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속기록 비공개와 형사처벌
총회 속기록 비공개와 형사처벌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관련 자료’의 해석
  • 진상욱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인본
  • 승인 2022.10.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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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A조합의 조합장인 甲은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 후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총회 의사록 등 총회관련 서류를 조합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총회 속기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A조합의 조합원인 乙은 총회 속기록은 총회의‘관련 자료’이므로 총회 속기록을 누락하고 총회 관련 서류를 공개한 것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 위반이고,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 乙의 주장은 정당한가?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9.7.9. 선고 98도1719 판결, 대법원 2009.12.10. 선고 2009도3053 판결 등 참조). 

현행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1항 제7호 및 제124조 제1항은 조합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하여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15일 이내에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해 공개해야 할 서류를 열거하면서, 위와 같이 명시된 서류의‘관련 자료’도 함께 공개대상으로 규정하는 한편, 이를 위반한 조합임원 등에 대하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입법 취지는 조합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임원과 건설사 간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그 조합과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어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여 정비사업의 투명성ㆍ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2.18. 선고 2015도10976 판결, 대법원 2021.2.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헌법재판소 2011.4.28. 선고 2009헌바90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각 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 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도시정비법 혹은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이 정비사업의 투명성ㆍ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각 호에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은 조합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하여 작성 또는 변경 후 15일 이내에 공개해야 할 서류를 규정하는 한편, 제125조 제1항은 위와 같이 공개해야 할 서류를 포함해 총회 또는 중요한 회의가 있은 때에는 속기록ㆍ녹음 또는 영상자료를 만들어 청산 시까지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도시정비법은 신속하게 공개해야 할 자료와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작성 후 청산 시까지 보관해야 할 자료를 구분하고, 속기록ㆍ녹음 또는 영상자료는 보관대상으로 규정할 뿐 의사록과 같은 공개대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는가는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참석자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이 담긴 속기록이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속기록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조합원 의 주장은 받아들여 질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진상욱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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