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중3구역, LH 공공재개발 주민들 ‘권리구제’ 못받는다
성남 중3구역, LH 공공재개발 주민들 ‘권리구제’ 못받는다
토지등소유자들 LH상대 손배소송 패소
법원 “개인은 소송당사자 아니다” 판단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2.11.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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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성남지원의 판결
사업약정 체결 당사자는 주민대표회의와 LH
토지등소유자는 제3자, LH상대 손배청구 불가

주민대표회의 부인하는 LH
법에 근거한 대표기구지만 법적다툼 구할 권한 없어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법원 재판 과정에서 공공재개발사업의 취약점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법원이 손해보상이나 이익금반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에 대해 토지등소유자는 할 수 없고 주민대표회의로 한정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LH가 시행하는 공공재개발의 경우 후정산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준공후 정산까지는 수 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 와중에 주민대표회의는 해산된 상황이어서 토지등소유자들은 LH의 처분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토지등소유자는 소송 당사자 될 수 없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곽정한)는 2016년 중3구역 토지등소유자 53명이 LH를 상대로 사업비가 과다하게 부담됐다는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금 7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해 9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결과가 뒤늦게 알려진 이유는 토지등소유자들이 1심 패소 후 항소를 진행하다가 더 이상 소송이 어렵다고 판단, 지난 4월 항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사건은 원고 패소 판결로 확정됐다. 

주목할 점은 공공재개발 토지등소유자와 사업시행자인 LH 사이에 법적다툼이 벌어졌을 때 내려진 법원의 해석과 법리다. 이번 소송이 토지등소유자와 사업시행자 LH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졌을 때 양 측 법률관계에 대한 사실상 첫 공공재개발 관련 판결인데, 법원은 LH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첫 대목부터 소송을 제기한 토지등소유자 개개인은 LH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소송당사자가 아니라며 계약당사자는‘주민대표회의와 LH’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주민대표회의는 조직과 실체를 가진 비법인사단으로 봄이 타당하다”면서 “이 사건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약정은 원고들과 같은 토지등소유자가 아닌 비법인사단인 주민대표회의와 피고인 LH 간에 체결한 계약이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어 재판부는 손해배상청구를 위해 토지등소유자와 LH 간에 위임관계가 성립한다는 원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으며, 토지등소유자는‘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시행약정은 도정법 제26조 제4항에 기한 주민대표회의의 LH에 대한‘의견제시의 성격’과 주민대표회의와 LH 사이에 체결된‘정비사업 방식에 관한 계약’이라고 봐야 한다”며 “정비사업 방식에 관한 계약 성격 면에서 보면, 이는 주민대표회의와 LH 사이에 체결된 계약으로써 토지등소유자인 원고들은 제3자에 불과하고 이 사건 사업시행약정 체결의 당사자가 주민대표회의와 LH인 이상 개별 토지등소유자와 LH 간에 위임 관계가 성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결국 개별 토지등소유자들은 LH를 상대로 직접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손발 묶인 공공재개발 토지등소유자 …“개인도 안 된다, 주민대표회의도 안 된다?”

이번 판결이 야기한 더 큰 파장은 공공재개발사업의 개별 토지등소유자뿐만 아니라 주민대표회의도 소송당사자 자격을 의심 받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에서 토지등소유자 개인이 소송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 내렸다면, 남은 건 주민대표회의다. 하지만, 주민대표회의의 소송당사자 자격도 부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재개발 토지등소유자들은 LH와의 법적 다툼 시 사실상 구제방안이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원고 측 토지등소유자들은 애당초 이번 소송을 주민대표회의 명의로 제기하려고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첫째, 사업시행 약정의 계약체결 당사자가 주민대표회의와 LH라는 점. 둘째, 주민대표기구인 주민대표회의 원고 자격으로 승소했을 경우 소를 제기한 토지등소유자 53명뿐만 아니라 340여명의 전체 토지등소유자들이 손해배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 검토 과정에서 “주민대표회의는 소송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LH 측 답변을 받아 원고를 개별 토지등소유자로 방향 전환했다.

LH 소송대리인 측 법무법인은 의견서에서 “주민대표회의가 도정법에 근거를 둔 토지등소유자의 대표기구이긴 하지만, 도정법 상 주민대표회의에 관한 규정만으로는 독자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법적 다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주민대표회의가 아닌) 토지등소유자가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 및 법률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드러난 공공재개발사업의 제도적 맹점에 주민들은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박용훈 중3구역 전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법원에서는 토지등소유자가 소송을 할 수 없다고 하고, LH에서는 주민대표회의 역시 소송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하는데, 결국 주민들은 어떻게 권리구제를 받으라는 말이냐”며 “이번 1심 소송도 이례적으로 소를 제기한 지 5년이 넘어서야 겨우 패소 판결이라는 결론을 받았는데, 또 다시 원고를 바꿔 주민대표회의 명의로 소송을 내면서 또 다시 5년이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라는 얘기냐. 결국 주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박탈감만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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