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총회소집 발의서의 재사용과 그 한계
재개발 총회소집 발의서의 재사용과 그 한계
  • 오민석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승인 2022.10.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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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G는 부산시 일원의 노후불량 건축물을 재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고, A,B,C는 2022년 3월 19일자 조합원 임시총회 결의에 따라 해임된 G조합의 조합장, 이사, 감사이며, H는 G조합의 조합원이다. 

A,B,C가 G조합을 상대로 해임총회 결의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및 결의무효확인 소송 등을 제기하자 H는 ①전 조합장 A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건, ②시공자 본계약안 승인 철회, ③조합정관 변경에 따른 조합변경인가 신청 철회, ④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및 기 수행업무 추인의 건, ⑤조합장·이사·감사 선임의 건, ⑥임시총회 비용 승인의 건을 총회의 안건으로 하는 총회소집발의를 조합원 1/5 이상으로부터 징구해 조합장 직무대행자인 Q에게 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Q는 이 중 ①~③호 안건에 더하여 해임총회에 대한 추인의 건과 총회 참석자 회의비 지급 승인의 건을 안건에 추가해 총회를 소집하였고, 2022년 5월 1일 총회에서 상정 안건이 모두 가결되었다.

이후 Q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조합장 등의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계획 수립을 요청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해임총회 결의효력정지 가처분 등의 재판 결과가 나온 후 선거 절차를 준비하겠다고 답변했다. 

G조합 이사회는 2022년 7월 1일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 거부를 이유로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이사회가 선거관리업무를 수행하기로 결의하고, 입후보 등록을 접수하는 등 선거 절차를 진행하여 2022년 7월 8일 조합임원후보자 확정 공고를 했다. 

H는 Q가 ④~⑥항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 소집을 거부했다며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임시총회 소집을 승인받아 2022년 7월 12일 조합장 등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개최공고를 했다.

A,B,C는 구청장의 총회소집승인이 H가 2022년 5월 1일 총회를 위해 받아 뒀던 발의서의 재사용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고, 위 발의서에서의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및 기 수행업무 추인의 건’은 당시 구성되어 있던 선거관리위원회를 전제로 조합원들이 발의한 것인데 이사회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를 대신한 것을 추인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임원선임총회개최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H는 조합원들의 총회소집발의가 있었음에도 절차상 이유로 총회가 개최되지 못했거나 사정변경으로 총회가 연기된 경우 등에는 발의서를 재사용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며 구청장의 승인을 받아 개최되는 총회에는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다투었다. 

이 사건에서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H의 소집 요구에 따라 2022년 5월 1일 임시총회가 개최되었고, 그 총회에서 ④~⑥항의 안건 상정이 거부된 것이 아니라 해임총회의 효력에 대한 법적 분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해임총회결의에 대한 추인 안건이 대신 상정되어 의결까지 된 점,

Q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선임총회를 위한 선거관리계획수립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의 비협조로 이사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자체 구성한 점,

그 과정에서 H가 Q에게 ④~⑥항을 목적으로 한 총회소집을 요구한 사실도 없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조합원들의 총회소집발의는 2022년 5월 1일자 총회 개최로 목적을 다하여 그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설령 2022년 5월 1일자 임시총회에서 ④~⑥항의 안건을 의결하지 않아 여전히 발의서가 유효하다 하더라도, 발의 당시 조합원들의 의사는 기존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수행에 대한 추인 결의를 하려는 것이었던 반면, 금번 총회의 안건은 이사들의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및 그들의 수행업무에 대한 추인결의가 될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결의의 대상이 전혀 다르고,

임시총회 비용 승인의 건 또한 발의 당시 조합원들의 의사는 2022년 5월 1일자 임시총회 비용의 승인에 국한된다고 보이는 반면, 금번 총회의 안건은 그 후 개최될 금번 총회의 비용까지 승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등 그 안건, 내용 등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임시총회를 개최하기 위해 기존 발의서를 사용하는 것은 위법한 재사용에 해당한다”며 총회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했다(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2.7.29.자 2022카합100142 결정). 

조합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소집발의서 등 조합원들로부터 제출받는 발의(동의)서를 재사용하는 사례가 흔하게 발견된다. 발의서는 재사용이 된다, 안된다라고 일도양단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법률과 정관이 보장한 조합원의 총회소집요구권을 형해화할 목적의 잠탈 시도를 무한정 허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발의 당시 조합원들의 의사를 현저히 넘어서는 총회 소집에 발의서가 재사용되어서도 안된다. 결국 발의서의 재사용은 발의한 안건과 총회 소집 안건과의 실질적 동일성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오민석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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