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기획’ 접목 공공재개발… 주민 동의율 유지 ‘발등에 불’
‘사전기획’ 접목 공공재개발… 주민 동의율 유지 ‘발등에 불’
2차 후보지 16곳 사업계획변경에 셈법 복잡
  • 최진 기자
  • 승인 2022.09.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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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지역 완화해주고 용적률 인센티브 추가
최고층수도 상향조정 임대주택 부담 감소

분담금·비례율 등 핵심요소 변경에 따른
기존 동의서 유무효 논란에 사업현장 혼선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 공공재개발 후보지들이 사전기획의 접목으로 사업계획 변경이 불가피해지자, 동의율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가 공공재개발사업의 추진절차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제안한 ‘사전기획’으로 사업계획이 대폭 변경되면서 일부 구역에서는 기존 사업계획을 기반으로 징구한 동의서는 철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전기획을 통해 공공재개발의 사업성이 크게 향상됐고 사전동의서를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추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개발의 사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재개발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공개와 공공시행자의 적극적인 소통행정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구역지정 앞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들, 사업계획 대폭 변화

연내 구역지정을 목표로 사업속도를 높이고 있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들에서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동의율 하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사전기획을 통해 구역면적과 용적률, 신축 가구수 등이 대폭 변화되고 조합원 분담금 및 비례율 등이 구체화되면서 토지등소유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공공재개발사업은 민간재개발이 어려운 낙후지역에 공공이 사업성을 높이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20년 8월 도입됐다. 이후 공모를 통해 정비계획이 수립된 1차 후보지 8곳을, 이후 정비계획수립부터 진행해야 하는 2차 후보지 16곳을 각각 선정했다.

서울시는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2차 후보지들을 대상으로 사업추진 절차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신속통합기획의‘통합심의’와 유사한 형태의‘사전기획’을 제안했다. 이후 지난 7월부터 사전기획이 접목된 공공재개발 사업계획 주민설명회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개요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공공재개발의 변경된 사업계획들은 규제완화와 인센티브가 대폭 상향된 방향으로 제안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용도지역 상향 △정비계획 용적률 상향 △초과용적률 인센티브 확대 △최고층수 상향 △총 가구수와 일반분양 가구수 증가 △임대주택 부담 감소 △규제완화에 따른 사업성 향상 등이다. 더불어 구역면적과 단지 설계 등 다양한 사업계획이 구역 현황에 따라 수정·보완됐다.

▲사업성 높이면 만사형통?… 일부 현장에선 갈등조짐

사전기획으로 사업성이 대폭 향상됨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공공재개발의 주민동의 절차에 대한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 분담금과 비례율 등 정비사업에 핵심적인 요소들이 막연한 채 추진된 동의서 징구 절차는 사업이 추진될수록 오히려 사업의 안정성을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최근 주민설명회 사업계획에서는 앞서 진행된 주민설명회나 소식지 홍보내용과는 달리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 사업비 등을 제시했다. 이에 토지등소유자들은 공공시행자가 제시한 사업성분석에 대한 근거와 문제점, 그리고 우려되는 사항을 짚으며 사업추진에 동의할지 여부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일선 후보지들에서는 주민설명회 이후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서대문구의 한 후보지에서는 사업부지 면적의 9%가 민간 제약회사 소유의 땅으로 계획돼 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해당 부지를 수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사업 청사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공공시행자가 해당 부지를 어떻게 수용할 계획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했고 또 다른 주민들은 공공이 과도한 보상을 해줄 수밖에 없는 정비계획을 만들었다며 불평을 토로했다.  

강북의 또 다른 후보지에서는 지난달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구역면적 및 건축 연면적이 변경됨에 따른 사업성 산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비례율 산정에 사용된 공사비가 건설업계의 자재값 인상 및 인건비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인위적으로 비례율을 높이는 ‘꼼수’가 아니나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해당 후보지에서는 사전동의서를 철회하겠다며 일부 주민들이 사업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후보지에서는 그동안 주민들에게 설명됐던 사업계획이 한명의 심의위원으로 인해 제동이 걸리면서 수정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해당 구역이 민간재개발을 추진했을 때의 사업계획을 토대로 단지배치와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사업계획의 일정 부분이 수정됐다는 것이다.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이미 민간재개발 대비 사업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심의절차 막판에 인센티브와 사업계획이 축소된 상황이라 답답함은 남는다”고 말했다.

▲“동의서 재징구는 피했지만”… 정책 안정성엔 물음표

공공재개발 관계자는 “사전기획을 통한 사업변경 내용은 대부분 규제를 완화하고 사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사업의 안정성을 떨어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 변경된 사업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주민들은 사전동의서를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공공정비사업에 대한 인센티브 및 사업성에 실망하며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이 진행된 동의서 징구 절차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업성에 만족하지 못한 토지등소유자들이 동의를 철회할 경우 구역지정 여부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주민대표회의는 사전기획을 비롯해 구체적인 정비계획안이 나온 시점부터 동의서 징구절차를 진행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주민들이 동분서주하며 어렵게 징구한 동의서들이 사전기획 주민설명회 한번으로 무의미해질 수 있다면 절차상의 문제점을 수정해야 한다”라며 “적어도 동의서를 징구할 시점에는 분담금과 비례율, 사업절차 등이 큰 변동사항이 없는 안정적인 계획안을 통해 사전동의서 징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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