 아파트 건설 환경에서 시공사 목소리가 크니 자신에게 불리한 구체적 내용은 설계도면에 기입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층간소음도 하자보수 기준에 포함시켜야

국토부가 층간소음 항목을 주택 하자보수기준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비교적 간단한 시공인 도배와 장판 등에 대한 시공하자도 2년의 하자보수 기간이 명시돼 있는데, 살인사건을 유발한다고 지적받는 층간소음에 대한 하자보수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는 것을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별표4 ‘시설공사별 담보책임기간’에 따르면 마감공사에 포함되는 미장공사, 도장공사, 도배공사 등은 2년의 담보책임기간이 명시돼 있다. 2년 이내에 발생한 도배 하자의 경우에도 담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자보수 기준에 층간소음 항목을 조속히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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